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의 이채은 씨는 온라인 시험을 치르면서 애를 먹었다. 시각장애인이라서 점자 정보 단말기로 강의자료를 점자로 변환해서 글을 읽고 쓴다.

시험이 다가오자 파일을 교수에게 요청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교수를 설득하고 보안 서약서를 쓰고 나서 파일을 받았다.

장애학생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덜 겪도록 센터는 여러 가지를 지원한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시험 시간을 1.5배 늘려주고 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전문 속기사를 고용해서 수강을 도왔다.

도우미 제도도 운영한다. 청각장애 학생 도우미인 이화여대 양희연 씨(경영학부)는 온라인 속기 프로그램(쉐어타이핑)을 이용해 강의 내용을 최대한 자세하고 빠르게 정리해서 장애학생에게 전했다.

청각장애 학생이 녹화 강의를 더 편하게 보려면 자막이 있어야 좋다고 양 씨는 말했다. 교수가 강의 파일을 1주일 정도 일찍 업로드해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보내면 자막을 넣을 수 있지만 교수들이 어려워한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예를 들어 확진자 이동 경로는 대부분 사진 파일로 공개되니까 시각장애인은 음성이나 점자로 변환할 수 없어서 확인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의 항균 필름은 손으로 점자를 읽어야 하는 이들에게 걸림돌이나 마찬가지다. 대한시각장애인연합회의 홍서준 연구원(시각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이 코로나 19 이후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항균 필름이다.

서울 여성장애인(농아인) 어울림센터의 박성실 상담사는 가장 큰 문제로 의사소통을 꼽았다. 청각장애인은 수어뿐만 아니라 구화를 함께 사용한다.

내용을 파악할 때 입 모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어에는 같은 동작이지만 표정과 입 모양을 보고 구분해야 하는 단어가 많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가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인 이유다.

청각장애인은 지역 보건소와의 전화 상담을 통해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인은 이런 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경기 남양주시 수어통역센터의 황정일 부장에 따르면 영상 통화로 수어 상담 서비스를 하지만 상담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 남양주시 수어통역센터의 황정일 부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박관찬 기자는 시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시각과 청각장애를 모두 가진 시청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이 어렵다. 코로나가 어떤 증상인지, 마스크를 왜 착용해야 하는지, 진료소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무섭고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장애인에게 마스크를 주거나 방역 수칙을 알려줄 때는 유형별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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