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망생에게 많이 받는 질문의 하나가 다독(多讀)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글을, 누구의 글을 읽어야 하느냐는 얘기다.

논술강화 16~20회는 내가 읽은 글, 추천하고 싶은 필자를 소개한다. 집과 연구실에서 두 가지, 필자와 분야를 기준으로 책을 정리한다. 특히 좋아하는 필자는 거의 모든 책을 구한다.

내가 기자 출신이므로 기자 지망생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필자는 언론인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다. 사실을 취재하려고 현장을 찾는 모습, 그런 노력이 다수의 기사와 저작에 나온다.

그는 국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중금속 오염의 추적> 보도로 1974년 한국기자상(제7회)을 받았다. 환경보다는 공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시절이었다.

그는 <浦項석유 경제성 없다>는 특종을 했다. 정부가 처음에는 산유국이 됐다고 홍보하다가 유전이 아닌 유징임을 알고는 보도를 막았다. 그는 기사가 아닌 논문을 써서 언론사에 배포했다가 1976년 6월 해직됐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항쟁이 일어나자 광주를 찾았다. 역사의 현장에 가려고 병가를 냈고 기사까지 썼다가 다시 해직됐다.

젊은 기자들과 좌파 진영에서 그를 극우주의자라고 부른다. 나는 평가하기에 앞서 치열한 기자 정신을 배우라고 기자 지망생에게 권한다.

그는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 고초를 겪었다. 정부에 비판적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가 고문과 구속과 해직을 당하던 시기였다.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주 5일 근무를 먼저 챙기는 풍토에서 상상하고 실감하기 어렵다.

<기자 조갑제의 현대사 추적> 시리즈가 있다. 그중에서 1, 2번인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와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을 추천한다.

오휘웅 씨는 살인죄로 기소됐다. 누명을 썼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사형선고가 확정됐다. 그가 항변과 저주를 쏟아내자 사형집행 현장의 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에 조 대표가 취재에 나섰다. 경찰의 고문, 검찰의 부실 수사, 재판의 허술함을 3년 동안 추적했다.

조 대표의 포항 석유 기사, 그리고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는 한국 언론사에 남을 탁월한 탐사보도!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은 일제 고등경찰과 헌병 출신이 권력에 충성하려고 고문과 조작을 일삼은 역사를 정리하면서 반인륜적인 관행이 경찰과 검찰에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규명한다. 부제는 <고문에 의한 인간파멸과정의 실증적 연구>다.

책은 1987년 2월 출간됐다. 서울대생 박종철 씨가 경찰 대공분실에 끌려가 물고문을 당해 숨진 직후였다. 조 대표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군의 죽음은 2.12 총선과 함께 한국인의 민권수위를 한 단계 올려놓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고문자는 당대에 처단되는 사회를 이루어야 하고 그런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서둘러 이 책을 만든 것이다.>

논술강화 칼럼을 쓰는 9월 26일, 조선일보 B9면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윤성여 씨. 화성연쇄살인의 여덟 번째 범인으로 몰려 20년 동안 세상과 격리됐다가 2009년 가석방됐다.

이춘재 씨의 범행임이 DNA 분석기술 덕분에 확인되어 수원지법 형사2부가 재심을 하는 중이다. 기자가 인터뷰 중에 보상금 문제를 거론하자 윤 씨는 이렇게 말했다.

“보상이 문제가 아닙니다. 100억원을,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만약 기자님한테 ‘20억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 살아라’ 하면 살 수 있겠습니까. 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싫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고문과 조작을 하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고문과 조작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고문과 조작에 의한 인간파멸의 피해는 여전하다고. 그러니 문제의 심각성을 30여 년 전부터 직시한 언론인의 글을 읽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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