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한국언론진흥재단
주제=협업과 파트너십
일시=2020년 10월 22일(목) 오후 4시~6시
방식=유튜브 채널 온라인 생중계
좌장=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발표=브리짓 알프터(유럽 아레나 포 저널리즘 이사) 미샤 케첼(더 컨버세이션 선임이사 겸 편집인) 심인보(뉴스타파 기자)
토론=이성규(미디어고토사 편집장·전 메디아티 이사) 김선호(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두 번째 세션의 좌장을 맡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은 “한국 언론은 협업에 대해 미숙하고 저항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세션을 통해 협업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 알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브리짓 알프터(Brigitte Alfter) 유럽 아레나 포 저널리즘 이사가 디지털 환경에서 중요해지는 협업 저널리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청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한다. 이건 세대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뉴스라도 국제적인 시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이슈를 다루는 뉴스는 국경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알프터 이사는 덴마크에 살지만 유럽적인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다른 국가의 기자와 협업한다.

네덜란드 교통부 장관이 기차 지연으로 사임한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오가던 기차에 관련된 취재를 위해 양국 기자가 함께 취재해서 기차 사업 입찰 과정의 부패를 밝혔다. 알프터 이사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포착하고 이 문제가 보편적이라는 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업의 필요성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말했다. 협업이 필수인 거래와 무역은 과거에도 항상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디지털이 발달하면서 거래와 무역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알프터 이사는 “이런 실시간 속도를 혼자서는 따라잡기에 한계가 있다”며 “기자들이 제대로 된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자들과 함께 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협업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첫째로 새로운 마인드를 꼽았다. 지금껏 기자들은 경쟁을 통해 기사를 생산했다. 이제는 협업을 통해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고 훨씬 큰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다.

둘째로 언어적 역량을 강조했다. 디지털의 발달과 함께 번역 기술이 좋아졌지만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의 소통은 번역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다문화적 소통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 브리짓 알프터 이사가 발표하는 모습(출처=한국언론진흥재단)

그는 국가를 초월하는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디지털 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에 관련된 기사를 쓰고 싶을 때는 농업전문 기자를 찾을 수 있는 인프라, 즉 디지털 도구가 필요하다.

 알프터 이사는 경쟁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쟁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협업이 굉장히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하루 아침에 협업을 하자는 건 아니다. 협업은) 복잡한 언론사의 구조를 서서히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미샤 케첼(Misha Ketchell)은 ‘더 컨버세이션’의 선임이사 겸 편집인이다. <더 컨버세이션>은 학자와 기자의 협업으로 사실 기반의 무료 뉴스 소스를 공급한다. 2011년 생겼다.

콘텐츠는 크게 세 가지다. 신규 연구 분야, 시의성 있는 뉴스, 그리고 시의성 없는 뉴스다. 사회에 중요한 새로운 논문이 나왔을 때 독자가 알기 쉽도록 뉴스 스토리로 만들거나, 코로나19에 관해 전염병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어린이가 궁금할 내용이나 교육자료를 올린다.

“건강을 위해 깨끗한 물이 필요하듯이 청정 정보는 민주주의에 필요하다.” 이를 위해 <더 컨버세이션>은 세계의 다양한 언론사와 협업 중이다. 케첼 편집인은 경쟁자를 이기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의 협업은 뉴스타파의 등장 전후로 나뉜다. 삼성전자에서 기술 유출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구속됐던 사건 보도를 처음으로 ‘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국회의원 예산 오남용 보도’,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 등 굵직굵직한 탐사 보도가 모두 협업의 결과다.

세 번째로 발표자인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매체의 보도라는 이유만으로 기사 자체를 믿지 않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독자가 요구하는 기사의 수준이 높아지는데, 지금 우리나라 언론환경에서는 개별 언론사가 매일 그 수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협업이 필요하다.”

협업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공론장이 변화하면서 개별 언론사의 영향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심인보 기자는 “공영방송에서 보도해도 다음 날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독자 눈높이가 높아지면 언론사는 탐사 보도를 많이 하는데, 이런 보도조차 독자의 외면이 심하다. 그러므로 협업을 통해 여러 곳에 알리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협업에는 비효율이 따른다. 심인보 기자가 상호존중을 강조한 이유다. 특히 메이저 언론사와 메이저가 아닌 곳이 협업하면 상호존중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는 “조선일보와 MBC의 협업이 가능해질 때 언론에 쏟아지는 기레기라는 질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토론에는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과 이성규 미디어고토사 편집장(전 메디아티 이사)가 참여했다.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언론사 간의 경쟁이 사회에 큰 혜택을 줬다고 말했다. 복수의 언론이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정부의 언론통제가 쉽지 않았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언론사가 투자를 활발하게 하면서 콘텐츠와 미디어가 다양해졌고 품질이 향상됐다.

김선호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이런 이점들이 시장실패와 병리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기자들이 기사를 통해 광고 홍보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언론사 간의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언론사가 협업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형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구글이나 네이버가 자금을 제공하고 언론사가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도 있다.

“협업은 도덕도 당위도 아니다.” 이성규 미디어코토사 편집장은 협업은 실무적이라고 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공동의 자원을 배분하고 이를 통해 이익이 명쾌히 도출될 수 있을 때 협업은 자연스럽게 된다는 말이다.

그는 한국 뉴스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직 내부에서는 역량의 다양성을, 조직 외부에서는 자원의 다양성을 통해 협업하자는 뜻. 이성규 편집장은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사실에 대한 합의’라고 말했다.

“자기 반대편 정파를 감시하는 일만이 유일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면 협업의 기본 조건이 만들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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