‘모든 작문 수업과 저널리즘 수업에서 읽어야 할 책.’

로이 피터 클락(72)의 ‘짧게 쓰는 법(How to Write Short)’을 읽고 미국 세계기독교방송(WBC)의 수석특파원 폴 래드(Paul Ladd)가 트위터 계정에 남긴 글이다.

클락의 다른 저서 ‘글 쓰는 사람을 위한 50가지 필수전략(Writing Tools: 50 Essential Strategies for Every Writer)’을 읽은 독자(아이디 LJMax)는 미국의 책 애호가 커뮤니티(Library Thing)에 다음과 같은 후기를 올렸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어떤 책도 당신에게 자신감을 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클락의 글은 하버드대 니먼 재단이 펴낸 ‘사실을 말하기(Telling True Stories)’라는 책에서 알게 됐다. 책과 독자의 후기를 읽고 논픽션 글쓰기의 거장임을 알았다. 그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그가 일하는 포인터연구소의 홈페이지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10시간 만에 답이 왔다. “반가워요. 질문은 메일로 보내주세요. 최선을 다해 답해줄게요.” 그는 한국에 친구가 생겼다며 기뻐했다. 사흘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메일을 주고받았다.

▲ 로이 피터 클락(출처=포인터연구소)

클락은 영어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6살 때부터는 3년간 앨라바마주의 오번대에서 강의했다. 그때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글을 잘 썼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열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기사 쓰는 법을 29살에 배우기 시작한 이유다. 신문에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의 유진 패터슨 편집장은 클락의 칼럼을 눈여겨봤다. 그래서 신문사의 기자 겸 기사작성 코치(writing coach)로 고용했다.

클락은 2년 뒤인 1979년, 포인터연구소의 교수가 됐다. 그때부터 자신을 ‘실무형 연구자(practical scholar)’로, 구체적으로는 편집국과 학계를 연결하는 다리로 생각했다.

▲ 포인터연구소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있다.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비영리단체(출처=포인터연구소)

기자로서 그는 1996년 2월 4일부터 한 달간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가 연재한 내러티브 기사 ‘세 개의 적은 단어(Three Little Words)’로 이름을 알렸다. 에이즈 환자와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기사에 잘 녹여서 주목을 받았다.

방식도 화제였다. 당시에는 연재 기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 하나씩, 29회에 걸쳐 연재했다.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는 8000통 넘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까지 그는 연재 기사를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킨 기자로 평가받는다. 탬파베이 타임스(전 세인트피터즈버그 타임스)는 팟캐스트를 통해 이 기사를 다시 연재하려고 검토하는 중이다.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톰 프렌치(Tom French)와 다이애나 서그(Diana Sugg)가 퓰리처상을 받았을 때라고 대답했다.

“프렌치는 1998년에 특집기사 부문에서, 서그는 2003년에 심층보도 부문에서 상을 받았어요. 내 학생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사람이 상을 받는 걸 보면서 정말 기뻤죠. 그들을 가르치긴 했지만,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배운 점들이 더 많았어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학생을 가르치며 책 6권을 냈다. 기자와 교수뿐만 아니라 저술가로도 활동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번아웃(burnout·탈진)’이 온 적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답했다. 학생을 가르치면서는 글 쓰는 힘을 기르고, 기사를 쓰면서는 학생에게 가르칠 점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에서 실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저는 취재보다 글쓰기를 더 잘해요. 그래서 취재할 때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요.”

기사를 쓰면서 어떤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주제를 정하는 단계라고 했다. 무엇에 대한 기사인가? 독자들은 알아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제목과 헤드라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기사를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세요. 여러분이 어떤 주제를 강조하고 싶은지 알게 될 거예요.”

그는 자신의 책 ‘글 쓰는 사람을 위한 조언(Help! For Writers)’에서도 비슷한 점을 강조한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땅히 좋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아직 주제를 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제를 정하는 과정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기사를 쓰면서 기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는 ‘공적 명료성(civic clarity)’이라고 말한다. 확실한 사실을 읽기 쉽게 정리하는 일이다. 정확한 정보를 읽기 쉽게 정리해야 독자가 기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기자가 공적 명료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밀하게 취재하고 설득력 있게 기사를 쓰기. 포인터연구소 사이트의 글에서도 강조하는 점이다. 그는 2020년 9월 10일 올린 글에서 공적 명료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적 명료성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다음은 명료성이고. 물론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글을 흥미롭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의 기사가 정확하고 명료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찢어진 채 한쪽 귀에 걸린 마스크처럼 의미 없는 글이 될 수 있다.”

기자는 사실을 확인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 클락이 일하는 포인터연구소에서는 이에 대해 활발히 논의한다.

기사나 책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하는지 물었다. 그는 원고를 한 구절씩 꼼꼼히 검토하면서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고 말했다. 의문이 생기면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 혼자서는 기사를 정확하게 검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기자가 검토를 시작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편집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2년간 6권의 책을 썼는데, 한 책에서 오류가 적어도 세 개씩은 나오더라고요. 여러분도 최선을 다해 글을 검토하고 또 검토하세요. 틀린 게 있다면 반드시 고치고요.”

기자는 진실만을 보도하겠다고 종종 말한다. 진실이 과연 존재할까. 클락의 생각을 물었다. 진실을 추구한다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사실을 왜곡하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여러분의 어머니가 여러분을 강물에 던지지 않았다면 기사에 그렇게 쓰면 안 되잖아요.” 그는 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충분히 모은다면 ‘현실적 사실(practical truth)’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말한다.

“사람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아요. 그래서 당연히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럴수록 여러분이 어떻게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지 독자와 공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는 취재 과정을 독자와 공유해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를 꿈꾸는 한국의 학생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기사 쓰는 연습을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또 모든 글을 주의 깊게 읽고, 분명한 주제로 읽기 쉽게 쓰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힘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기자가 되려면 투철한 사명감과 목적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기억하세요. 기자는 공적인 사안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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