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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의 논술강화(論述講話) (21) 사례분석 ① 낙태죄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이화여대 특임교수 | 승인 2020.11.22 20:02

 

논술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사안의 찬성 또는 반대의견을 묻는 방식이다. 수험생은 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런 논제에서는 결론만으로 다른 글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찬성 아니면 반대가 아니라 과정을 차별화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해야 한다. 결론 자체가 아니라 결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나 논리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락 1>
① 낙태죄는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다. ②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낙태죄 때문에 임신중단 결정을 포기하는가. ③ 그렇지 않다. ④ 처벌받거나 불법수술을 할지언정 임신중단을 한다. ⑤ 낙태죄가 엄격할수록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임신중단과 그로 인한 여성 사망률이 증가할 뿐이다. ⑥ 이처럼 낙태죄는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⑦ 그런데도 정부의 형법 개정안은 낙태 처벌 조항을 그대로 둬 ‘낙태는 범죄’라는 낙인을 유지시켰다. ⑧ 낙태를 줄이기보다는 임신중단을 하려는 여성들에게 심리적 압박만 주는 악법이 될 우려가 있다.

<평가>
⇨ 자기 생각을 첫 단락에서 분명하게 드러냈다. ①이 결론이고 ⑧에서 다시 강조한다.
⇨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④와 ⑤다. 두 문장이 ①과 ⑧을 뒷받침하지만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 통계나 연구결과를 넣어야 글이 충실해진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수험생의 지식과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심사위원이 알기 힘들다.
⇨ ②와 ③ 같은 자문자답은 논술에서 가끔 사용할만하다. 문장이 짧을수록 효과적이다.

<단락 2>
①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은 여성의 자기결정이기도 하지만, 태어날 아이의 생명과 삶의 존엄에 대한 결정이기도 하다. ② 먹고살기 힘든 사회에서 본인과 태아를 위해 가장 깊은 고민을 할 사람은 임신한 여성 자신일 수밖에 없다. ③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도 그래서 나왔다. ④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는다고 봤다. ⑤ 여성의 몸이 신체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태아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⑥ 임신을 중단하겠다는 여성의 결정이 곧 태아를 보호하는 결정이 되는 셈이다.

<평가>
⇨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핵심 단어다. 임신과 출산처럼 낙태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 이런 생각을 ③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풀어가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민이 필요하다. 헌재 결정문은 이번 논제에서 누구나 사용할만한 근거다.
⇨ 차별화를 위해 미국 사례를 추가하면 어떨까. 낙태는 미국 사회에서 계속된 논쟁의 대표적 주제다. 연방대법원이 어떻게 판결했는지, 소송 당사자와 의료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소개하면 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단락 3>
①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② 낙태죄 전면 폐지가 답이다. ③ 낙태 허용 기간의 범위를 좁히고 넓히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④ 애초에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처한 상황이 달라 임신 주수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⑤ 임신 14주가 넘어가면 상담과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반드시 거치도록 한 것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결국 불법수술을 택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⑥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합법적 낙태 기간을 놓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⑦ 실제 현실에서 이 모든 상황 속에 여성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결국 낙태가 죄든 아니든 임신중단을 하게 된다. ⑧ 이들에게 죄를 묻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평가>
⇨ 처음의 두 단락과 비슷하다. 낙태(폐지), 처벌, 불법수술, 임신중단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온다. 같은 명사를 계속 사용해서 글이 단조로워졌다.
⇨ 도입부(단락 1)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결론을 말하면 무난하다. <단락 2>와 <단락 3>은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므로 각각 다른 사례나 논리로 구성해야 한다.
⇨ 위에서는 미국 사례를 <단락 2>에 넣는 방법을 권했다. 공부를 많이 했다면 미국 사례로 <단락 3>을 만들어도 좋다. 본론(단락 2와 3)을 각각 국내와 해외사례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두 개의 논거로 <단락 1>을 보강하는 셈이다.

<단락 4>
① 사회 환경을 바꾸는 게 먼저다. ② 무엇보다 피임 없는 성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게 시급하다. ③ 한국의 성교육은 콘돔 사용법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 등 부실하다. ④ 가정에서, 학교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피할 만큼의 분별력은 길러줘야 한다. ⑤ 나아가 어린 나이에 임신하더라도 아니꼽게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뜻하지 않던 임신이라도 걱정 없이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 ⑥ 낙태죄를 처벌하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여성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
⇨ 사회 환경을 바꾸자면서 세 가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②~④는 비슷한 내용이므로 ⑤와 ⑥처럼 하나의 문장에 압축하면 충분하다.
⇨ 글이 밋밋한 이유는 같은 술어(~해야 한다)를 반복해서다. 수험생의 주장만으로 단락을 채우면 수백 편 중에서 돋보이기 힘들다.
⇨ 낙태를 다룬 판결, 문학,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가 많다. 이런 자료를 활용해서 글을 마무리하면 심사위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추가>
글 어디에도 인간이 보이지 않는다. 낙태는 수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일이다. 낙태로 고민하고 낙태로 피해를 겪은 여성의 이야기를 넣어야 글이 생생해진다. 실제 현실에서든, 허구의 세계에서든 여성의 모습을 구체적 보여주는 사례로 글을 풀어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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