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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특집 (82) 인력시장의 청년들
모재성 기자 | 승인 2020.12.06 20:35

 

10월 19일 새벽 5시. 인력시장은 일용직 구직자로 북적였다. 1시간 전만 해도 한산했던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삼거리는 사람을 태워 가려는 승합차의 경적 소리와 구직자의 말소리로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인력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는 젊은 사람 위주로 말을 걸었다. “일 구했어요? 안 힘들다니까? 그냥 뭐 잡아주기만 하면 돼. 돈 많이 줄 테니까 같이 가요.”

인력시장에 처음 나왔다는 심원희 씨(26)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그래도 도착하자마자 일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구로역 5번 출구 앞에는 젊은 청년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19를 예방하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는 구로구청 관계자는 “추석 이후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이 다시 많아졌다”며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20~30대 젊은 청년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기다리는 모습

남구로역의 인력시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인력시장이다. 5번 출구 기준으로 반경 200m에 인력사무소 23개가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건설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는 인력시장의 메카.

이곳의 주인공은 청년이 아니라 조선족과 장년층이다. 매일 새벽이면 일자리를 구하려는 500여 명이 몰리면서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청년들이 인력시장에 나온 이유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0월 16일 발표한 ‘2020년 9월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전체 취업자는 2701만 2000명으로 1년 전의 같은 기간보다 39만 2000명 감소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고용 충격이 가장 컸던 4월(47만 6000명 감소) 이후 가장 많다. 특히 기업이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30대 취업자가 28만 4000명 줄었다. 또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가 21만 8000명 줄었다.

심 씨는 “취업을 준비했던 분야에서 신입 채용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가만히 놀고 있을 수 없어 다양한 일을 하며 돈을 번다”고 말했다. 11월 4일 새벽 남구로역 4번 출구 앞에서 봉고차를 기다리던 홍모 씨(31)는 “돈이 급히 필요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은 청년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일자리다. 구로 인력시장에 나와 두 차례 일을 했다는 고경석 씨(27)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돈이 필요할 때 건설 일용직을 종종 나간다. 일을 오래 하면 잡부가 아니라 철근팀이나 목수팀에 포함돼 일당을 더 받는데, 이렇게 몸값 올리는 재미를 느끼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이 잡부로 일하면 하루에 10만~12만 원을 받는다. 목수 및 철근 업무가 가능하면 16만~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김혜성 씨(22)는 “건설 일용직의 가장 큰 장점은 보수를 바로 받고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라며 “꾸준히 해야 하는 일반 아르바이트와는 달리 내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 남구로역 5번 출구 맞은편의 자판기. 날씨가 쌀쌀해 상당수 구직자가 일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셨다.

10월 21일 새벽 5시 20분.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거리의 일용직 노동자는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있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받지 못하면 거리를 기웃거리며 ‘땜빵’ 인원을 구하는 봉고차를 기다렸다.

“잡부 1명!” 봉고차에서 누군가 내려 이렇게 외치면 경쟁하듯 우르르 몰려가지만 3명이 뛰어가면 2명이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다.

건설 일용직은 주로 기술이 있는 숙련공을 포함해 팀 단위로 움직인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거나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선호한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건설 일용직을 원하는 청년은 대부분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구한다.

기자가 오늘 당장 일을 할 수 있냐고 묻자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4시간 안전교육 미리 들었어야 할 수 있어요. 안전화랑 갈아입을 옷 가져왔어요?”라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려면 안전교육보건센터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영현 씨(21)는 “인력사무소에 미리 전화해 안전교육증과 적절한 복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다”며 “현장에서는 기술자가 작업하고 생긴 쓰레기를 치우고 합판, 벽돌 등 필요한 자재를 나른다”고 말했다.

젊은 청년은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 현장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고 모 씨(57)는 “젊은 친구들은 건설 현장에서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잠깐 있다가 간다고 생각해 시간을 때우기 바쁜 청년이 많다“고 말했다.

경력이 오래된 근로자는 코로나 19로 경기가 어려워져 청년들이 현장에 나오는 모습에 대해 기특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 대단지 공사현장에서 7년째 일을 하는 김영란 씨(57)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 사람이 힘든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보기 좋다”며 “현실이 어렵다고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0명 정도의 건설팀을 이끄는 10년 경력의 이모 씨(55)는 “이 일은 오래 하면 몸이 많이 망가져서 힘들고 어렵다. 젊은 친구라면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월 4일 새벽 6시. 인력시장의 마감 시간이다. 흰옷을 입은 구청 관계자들이 길에 소독제를 뿌렸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굳은 표정으로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하자 인력사무소 사장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오늘 일을 못 구했냐.” 오늘 일이 많았냐고 기자가 되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젊으면 할 수 있는 거 많지. 이제 추우니까 저녁에 기름 넣어서 불 때고 그러는 일 있어. 내일 꼭 준비해서 나와. 젊은 아저씨들이랑 같이 따뜻한 곳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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