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학생이었는데 앞니가 빠져있었죠. 충치도 심각했어요.” 교육복지사로 8년째 일하는 전현승 씨의 말이다. 담임교사의 요청 덕분에 학생은 치료를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만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2018년 시행한 ‘아동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 상태를 ‘하’라고 인식한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충치(우식)가 더 많았다. 치과치료가 필요하지만 받지 못한 응답은 경제상태 ‘하’ 집단이 ‘상’ 집단의 2배 이상이었다.

충치, 그리고 충치로 인한 입 냄새는 자존감과 친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 씨가 언급한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입을 가리고 웃었어요. 말을 할 때도 입을 가렸죠. 자존감이 낮은 친구였는데 그래서 더 위축되고 주눅 들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교육복지실에서 보냈어요.”

학생은 다행히 20회의 심리치료와 치과치료를 지원받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도왔다. “치료 후, 입을 가리고 말하는 습관이 고쳐졌어요. 친구 관계는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어요.”

▲ 주관적 경제 상태와 구강건강(출처=보건복지부)

치료비 지원은 한계가 있다.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충치는 아동의 구강을 다시 위협한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해 보건교육과 충치 예방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학교의 구강 보건실은 충분하지 않다.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통합돌봄서비스(드림스타트) 역시 이용률이 높지 않다. 2016년 기준으로 28.3%. 복지 서비스 자체가 충분하지 않지만, 주 기능은 의료지원이 아니어서 구강을 계속 관리하기 쉽지 않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계속된다. 김 모 씨는 고등학교 때 어금니와 앞니가 썩어들어 갔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어머니가 마트 일을 하며 3남매를 돌보느라 얘기를 꺼내기 어려웠다.

“대학 와서 모은 돈으로 앞니는 치료했어요. 70만 원 주고. 그런데 앞니 말고는 못했죠. 아직도 빠진 이가 6개는 있어요. 임플란트 하나에 130만 원이라는데….” 그는 한 달에 60만 원을 번다. 임플란트를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표한 ‘빈곤 청년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3명이 경제적 부담으로 치과 진료를 포기했다. 아동기의 치아 건강 불평등이 청년층에게까지 이어진 셈이다.

정부는 치아 홈메우기를 2009년부터 건강보험 대상에 넣고, 2017년부터는 본인 부담률을 35%에서 10%로 낮췄다. 충치를 방치하면 치료가 힘들어지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가 크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학생 및 아동치과 주치의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여 구강검진, 보건교육, 예방진료를 제공한다. 저소득층 아동이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치과 주치의 기능 강화형 치과 진료소’로 지정된 곳을 이용하면 건강보험을 일부 적용한다. 한국과 달리 연령을 제한지 않는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주치의 계약을 맺은 치과의원에서 6개월에 1회 정기적으로 예방 중심의 구강 관리 서비스를 3년간 받게 한다. 본인 부담금은 1회당 7490원이다.

일부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치과주치의 사업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치대 류재인 교수는 “저소득층 아동은 치료까지 포괄된 형태의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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