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의 조 모 교사(26)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 놈의 자율성 때문에 선생님들 방역 부담이 더 커요.” 학교 방역으로 불만이 많아 보였다.

오전 8시 30분. 교실에 도착한 학생의 자가진단 참여 여부를 확인하며 조 교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빠뜨린 학생이 있으면 학부모에 ‘독촉’ 전화를 한다. 그리고 학생이 책상과 가림판을 닦고 손을 소독하도록 한다.

쉬는 시간에도 교실을 소독하고 학생끼리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지 지켜본다. 학생이 귀가하면 손이 닿았던 모든 곳을 소독하고 교실을 청소한다. 쓰레기와 비닐장갑, 학생이 버린 마스크와 휴지도 처리해야 한다.

가장 힘든 때는 점심 시간이다. 교실에서 배식해야 하는데 교육부의 지침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어서다. 조 교사 스스로 배식 규칙을 만들어 점심시간의 방역을 책임진다.

▲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학교생활 안전띠

교육부는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리 안내(학교 방역 가이드라인)>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등교수업 출결‧평가‧기록 가이드라인(교수학습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도교육청과 학교가 지키도록 했다.

방역 가이드라인은 △학교 발열 감시 활동 기준 △올바른 체온 측정 방법 △학교 소독 강화 방안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수칙 △다중이용시설 등 에어컨 사용 수칙 △학교 내 확진 환자 발생 시 시설이용 제한 조치를 담았다.

교수학습평가 가이드라인은 △밀집도 최소화를 위한 학사 운영 방안 △학생 간 밀접 접촉 최소화 지침 △학생 개인위생 교육 지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교과 활동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기준을 담았다.

이런 지침이 교사 부담만 늘리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부 내용을 제시하지 않고 학교 자율에 맡겨서다.

조 교사는 “점심을 배식하는 동안 아이들이 거리두기 수칙을 잘 지키는지 살필 겨를이 없다.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없어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의 김동로 사무관은 “식당 배식 같은 경우에는 학생이 교실 밖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추가 관리가 필요해 매뉴얼을 따로 마련했다”며 “교실 배식은 기본적인 교실 방역 수칙을 지킨 상태에서 진행하면 되므로 별도 매뉴얼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초등학교의 김 모 교사(38)도 골치 아픈 경험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을 틀어달라고 학생들이 요청하면서다. 난방 사용과 관련한 내용은 방역 지침에 없다.

학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교육부는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다. 결국 교사들이 논의한 끝에 에어컨 사용 수칙처럼 난방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감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초등학교의 교사는 “교육부 말대로 재량껏 수업을 하려 해도 반대 민원이 많이 들어와 부담이 크다. 교육부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교육부는 학교별 상황이 다르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 민원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학교와 교사로 향한다”며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대책을 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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