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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베넷, ‘미투’ 이후의 젠더 보도를 책임지다
장현은 기자 | 승인 2020.11.29 15:06

 

“카말라 해리스 전에 샤를로타 바스가 있었다.”(Before Kamala Harris, There was Charlotta Bass.)

뉴욕타임스(NYT) 9월 4일 자 인터넷판 기사의 제목이다.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자 게재됐다. 기사는 샤를로타 바스(Charlotta Bass)라는 인물에 대한 회고로 시작한다.

<지난달 카말라 해리스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오르자 미키 워젠크로프트(Mikki Wosencroft)는 눈물을 흘렸다. 미키는 대고모인 샤를로타 바스를 떠올리며 “우리가 얼마나 멀리 온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를로타는 50년도 더 전인 1952년에 진보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다. 당시 부통령 후보에 오르며 샤를로타는 “나 자신, 모든 여성, 모든 국민을 위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이 흑인 여성을 이 미국 땅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직책으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Overlooked No More: Before Kamala Harris, There was Charlotta Bass 중에서)

기사는 제시카 베넷(Jessica Bennett) 에디터가 썼다. 바스가 1880년 태어나 196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삶을 보여준다. 부통령 후보의 선거 전단과 캠페인 모습 등 흑백 사진과 함께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가 나오기까지의 미국 여성 정치사를 전한다.

베넷은 NYT의 ‘젠더 에디터’로서 여성 관련 기사를 3년간 썼다. 최근에는 젠더와 문화를 담당하는 ‘선임 에디터(editor at large)’가 됐다. 그는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NYT 홍보팀을 통해 베넷과 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NYT의 젠더 에디터 직책은 2017년 10월 생겼다.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지원자 300여 명 중에서 베넷이 선발됐다.

그는 준비된 인물이었다. <뉴스위크>에서 젠더와 관련된 기사를 10년 이상 썼다. 14개국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Feminist Fight Club)’의 저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2017년 번역본이 나왔다.

NYT는 홈페이지 공지(2017년 10월 10일)를 통해 베넷의 임명을 알리며 “전 세계 여성 독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 베넷이 저서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과 관련해 인터뷰하는 모습(출처=게티이미지뱅크)

베넷은 지난 3년간 젠더 에디터로서 두 가지 역할에 집중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편집 측면에서는 젠더 렌즈를 통해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려는 노력을,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독자층의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했다.”

2017년 당시 NYT 독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다. 독자 활동도 남성이 더 활발했다. 베넷은 이 격차를 좁히겠다고 했다. “최선의 방법은 젠더 렌즈를 통해 보도, 전달 방식, 그리고 마케팅을 적절히 결합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젠더 에디터의 주 업무를 베넷은 이렇게 설명했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업무는 뉴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이나 여성 해병대에 관한 특집 기사를 편집하거나, ‘This is 18’과 같은 특별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것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베넷은 첫 업무로 ‘#MeToo Moment’ 뉴스레터를 맡았다. 미투 운동에서 기사로 전달되지 않는 내용을 전달했다. 의제를 넓힌 셈이다. 와인스타인 스캔들이 어떻게 세계적 운동을 촉발시켰는지를 기록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별 프로젝트를 통해서 젠더 이슈를 선제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NYT 디지털 에디터인 아미샤 파드나니(Amisha Padnani)와 함께 기획한 ‘간과된 사람들(Overlooked)’ 프로젝트다.

백인 남성의 소식이 지배적인 부고 기사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이전 부고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성의 삶과 죽음을 다뤘다. 앞서 소개한 샤를로타 바스처럼 역사에서 지워졌던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성의 날인 2018년 3월 8일 첫 기사를 내고 지금까지 연재한다. 그해 3월 30일 자로 유관순 열사를 다뤄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가 설립한 프로덕션 회사,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는 이 기획을 넷플릭스와 함께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다. ‘For the Record’라는 학생 작곡 뮤지컬도 나왔다. 베넷이 강조한 마케팅이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그는 탁월한 기획가이기도 하다. NYT가 여는 세계적 여성 콘퍼런스(New Rules Summit)을 담당했다. 2018년에는 토론자로 참석했고, 작년에는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감독했다.

▲ The Rules Summit 현장에서의 제시카 베넷(왼쪽·출처=제시카 베넷 홈페이지)

작가로서의 도전 역시 멈추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저술한 책은 ‘This is 18’이다. 전 세계 18세 소녀의 삶에 주목하는 NYT 시리즈를 반영했다.

베넷은 자신의 후임에 대해 묻자 “이제는 NYT의 여러 분야 기사에 젠더적 시각이 담기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젠더 보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젠더 에디터라는 특정한 역할은 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가 NYT의 처음이자 마지막 젠더 에디터가 됐다.

선임 에디터의 역할을 묻자 그는 젠더 에디터의 일과 같다고 말했다. “대신 업무에 조금 더 유연성이 생겼고, 글 쓰는 데 더 시간을 많이 쓸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새로운 책 작업에 들어갔다.

마지막에 베넷은 “젠더와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글 쓰는 일을 쉬지 않는다. 내일은 미국의 정치와 남성성에 대한 기획 기사가 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다음 날인 11월 2일, 그의 기사가 나왔다. 제목은 <Trump, Biden and the Tough Guy, Nice Guy Politices of 2020>이다.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남성성을 다뤘다.

이 기사는 베넷의 계속되는 도전을 함축한다. 사회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젠더 중심적인, 문화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젠더의 시각으로 그는 계속 연구하고, 쓰고, 말한다.

미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물었다. 베넷은 “미국 미디어는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더 잘 수행해야 한다. 정치인뿐 아니라 보도에서도 대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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