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 1>
①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 ② 난해하고 복잡해 풀기 어렵다. ③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매듭은 계속 꼬이고 있다. ④ 한국인의 일본 여행 선호와 일본 내 한류 열풍으로 관계가 좋아진다 싶으면 이렇게 다시 얽히고설키는 악순환이 55년째 반복되고 있다. ⑤ 이제는 악순환의 반복을 끝내야 한다. ⑥ 알렉산더 대왕이 칼로 베어 해결했듯, 한국과 일본은 양국 관계를 고르디우스 매듭처럼 만들어버린 악순환의 시작점을 베어버려야 한다.

<평가>
⇨ 고르디우스의 대답. 글을 시작하면서 비유법을 사용하면 심사위원의 눈길을 처음부터 사로잡는다.
⇨ 악순환이라는 단어를 ④~⑥에 계속 썼다.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악순환의 반복? 악순환은 나쁜 현상이 자꾸 되풀이됨을 말한다. 악순환이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 마지막 문장이 단락의 핵심이다. 외교 문제를 칼로 베듯이 해결하는 일이 가능할까? 다음 단락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어갈지 궁금하다.

<단락 2>
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은 조약의 제1목적인 한일 관계 정상화에 실패했다. ② 이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③ 두 국가 사이에서 사람, 상품, 돈이 오고 가기 시작했지만, 외교적 문제로 관계가 경색될 때면 언제든 교류가 끊기곤 했다. ④ 양국 관계 정상화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관계 개선의 필요조건인 역사적 앙금 해결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⑤ 일본 정부는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이끌어내고자 했고, 한국 정부는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자 했다. ⑥ 식민지배 아래 고통받은 한국민과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사죄는 이를 어렵게 만드는 골칫거리였을 뿐이었다. ⑦ 진정한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논의됐어야 할 역사 문제는 그대로 남겨진 이유다. ⑧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주장하는 일본 정치인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한국 역사학자로 인해 이는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⑨ 결국 해소되지 못한 역사적 앙금은 정치·외교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분출됐다. ⑩ 매듭을 푸는 척 했던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이 매듭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평가>
⇨ 한일 기본조약이 양국 관계 정상화에 실패했다고 첫 문장에서 말했다. 불완전하고 불충분했지만 양국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전적인 실패로 보면 곤란하다.
⇨ 외교적 문제로 관계가 경색되면 언제든 교류가 끊겼다? 세 번째 문장 역시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관계가 경색되어 외교채널이 종종 막혔지만 교류 자체가 단절되지는 않았다.
⇨ 마지막 문장에서 매듭을 푸는 척이라고 표현했다. 기본조약 체결 당시에 한일회담 관계자들이 푸는 척만 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풀려고 했는지? 어느 쪽이든 글에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단락 3>
①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은 그래서 파기돼야 한다. ②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칼로 벤 것처럼 이 조약을 한일 관계에서 베어 버리자. ③ 그리고 1965년에 하지 못했던, 관계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조약을 새롭게 체결하자. ④ 이는 두 국가의 안정적인 관계 지속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역사 문제를 똑바로 직시한 조약이 돼야 한다. ⑤ 양국이 처한 현재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 ⑥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는 경제 성장을 이뤘다. ⑦ 더 이상 국가가 경제 개발을 이유로 식민지배 피해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 ⑧ 이제는 든든한 지원자가 돼, 이들이 겪었던 고통이 국제 인권 측면에서 용납되지 않는 일임을 적극 대변해야 한다. ⑨ 그렇게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이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⑩ 일본은 G2가 된 중국과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동맹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⑪ 한국과의 안정적인 동맹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졌다. ⑫ 이런 국제 정세는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을 높여주고 있다. ⑬ 한국 정부는 이를 잘 활용해 진정한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 될 조약을 일본과 체결해야 한다.

<평가>
⇨ 파기돼야 한다, 베어 버리자, 새롭게 체결하자! 앞의 세 문장이 매우 간결하고 선명하다. 비슷한 사례를 동서고금에서 찾아 제시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 일본에게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이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⑨에서 주장했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구체적 방법이 글에 보이지 않는다.
⇨ 글의 흐름을 보면 ⑩~⑫가 ⑬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경제력과 군사력을 포함해 국력을 고려하면 중국과 북한의 견제에 일본보다는 한국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단락 4>
①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왔다. ② 두 나라를 멀게 만들었던 악순환의 반복을 새로운 한일 조약으로 해결하자. ③ 양국 관계가 악화됐던 시간만큼 새 조약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다. ④ 하지만 포기한다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앞으로 몇 번이고 계속될 것이다. 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⑥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베어버리고 새 조약을 맺는 과감성만이 한일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평가>
⇨ 두 번째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단락 1>과 <단락 3>의 반복이다. 논리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탄탄하지 않다.
⇨ 새 조약의 도출에 어려움이 크다고 ③에서 인정했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논술이 아니라 구호에 가까워진다. 
⇨ 한일 관계나 국제정치 전문가의 대안 또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지원자의 생각만으로 글을 채우면 흔하고 뻔한 수준에 그치기 쉽다.

▣ 조언
한일 갈등의 역사는 길고도 뿌리가 깊다. 임진왜란이나 청일전쟁 이후와 비교하면 해법이나 교훈이 보인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역사가 논술의 보고(寶庫)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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