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 내 머리 위를 날고 있는 방송위성은 몇 개일까? 보이지 않는 방송전파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 속에 담겨 있을 수많은 정보의 양에 아찔해진다. 현재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국내 위성방송의 수는 KBS 위성 1, 2, 아리랑TV, 건강위성, 필립위성, 그린TV 등 17개. 위성 수신 안테나를 설치할 경우 시청할 수 있는 외국 위성방송의 숫자도 40개가 넘는다. 불법으로 시청하는 유료 방송까지 포함한다면 80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 중 국내 위성방송의 대표격인 KBS 위성방송은 1996년 7월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하여 올해로 4년째다. 현재 약 1000만 가구가 KBS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며 위성 수신 안테나는 물론 케이블 방송망을 통해서도 시청 가능하다. KBS 위성방송국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이 오는 10월 이루어지면 내년에야 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KBS측은 내년부터 KBS1, 2TV도 중계 되고 뉴스전문과 한국문화 전문의  KBS위성 2개 채널과  그 외 수십개 위성채널을 한꺼번에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채널이 늘어난다고 '다채널 디지털 위성방송'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실제로 지난 4년간 KBS 위성방송이 보여준 모습은 이런 우려를 더하게 한다. 

지상파 3사의 요란한 프로그램 속에서 지친 탓일까. 아니면 '나밖에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KBS의 안일함이 엿보인 탓일까. 시험방송 기간동안 KBS 위성방송은 엉성하기 그지 없었다. 그동안 몇 번의 프로그램 개편이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란 어려웠다. 공영방송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지상파 KBS2에서 MBC, SBS와 시청률 경쟁에 여념이 없는 KBS가 위성방송까지 꼼꼼히 살피기를 기대하기란 힘든 모양이다.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불만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프로그램 재방송 요청부터 방송평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공허한 프로그램 편성, 지루한 재방송

"왜 위성방송은... 

안녕하십니까? 왜 위성방송 1,2 tv는 인터넷상으로 생방송은 없는 것일까요? 위성방송이면 더더욱 인터넷으로 활성화 시켜야 할 방송이 아닌가요? KBS의 모든 라디오... 일반 방송 2군데는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되고 있는데... 위성tv도 어서 실시간 방송하게 고쳤음 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 J-

많은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KBS 위성방송의 문제점은 방송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과 인터넷으로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내용이 재미없고 다시 보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현재 KBS 위성 1TV는 지상파 KBS1을 그대로 방송하고 있고 위성2TV는 KBS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미국 C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60MINUTES>, <BBC 다큐멘터리 걸작선>, <인사이드 에디션 (INSIDE EDITION)> 등은 수입 프로그램들이고 <뮤직뱅크>와 같은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지상파 KBS 2TV에서 방영된 것을 재방송한다. 지난 7월부터 위성 2TV는 자체 제작한 몇 개의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은 10대 중심의 지상파 오락 프로그램에 비해 다양하고 참신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어릴 적 들었던 설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애니멘터리 한국설화' (일 오후 9시), 고전음악을 디지털 기술로 접목시켜 도는 음악에서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의 변화를 시도한 '클래식 오딧세이' (토 밤 10시), 사라져 가는 전통음식을 재발굴해서 요리법을 기록하는 '음식보감' (일 낮 12시 반), '문화스페셜 한국의 보물', '디지털 미술관' 등 신설된 프로그램의 수는 5개. 위성2TV 측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전체 70~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70~80%의 수치를 방송을 통해 체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위성2TV 주간 프로그램 편성표를 보면 하루 방영되는 10~12개의 프로그램 중에서 자체 제작 방송편수는 5~6개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방송은 제외). 그러나 KBS가 주장하는 수치는 위성 스포츠 중계방송을 자체 제작으로 포함하여 계산한 것이다. 자체 제작 방송 중 스포츠 중계는 하루 최소 2개 정도이다. 워낙 스포츠 중계가 많다보니 그들을 다 포함하면 70~80% 자체제작 주장은 별다른 이의없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스포츠 중계로 스포츠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전문 스포츠 채널이 아닌 위성2TV에서 중계방송이 자체제작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위성2TV가 가지는 본래 방송목적 - 한국의 전통문화와 예술, 세계 문화예술 등 고급 문화와 스포츠, 취미, 영화, 만화, 청소년 음악 등 교양, 음악 프로그램의 집중 편성.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을 빠짐없이 즐길 수 있다 -에 어긋나며 스포츠 외 다른 문화 , 다큐 프로그램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KBS 위성방송이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고 있다. 하루 3~5개의 재방송은 기본이다. 오전에 직장이나 학교에 가느라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편수가 많다.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KBS의 프로그램들을 틀어주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KBS 위성방송을 보는 한 시청자는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2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KBS2TV의 옛 오락 프로그램 <유머 1번지>와 오후 2시 <가요무대>가 12~13년 전에 방송된 것이라며 지나간 프로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요즘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프로그램도 같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독립제작사 지원, 육성 시급하다

사실 KBS 위성방송의 프로그램 부족에서 오는 방송편성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김우룡 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998년 한국TV 프로그램 제작사협회 대표자 세미나에서 KBS위성 1, 2TV의 모든 프로그램을 외주제작물로 편성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대부분 재방송, 동시방송 등으로 편성돼 제 역할을 못할 바에는 외주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독립제작사가 살아남기에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국들의 프로그램 독점과 불공정거래가 관행처럼 행해지고 정부가 독립제작사에게 제공하는 정책자금도 부동산 담보를 제시할 능력이 없는 제작사들에겐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위성방송과 같이 채널이 여러 개인 경우 방송사 자체제작만으로는 프로그램 편성이 불가능하다. 지금도 KBS 위성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 요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만큼이나 프로그램 확보도 중요한 문제임을 지나칠 수는 없다. 결국 독립제작사를 지원, 육성하는 것이 미래의 위성방송 시대를 대비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홈페이지 너무 합니다. 

예전엔 성의 없는 출판물들이 공해였습니다. 이젠 완성도와 변화 없는 홈페이지가 공해인 시대입니다.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가 공해로 남지 않길 기원합니다."  -성실맨-

시청자들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점,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http://www.kbs.co.kr/sat/)의 부실함이다. 현재로서는 완벽한 디지털 위성방송이 불가능하다. MBC와 SBS에서도 HDTV 디지털 방송을 시험방송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디지털 수신기와 UHF 안테나의 국내 보급률이 낮고 KBS 위성방송의 국내 시청자 중 다수가 케이블TV망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방송만큼은 아니어도 KBS 위성방송 자체적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바로 홈페이지이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수많은 인터넷 방송국들도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과는 무언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찾아간 KBS 위성방송의 홈페이지는 기본적인 사양조차 갖추지 못했다.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가 문을 연 것은 지난 7월 1일.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란 꿈속의 이야기다. 지상파 KBS 방송은 물론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인터넷상에서 다시 볼 수 있는데 유독 KBS 위성방송은 TV로만 볼 수 있다. 지나간 방송을 다시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는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한국방송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은 인터넷으로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KBS측은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곧 시행하겠다는 대답만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위성방송 홈페이지에서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1~2 페이지 정도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위주 제작 프로그램이나 외국에서 수입된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인사이드 에디션 (INSIDE EDITION)>이라는 미국 시사 프로그램은 오전 본방송과 오후 재방송으로 두 번 방영되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영어대본이나 프로그램 정보를 요구하는데도 그나마 엉성한 소개 페이지조차 제공되지 않는다.

외국 수입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여 

그 동안 위성에 대한 소개를 볼 수가 없어서 불만이었는데 드뎌 열었나 봐여? 군데 우리나라 제작 위성방송에 대한 소개 등은 볼 수 있었지만 외국 수입방송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네여. 저 같은 경우에는 인사이드에디션은 거의 하루도 안빼고 시청하는 편인데 가끔 방송 중에 시간소개나 방송에 대한 정보를 주기는 하지만 바쁜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데 많이 부족하네여~ 부탁드려여  -판도라-

한국어만 보여요. 여러분의 공영방송 KBS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가 한국어만 지원하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해외에서 위성방송이 시청가능한 곳은 중국(연변), 러시아(블라디보스톡), 일본(후쿠오카) 주변 지역이다. 본래 위성방송은 KBS 난시청 지역에 깨끗하고 원활한 화질의 방송을 공급하는 시험방송 성격의 국내용 방송으로 해외시청이 불가능하다. 현재 해외 거주 한국인이나 외국인은 전파월경으로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그러나 KBS 위성방송이 중국 유학생,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의 동포, 중국 심양에서 현지근무를 2년째 하고 있는 회사원, 몽골에 사는 미국인 등 다양한 해외 위성방송 시청자들에게 한국내의 소식을 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공영방송 KBS 위성방송 홈페이지에 외국인, 해외 거주 시청자들을 위한 외국어 지원기능 하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KBS측은 방송법 관계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직까지 시험방송 중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소중한 시청료를 무조건 쏟아부을 수는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내년부터 KBS 위성 본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현재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이다. 위성방송 사업자가 선정된 후에 어떤 뾰족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무턱대고 위성방송을 실시하면 채널이 많이 생겨 좋다는 주먹구구식의 위성방송 정책으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NHK BS 위성방송이 지난 8월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험방송하고 있으며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해 NHK ENTERTAINMENT 21이라는 제작팀을 운영해 온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할 사실이다. 내년 본방송부터라도 각각의 채널에 명확한 성격을 정하고 그에 맞춰 자체제작이나 외주제작한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안상미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