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가 ‘포스트 코로나’인데 ‘각자도생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전개했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각자도생하면 결과가 좋지 않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종말은 ‘계속되어 온 일이나 현상의 마지막’을 뜻한다. 근대사회의 종말, 싸움의 종말처럼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하거나 비극적 종말, 인류의 종말, 통치자의 종말처럼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한다. 종말이라는 단어로 무엇을 주장할까.

<단락 1>
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제 옛말인 걸까? ② 사회적 거리두기가 미덕인 시대다. ③ 타인은 감염위협, 믿을 건 나 자신뿐. ④ 대규모 유행 초기의 마스크 대란과 생필품 사재기는 각자도생이 적나라하게 구체화한 예다. ⑤ 그러나 역설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흩트렸지만 사회적으론 뭉치게 했다. ⑥ 큰 위기 앞에선 모두 한목소리로 큰 정부를 찾았다. ⑦ 정부가 사기업의 마스크 가격과 구매를 직접 통제했는데, 한술 더 떠 대만처럼 정부가 마스크 생산을 주도하잔 목소리가 나왔다. ⑧ 개인의 이기심과 자유시장 원리만으론 공동체를 지킬 수 없음을 온 국민이 깨달았다. ⑨ 대신 떠오른 건 각자 욕심을 접어두고 공익을 위해 양보하는 마음가짐이다.

<평가>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속담을 활용해서 비유 또는 비교하거나 강조하면 눈길을 끈다. ①은 질문으로, ③은 명사형 단어로 끝난다. 문장의 뒷부분을 이렇게 처리하면 간결해진다.
⇨ 사회적으론? 주도하잔? 대신 떠오른 건? 논술에서 구어체를 많이 쓰면 글이 가벼워 보이므로 조심하자.
⇨ 허술한 부분은 ④와 ⑤다. 앞에서는 각자도생이 적나라하다고, 뒤에서는 사회적으로 뭉치게 했다고 썼다. 어느 쪽이 맞는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 또 있다. 마스크 대란과 생필품 사재기를 각자도생의 사례로 꼽았다. 생필품 사재기는 각자도생에 해당한다. 마스크 대란 역시 각자도생인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서 국민이나 기업이 이기적 모습을 보였다면 몰라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 자체가 각자도생은 아니다.

<단락 2>
① 코로나 시대 제1과제인 방역과 보건부터가 연대와 협력을 요구한다. ②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③ 모두가 방역에 협조해야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다른 이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하다. ④ 이런 소중한 연대가 얼마나 시스템에 잘 녹아들었는지가 각국 보건의 성패를 좌우했다. ⑤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필두로 많은 의료서비스를 공공이 맡는다. ⑥ 덕분에 진단 시약 업체들은 안정적 수요를 기대하고 일찍이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다. ⑦ 시민은 진료비 폭탄 걱정 없이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⑧ 반면 민영 건강보험이 지배하는 미국과, 의료 민영화 정도가 큰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는 대유행 초기 사망자가 속출해도 대처가 어려웠다.

<평가>
⇨ ④는 논리적으로 허술하다. 연대와 시스템과 보건의 성패가 각각 원인과 결과인지 분명하지 않다. 사회적 연대는 공감과 자율을 전제로 한다. 싱가포르의 방역 성공은 연대의 결과인가, 국가의 강력한 통제의 결과인가?
⇨ ⑤와 ⑥에 따르면 전 국민 건강보험 덕분에 진단 시약 업체가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실인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정부와 제약업체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건강보험 제도가 뒷받침해서가 아니다.
⇨ ⑧처럼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사망자가 속출한 이유를 건강보험으로만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두 나라의 코로나 19 피해는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단락 3>
① 연대가 필요한 게 코로나 대응뿐일까. ② 확률은 낮아도 그 파장은 엄청난, 꼬리위험은 개인의 자유로운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③ 그리고 위험 취약계층의 위기는 공동체 전체로 퍼져나간다. ④ 한 나라의 신용위기는 가계의 연쇄도산을 낳고, 이는 세계 금융위기로 발전한다. ⑤ 국제 협력이 실패하면 기후위기가 오고, 일부가 아닌 전 인류의 위협이 된다. ⑥ 그러므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각자도생의 종말이어야 한다. ⑦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나라, 끈끈하게 공조하는 국제사회가 필요하다. ⑧ 감염병 대유행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교훈을 오히려 되새긴다.

<평가>
⇨ 처음의 두 단락은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다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단락 3>은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를 언급했다. 글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 ⑧이 이상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교훈을 오히려 되새긴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감염병의 대유행 시기에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뭉치면 죽는다, 살고 싶으면 흩어져야 한다>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
⇨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각자도생의 종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이 글의 중간에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다음 단락에 나와야 한다.

<단락 4>
①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를 자유란 미명으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② 이들은 코로나 19의 교훈을 외면한다. ③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며 행동의 자유를 말하고, 수만 명 규모 집회를 열며 종교의 자유를 내세운다. ④ 자유경쟁 입찰을 내세워 백신을 거금에 독점 계약하는 나라도 있다. ⑤ 대가는 당사자가 아니라 공동체, 전 세계가 치러야 한다. ⑥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외치다 코로나 19에 감염됐다. ⑦ 스스로는 쾌유했지만, 12만 명이 넘는 자국 사망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평가>
⇨ 각자도생의 종말이 필요한 이유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문제를 나열했다. 첫 단락과 비슷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느낌을 준다.
⇨ ③은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를 이기주의로만 설명하기는 힘들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마스크 착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문화적 요인도 존재한다.
⇨ 단락 하나에서 너무 많은 사례를 다뤘다. 개인, 기업, 국가. 전부를 조금씩 언급하니 주마간산(走馬看山) 같다.

<단락 5>
① 이들에게 분명히 다그쳐야 한다. ② 코로나 ‘이후’는 연대 없이 오지 않는다고. ③ 전염병을 끝낼 백신은 취약계층에게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방역 효과가 크다. ④ 전 세계 유행이 끝나야 예전처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⑤ 각국이 코벡스 퍼실리티처럼 백신 공동 공급을 위한 모임에 가입하는 이유도 홀로 코로나 종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⑥ 경제위기 대응도 마찬가지다. ⑦ 지난 4월 IMF는 연대특별세를 제안했다. ⑧ 소득과 부동산, 부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취약계층을 돕자는 내용이다.

<평가>
⇨ 첫 문장의 ‘이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앞의 단락에 각자도생의 여러 주체가 나왔다. 개인과 집단이라면 모를까, 나라에는 이들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지 않다.
⇨ ②에서 연대를 말하는데 ①에서는 다그쳐야 한다고 했다. 연대를 원하면 다그침이 아니라 토론과 설득과 공감이 필요하다.
⇨ ③이 타당한지는 조금 더 따져야 한다. 전략적인 배분 대상은 의료진, 군인, 공항 등 공공시설 근무자다.

<단락 6>
① 이제 기로에 섰다. ② 내 자유만 내세우며 집회에 나가는 사람,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나라에게서 각자도생의 징후가 보인다. ③ 대유행의 끝에 각자도생의 종말을 선언할 것인가, 아니면 각자도생에 의해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④ 코로나 이후에는, 물리적으로 떨어질지언정 정신적으로는 뭉쳐야 산다.

<평가>
⇨ ①처럼 기로에 섰다고 말한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②는 앞에 나온 내용의 반복이다.
⇨ 종말을 선언할 것인가,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 ③은 대구를 통해 문장의 맛을 살렸다. ④와 순서를 바꾸면 어떨까. 마지막이 강렬해진다.
⇨ ③에서 ‘대유행의 끝’은 ‘대유행의 시기’로 바꿔야 더 정확하다. 

▣ 조언
포스트 코로나를 여러 면에서 다룰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통제, 사회적 양극화, 국제사회의 공조. 글 하나에서 전부를 조금씩 언급하기보다는 하나에 집중하면 글의 밀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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