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삼성언론재단
주제=저널리즘의 파괴적 변화(Journalism Disrupted): 코로나 이후 저널리즘의 변화와 전망
일시=2020년 8월 18일(화) 오전 10시~11시 50분
장소=이화여대 대학원별관 2층
사회=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강연=제레미 캐플란(Jeremy Caplan) 뉴욕시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강연이 끝나고 코로나 이후의 저널리즘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사회자인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는 “뉴스는 루머와 불확실성에 대한 백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양질의 기사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될지 물었다.

캐플란 교수는 많은 이들이 코로나를 겪으며 뉴스를 일상생활의 필수요소로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령 코로나 검사를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 자녀의 학교가 다시 문을 열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마다 뉴스를 찾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뉴스에 대한 비용 지불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양질의 기사를 만들 재원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코로나에 관한 각종 뉴스를 접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과 뉴스에 비용을 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언론 검열이 시작됐다. 명분은 공공질서 유지와 가짜뉴스 차단. 박 교수는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지금 저널리즘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캐플란 교수는 언론이 집중할 대상이 있다고 답했다. 권력을 남용하고 정보를 숨기고 대중을 오도하는 이들이다. 공무원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통계 수치를 공개했다고 하자.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저널리즘은 아주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실제 통계 수치는 어떤 것인지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도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 캐플란 교수와 참가자가 토론하는 모습(출처=삼성언론재단)

이어 박 교수는 언론이 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캐플란 교수는 “자선 단체를 지원하듯 언론매체를 지원하라”고 했다. 기후 변화, 빈곤,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시민사회단체(NGO)는 상당한 후원금으로 작동한다. 반면, 같은 이슈를 다뤄도 언론매체는 후원 활동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캐플란 교수는 “검증된 언론 기관들에 대해 인류애적 후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사회는 안전, 건강, 교육, 의료 시스템 등을 유지하는 데 양질의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언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가 되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캐플란 교수가 바라보는 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종이신문의 미래를 다소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구독자는 줄어도 종이신문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종이라는 물성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세련되게 편집한 일종의 럭셔리한 종이신문은 작지만 확실한 수요가 있을 겁니다.”

반면, 저널리즘 산업의 전체적인 틀은 크게 바뀌는 중이다. 미래 세대에는 소수의 대형 언론매체 대신 다수의 소규모 언론매체가 늘어난다고 캐플란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비유했다. “10개의 거대한 돌기둥이 1000개의 빛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1인 벤처기업과 플랫폼이 주축이 된다. 1인 운영 뉴스레터, 혼자 하는 팟캐스트,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지금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캐플란 교수가 사례로 든 신생 플랫폼 <Subtext>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독자와 소통한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1인 프리랜서 언론인이 늘었는데 독립된 언론으로서 감시기능이 더 강화된다고 보는지를 청중이 물었다.

캐플란 교수는 무작위의 다수로부터 전달된 뉴스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많은 독립 언론인이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만큼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고 했다. 독자가 구독료를 직접 결제하는 시스템 덕분이다.

양질의,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독자는 구독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구독을 취소한다. 따라서 독자와 직접 연결된 독립 언론은 좋은 품질의 기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한 후원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캐플란 교수는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가 언론 검열 현상 중에서도 ‘자기검열(self-censorship)’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물었다. 캐플란 교수는 언론이 독자에게 뉴스를 직접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그는 자기검열이 꼭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기검열은 스포츠나 기술의 영역에서도 나타나는데 언론은 광고주로부터 인터뷰 접근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검열한다. 캐플란 교수는 “독자에게 직접 지원을 받아 활동한다면 더는 힘 있는 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양질의 기사-구독료-탄탄한 수익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토론의 끝은 TV 저널리즘의 미래에 관한 질문이었다. 캐플란 교수는 “유튜브, 스마트TV의 등장으로 앞으로는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며 TV 뉴스에 거대한 시련이 닥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상 기술을 접목한 해설 저널리즘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설 저널리즘은 복잡한 사건을 이해하는 맥락을 제공하는 보도다.

실제로 미국의 뉴스매체 <VOX>는 복잡한 이슈를 영상으로 풀어 쉽게 설명한다. 가령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떤 식으로 전파되어 팬데믹이 되었는가’를 스토리텔링 형식의 영상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이런 전달방식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자 넷플릭스까지 나서 <VOX> 콘텐츠의 판권을 사버렸다. 캐플란 교수는 이들이 새로운 형식의 비디오 저널리즘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뉴스 보도 관행을 습관적으로 따르는 TV 방송사는 큰 시련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캐플란 교수는 지금이 저널리즘 생태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양질의 정보를 필요로 하고 아주 긴요하게 활용한다는 겁니다.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다음 세대를 육성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결국 어려움을 극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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