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서현 양(19)은 지하철역에서 음료수를 버릴 때마다 불편하다. 화장실까지 가서 플라스틱 컵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신민정 씨(27)도 마찬가지.

음료를 담은 컵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재활용이 힘들다. 한국환경공단의 공식 블로그에는 분리배출 4원칙을 설명한 포스터가 있다. 음료 컵은 완전히 비우고 이물질을 깨끗이 씻고 라벨과 뚜껑을 품목별로 버리도록 한다.

음료수 같은 이물질이 다른 쓰레기에 묻으면 재활용 과정에서 전부 세척해야 하므로 청소할 때 힘들다. 또 이물질이 있으면 얼룩이 지니까 재생원료의 품질이 저하된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고 서울교통공사는 환승역을 중심으로 지하철역에 음료수 쓰레기통을 시범설치했다.

지하철역 환경미화원 임영순 씨(60)는 “음료가 쓰레기에 묻으면 전부 꺼내서 물로 씻어야 하므로 일반 쓰레기보다 청소하기 힘들지만 음료수 쓰레기통이 생기고 나서는 그냥 버리는 사람이 전보다 줄어 청소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과 수유역의 음료수 쓰레기통

쓰레기통에 음료 컵을 그대로 버리는 모습은 버스 정류장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면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직장인 이다은 씨(27)는 버스 정류장 주변에 음료 컵을 버릴 곳이 없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볼 때마다 경민대 원종명 씨(23)는 음료와 얼음, 그리고 빨대와 플라스틱과 비닐까지 분리해서 버릴 곳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는 음료수 쓰레기통 설치를 지방자치단체에 권장할 뿐,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청 청소행정과는 2017년 신촌에 음료수 쓰레기통을 설치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없앴다. 다른 쓰레기까지 함께 버리는 일이 많아서다.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무단투기 같은 부작용이 더 커져서 버스 정류장에 음료수 쓰레기통을 설치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의 음료수 쓰레기통은 세면대 모양이다. 가운데 구멍을 통해 음료수가 빠져나가도록 했다. 그러나 구멍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많으므로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려면 구멍을 자주 열어야 한다. 여기에 담배 같은 쓰레기를 함께 버리면 막혀버린다.

▲ 세면대 모양의 음료수 쓰레기통

서울교통공사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음료수 쓰레기통의 모양을 바꾸는 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이물질을 전부 세척하기 힘들므로 배출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환경공단 폐기물관리처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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