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한국언론진흥재단
주제=아시아 언론 포럼
일시=2020년 10월 22일(목) 오후 2시~3시 40분  
방식=유튜브 채널 온라인 생중계
좌장=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
발표=아돌포 아렌즈(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포그래픽팀 부국장) 이안 이(스타미디어그룹 분노 ‘R.AGE’ 프로듀서) 재마크 토르데시야(필린 GMA 방송사 온라인뉴스 편집국장) 김동인(시사인 기자)


뉴스 소비의 중심축이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원하는 뉴스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언론사는 변화에 대응하고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에 나서며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는 중이다.

‘아시아 언론 포럼’은 아시아 4개국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발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인포그래픽 저널리즘이었다.

<SCMP>는 116년 역사의 전통언론인데 인포그래픽을 앞세워 세계적인 언론사로 거듭났다. 인포그래픽은 정보와 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정보 전달 방식이다.

인포그래픽팀 부국장 아돌포 아렌즈는 “이전 인포그래픽은 작은 도표와 그림으로 기사를 보완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그 자체만으로 뉴스를 전달한다”며 “우리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최초로 인포그래픽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후 <SCMP>는 인포그래픽 기사를 종이 지면이 아니라 온라인에 맞게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아주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SCMP> 홈페이지에는 현재 147건의 인포그래픽 기사가 있다. 아렌즈 부국장은 하나의 인포그래픽 기사에 완성도와 일관성을 갖춘 한 가지 테마를 적용한다는 철학을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 일본 대지진을 다룬 인포그래픽 기사(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작년에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과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아렌즈 부국장은 “시위가 불붙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그동안 했던 작업을 돌아볼 틈도 없이 인포그래픽 기사를 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팀은 시위에서 연행된 이들의 모습을 시각화해서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이 많아 이들에 대한 정보가 풍부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체포된 사람 수, 성별, 연령 등의 정보밖에 없었고 이것으로는 단순한 도표밖에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계획은 아니었다.”

인포그래픽팀은 체포된 사람 수만큼 검은색의 사람 아이콘을 화면에 그려 넣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체포됐는지 직접 보여주는 시각화로 뉴스를 전달하려고 했다.

▲ 홍콩 시위 인포그래픽 기사(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아렌즈 부국장은 “인포그래픽은 현재 아시아 언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저널리즘의 한 형식”이라며 “우리는 기자로서 인포그래픽 저널리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말레이시아 <스타미디어>의 탐사보도가 발표됐다. 발표자인 이안 이 프로듀서는 자신들의 탐사보도를 임팩트 저널리즘이라 말했다. 사회 문제 고발에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R.AGE>라는 매체를 만들어 임팩트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탐사보도를 다큐멘터리와 기사 형식으로 게재한다.

이안 이 프로듀서는 친족이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자격을 박탈당한 사건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친족은 미얀마 소수 민족으로 대부분 기독교를 믿는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의 통치로 인해 종교적 억압을 겪는 중이다. <R.AGE>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약 3만 명의 친족 난민이 있다.

<R.AGE>는 2018년 7월 말레이시아에서 친족이 난민 자격을 박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알면서 취재를 시작했다. 이안 이 프로듀서는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이 극심한 공포와 우울증을 겪고, 우울증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난민은 없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의 탐사보도다.

보도는 말레이시아에 반향을 일으켰다. 유엔 난민기구 또한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행된 정책은 없었다.

<R.AGE>는 멈추지 않았다. 친족 난민을 인터뷰한 짧은 영상 15개를 올리는 ‘친 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영상을 본 독자가 유엔 난민기구와 말레이시아 정부에 연락을 넣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 친 업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이안 이 프로듀서(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R.AGE>는 온라인에 다큐멘터리를 인터랙티브 기사 형식으로 게재함으로써 디지털 이용 능력이 높은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 2016년 방글라데시 청년들이 대학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인신매매되는 사건을 보도한 탐사보도가 대표적이다.

빔죄자를 6개월 동안 몰래 따라다니며 현장을 촬영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보도 이후 말레이시아 국회의원들은 인신매매 금지 법안을 만들었고 1년 안에 통과시켰다. <R.AGE>는 이런 임팩트 저널리즘을 인정받아 2018년 피버디상 후보에 올랐다. 피버디상은 미국방송협회와 조지아대학 이사회가 주는 상으로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린다.

이안 이 프로듀서는 “울림이 있는 다큐멘터리 탐사보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임팩트(영향)를 미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는 필리핀 <GMA>의 멀티미디어 저널리즘이었다. <GMA>는 필리핀의 최대 방송사다. 발표자인 재마크 토르데시야는 <GMA>의 온라인뉴스 편집국장이다.

<GMA>에서 시도한 디지털 혁신은 다양하다. AI를 이용해 영상을 만들고 인터랙티브 기사를 보도한다. 토르데시야 편집국장은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보도한 사례를 소개했다.

필리핀에서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자신의 피해는 복장 때문이 아님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공유하는 일이 있었다. 교복, 헐렁한 운동복, 멜빵바지 등 일상적인 옷을 입고도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언한 사회 운동이었다.

<GMA> 온라인뉴스팀은 이들이 입었던 옷을 그림으로 시각화했다. 인터뷰를 통해 피해 여성이 자신의 관점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는 목소리를 담은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 <GMA>의 성범죄 피해 인터랙티브 기사(출처=GMA)

토르데시야 편집국장은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언론이 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는 한국 <시사인>의 롱폼(long form) 저널리즘이었다. 롱폼 저널리즘은 영문 기준으로 2만 자 이상의 긴 기사를 말한다. 단편소설 분량과 비슷하다. 발표자인 김동인 기자는 2019년 특별기획 ‘빈집’을 소개했다.

‘빈집’은 긴 호흡으로 기사를 쓰고자 했던 기자들의 갈증에서 시작됐다. 김동인 기자는 “30일 동안 대림동에서 살며 중국 동포를 인류학적 접근에서 쓴 기사에 달린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짧은 기사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는 “독자가 긴 글을 읽기 어려운 환경을 언론이 만든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시사인> 기자들은 단편적인 기사를 많이 보도하기보다 독자에게 기억될, 제대로 된 기사 1편을 쓰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빈집’은 작년 5월부터 4개월간 17개의 지방 도시와 일본, 미국, 독일을 취재한 결과다. 2019년 10월 21일 ‘빈집의 경고’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서울에서는 알 수 없는 지방 도시의 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김동인 기자는 “빈집 기획은 사람이 없는 보도라는 특징이 있었다”며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기사를 어떻게 하면 독자가 읽고 싶게끔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빈집이라는 공간을 제대로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같은 문제를 가진 외국과 비교했다.

“종이 기사에는 4만 자 분량으로, 온라인 기사에는 2만 2000자 정도로, 디지털 스토링텔링 기사에는 3000자로 수정해 올렸다. 특히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는 모바일 화면을 고려해서 한 화면 안에 읽기 좋도록 편집될 수 있게 스크롤을 내리는 속도감도 고민하며 편집했다.”

마케팅도 고민했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홍보하는 방식을 차용해 ‘빈집’ 보도에 관한 티저 영상을 올리는 등 흥미를 유발했다. 그는 이런 과정으로 기사를 만들면서 “기자가 스크립트를 쓰는 방송작가, 데이터를 만드는 데이터 매니저, 홍보를 위한 마케터 역할까지 다 해냈다”고 말했다.

▲ 김동인 기자의 발표 모습(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이런 노력으로 특별기획 ‘빈집’은 ‘2019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상’과 ‘제8회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상’을 받았다.

김동인 기자는 “‘빈집’ 기획이 한국 언론계에 던진 화두는 저널리즘도 유엑스와 유아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엑스(UX·User experience)는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경험을, 유아이(UI·user interface)는 사용자가 모바일로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을 뜻한다.

그는 “빈집이라는 지면 기사를 온라인으로 재편집할 때 스마트폰을 두드리면서 리듬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며 “게임 같은 다채로운 콘텐츠에 익숙한 문법을 지닌 세대가 늘어나는 만큼 언론도 사용자 친화적인 독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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