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삼성언론재단
주제=저널리즘의 파괴적 변화(Journalism Disrupted): 코로나 이후 저널리즘의 변화와 전망
일시=2020년 8월 18일(화) 오전 10시~11시 50분
장소=이화여대 대학원별관 2층
사회=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강연=제레미 캐플란(Jeremy Caplan) 뉴욕시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저널리즘 산업도 마찬가지다. 광고 수익이 크게 줄면서 미국에서는 올해만 1만 1000여 개의 저널리즘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영국의 가디언과 BBC 등 대형 언론사도 대규모 인력 감축을 했다.

이런 현상을 뉴욕시립대 제레미 캐플란 교수는 ‘저널리즘의 파괴적 변화(Journalism Disrupted)’라고 부른다. 저널리즘 산업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의미다. 그는 8월 18일 삼성언론재단 강연에서 저널리즘의 변화와 전망을 얘기했다.

강연회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언론계 종사자, 언론학자, 기자 지망생 등 30여 명이 노트북 화면 안에 모였다. 캐플란 교수는 시차 13시간 거리인 뉴욕에서 접속했다.

▲ 온라인으로 강연한 제레미 캐플란 교수(출처=삼성언론재단)

88, 40, 62. 강연이 시작하고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캐플란 교수는 저널리즘 광고 수익의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미국 언론매체 발행인의 88%가 코로나19로 광고 수익이 줄었다고 답했다.

종이신문 광고는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디지털 기업은 성장세가 무섭다. 디지털 광고 수익 점유율만 62% 수준이다. 이들의 기세에 견디지 못한 미국 지역신문사는 결국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캐플란 교수는 ‘뉴스 사막화(News desert)’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 사막이란 신문이 전혀 발간되지 않는 지역을 말한다. 2004년에는 신문을 발행하던 미국 2000여 개의 지역사회에서 지금은 신문이 발간되지 않는다. 뉴스 사막화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이며 코로나 이후 가속화됐다.

코로나만이 저널리즘의 파괴적 변화를 초래한 건 아니다. 캐플란 교수는 달라진 뉴스 소비 방식을 또 다른 요인으로 꼽았다. 뉴스 소비자는 전통 뉴스매체를 외면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요 뉴스매체로 삼기 시작했다.

캐플란 교수는 저널리스트의 신뢰도 하락을 원인으로 봤다. 그가 제시한 에델만의 2020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정보 제공자로서 가장 신뢰받는 직종은 과학자와 의사다. 반면, 저널리스트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캐플란 교수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캐플란 교수는 선동가로 나선 정치인이 저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카메라를 든 누구나 뉴스를 전할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하며 저널리즘 산업 전반의 경쟁이 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요인이 전통 뉴스매체의 설 자리를 위협한다는 뜻이다.

강연 도중 화면에 QR 코드가 등장했다. 실시간 설문 조사 링크로 캐플란 교수와 참가자 간 쌍방향 소통을 위한 장치였다. 참가자는 스마트폰을 들어 QR 코드를 찍고 설문에 참여했다. 캐플란 교수가 던진 질문은 ‘당신은 코로나 이후 뉴스를 전보다 더 많이 보는가 적게 보는가’였다. 응답자 전부가 뉴스를 전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고 답했다.

캐플란 교수는 이런 결과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실일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저널리즘이 부상할 기회라고 했다. 이어 위기 속에서도 약진하는 미국의 신생 언론매체를 소개했다. 그는 ‘독립 저널리즘의 부상(rise of independence)’이라고 불렀다.

▲ 미국의 신생 언론매체 <The 19th>(왼쪽)와 <Lookout>의 홈페이지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매체는 지난 8월 출범한 <The 19th>. 여성 기자가 모여 젠더 이슈, 정치, 정책을 다룬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독자까지 사로잡는 등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도 가장 먼저 <The 19th>와 인터뷰했다.

또 다른 사례 <The Markup>은 새로운 형태의 기술 저널리즘이다. 기술 관련 이슈뿐 아니라 SNS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등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만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온라인 매체 <Lookout>은 캘리포니아의 폐간된 지역신문사를 대신하기 위해 등장했다. 캐플란 교수는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 온라인 뉴스매체가 최근 몇 년 새 300개 넘게 등장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도 다시 주목을 받는 추세다. 캐플란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뉴스레터 플랫폼이라며 <Substack>을 소개했다. 현재 10만 명 정도가 이 플랫폼을 유료로 구독한다.

<Substack>이야말로 영세 언론매체의 생존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캐플란 교수는 분석했다. 이 플랫폼만의 사업모델 때문이다. 기자라면 누구나 뉴스레터를 작성해 유통할 수 있는데, 서비스 제공자는 구독료의 10%만 수수료로 떼어 간다. 나머지는 기자의 몫이다. 실제로 기후 변화에 관한 글로 인기를 끈 에밀리 앳킨 기자는 뉴스레터로 17만 5000달러(약 2억 457만 원)를 번다고 한다.

캐플란 교수는 ‘진짜 팬 1천 명’을 강조했다. 뉴스레터 전문기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진짜 팬 1000만 있어도 된다는 의미다. 독자 한 명이 1년에 평균 72달러씩 지불하면 기자는 7만 2000 달러(약 84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캐플란 교수는 저널리스트 한 명이 충분히 생존할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충성 독자를 어떻게 끌어모아야 하는가다. 캐플란 교수는 “저널리즘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다수를 위한 하나의 뉴스가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을 겨냥한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령 독자가 관심을 보이는 정치적 이슈, 특정 비즈니스 분야의 뉴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뉴스가 단순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면 소비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어 기자 교육의 변화도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 저변의 이야기를 접목하려는 자세가 차세대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캐플란 교수는 “일반적으로 언론사는 신기술 도입에 뒤처지는 편”이라며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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