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윤 씨(24)는 눈을 뜨자마자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 앱으로 이불 위의 안경을 찍자 오전 7시 16분이라는 시각이 사진에 새겨졌다. 그는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인턴으로 근무하고 걷기 운동을 1시간 할 때는 운동화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린다.

기사 스크랩도, 시간을 알뜰히 활용하려고 적는 플래너도 인증 대상이다. 인증에는 매달 5만 9000원이 든다. 박 씨는 얼리버드 기간에 등록해 1만 원을 할인받았다.

취업준비생인 박 씨는 업체에 돈을 내고 생활 관리를 두달 째 받는 중이다. 업체는 플래너와 뉴스 스크랩 양식을 제공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독려한다.

참여자 500여 명의 목표 달성률은 모두에게 공개한다. 우수 참여자에게는 매주 열리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강의에서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을 기회도 제공한다. 박 씨는 “달성률이 눈에 보이니 승부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 박소윤 씨의 기상 사진(박소윤 씨 제공)

취업 문이 좁아지자 박 씨처럼 취업 사교육을 받는 이들이 늘었다. 구인·구직 사이트인 사람인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10명 중 7명(66.3%)이 취업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기소개서 첨삭과 필기시험 대비 강의는 기본. 전·현직 인사담당자에게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의 송의석 씨(24세)는 8월에 45만 원을 내고 반도체 공정을 실습했다. 송 씨는 “반도체 기업에 지원할 때 직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에 공정 실습만 한 게 없다”고 참여 이유를 말했다.

이론 교육을 포함해 나흘간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 전기 회로를 깔고 불량 여부까지 확인했다. 그는 “가공 과정에서 특수 용액이 자꾸 튀어서 아까웠다. 교수님께 말씀드리니 공장에서는 재활용하거나 특수 기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화학공학과에 다니는 김현준 씨(23)도 10월에 반도체 공정을 실습했다. 방진복을 입고 2인 1조로 반도체를 만들었다. 조원과의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집에 가져온 반도체를 지금도 소주이 간직한다.

▲ 김현준 씨가 반도체를 가공하는 모습(김현준 씨 제공)

반도체 공정을 실습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지원자 사이에서 기본 스펙이 되면서다. 사교육 업체가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를 받아 심사하고 일부를 탈락시킨다.

송 씨도 지난여름 두 번 탈락한 뒤에 합격했다. 경쟁률이 비교적 적은 경남 울산의 대학교에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수업비는 45만 원이지만 교통비랑 숙박비를 합치면 100만 원 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은 프리랜서 연결 플랫폼이나 SNS로 컨설턴트를 만나기도 한다. 프리랜서 플랫폼인 숨고에서는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내용을 기록하면 컨설턴트가 연락한다.

기자가 “어문계열 4학년입니다. 취업 컨설팅을 받고 싶습니다”고 요청서를 보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3분 만에 견적서가 왔다. 이틀 동안 10명이 연락했다. 컨설팅 기업의 대표부터 전·현직 인사담당자까지 다양하다.
 
취업을 오래 준비한 최유신 씨(27)는 졸업하자마자 학원에 다니지 않은 점을 후회했다. 필기 전형에서 계속 떨어지다가 학원 강의를 듣고 필기시험에 처음 합격했다. 그는 “걸어가다 계속 똑같은 데서 넘어지면 이유를 찾아야 한다”며 취업 사교육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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