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박 모 씨(26)는 2019년 하반기에 신세계에 지원했다가 AI 면접을 봤다. 정보를 구할 데가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눈빛이 흔들리면 부정행위로 간주된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다. 지인은 랜선 없이 면접을 보다가 렉이 걸렸는데도 AI 전형을 통과했다. 점수 매기는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

채용전문 사이트 독취사에는 AI 역량검사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AI 면접 볼 때 메모장 띄워놓으면 프로그램 띄워놓은 걸로 걸리나요? 자동실격 되는지 궁금”, “표정 맞추기 게임에서 몇몇 표정 따라한 게 합불에 큰 영향을 미치나요?” 등이다.

AI 면접 시스템을 제공하는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AI 역량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기업은 300여 곳으로 추산된다. 2018년에는 70여 곳이다. 코로나19로 대면 면접이 어려워지면서 생긴 변화다.

AI 면접은 신경과학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역량 프로파일링 검사다. 절차는 크게 7단계. 환경 점검, 자기소개, 성향 파악, 상황대처, 취향 추론, 전략게임, 심층대화.

어느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AI 검사를 참고 자료 정도로만 쓴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기계가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보조 도구에 그치지 않음을 취재 결과 확인했다.

취업준비생 하도현 씨(27)는 대학가 근처의 스터디룸을 빌렸다. AI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그는 핸드폰 테더링을 노트북에 연결했다. “검사 도중 연결이 끊기면 안 되니까 와이파이는 쓰지 않는다.”

면접이 끝나자 하 씨는 카메라가 앞모습만 찍어서 사실 마음만 먹으면 부정행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을 AI만 보는 건지, 채용담당자도 보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 하도현 씨가 AI 면접을 하는 모습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스피치 학원은 AI 면접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인 강좌를 마련했다. 학원 상담사는 “AI 면접은 기본적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표정이 중요하다”며 강좌를 안내했다.

강의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답변하는 방법, 자연스러운 표정 짓기, 시선을 처리하는 법을 가르친다. 비용은 회당 20만 원.

면접을 위한 기기는 취준생이 준비해야 한다. 박 씨는 “USB 포트와 랜선을 사느라 2만 5000원 정도를 썼다. 쓸데없이 지출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 웹캠 혹은 랜선을 사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은 모두 지원자에게 돌아간다. 취업준비생 김나연(24) 씨는 “면접 도중 버그가 난 적이 있다. 담당자는 오히려 랜선을 사지 않은 나를 탓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의 이런 혼란이나 불편함을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잘 모르는 듯 했다. A사의 인사 담당자는 “모든 기업에서 AI 역량검사를 도입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취업준비생이 크게 이질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B사의 채용 담당자는 “요즘엔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취업준비생의 자발적인 포기도 빠르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이 (정착되기까지) 서로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AI 면접이 확대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데이터에 의해서 편견이 생긴다며 미국 경찰이 사용했던 재범률 판단 인공지능 사례를 설명했다. 이 인공지능은 흑인의 재범률을 백인의 재범률보다 높게 평가했다.

“채용, 신용평가, 범죄와 관련된 내용은 차별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다. 데이터가 모두 공정하고 정확하게 쓰인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걸 자제하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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