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신입기자 채용과정이 비판을 받았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9월 13일 논술시험 논제는 다음과 같다.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한쪽에서는 사건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하게 된다며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고, 반대쪽에서는 피해호소인이란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MBC는 “제3의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하다”고 부연했다.

시험이 끝나고 언론인 지망생의 카페 ‘아랑’에 출제 측의 인식과 의도를 문제 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결국 MBC는 사과했고 노조가 유감을 나타냈다.

이 문제 출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에 대해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습니다. 문화방송은 이 사건 피해자와 논술 시험을 본 응시자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문화방송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하고, 신뢰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논술 시험 출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MBC)

MBC 내부에서도 토론을 통해 ‘피해자’로 보도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 마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문제를 출제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심각성을 간과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사측의 진심어린 사과와 후속대책을 촉구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성평등위원회)

논제가 적절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MBC 사과문의 다음 내용은 지원자가 꼼꼼하게 생각할만한 대목이다.

<논술 문제 출제 취지는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시사 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호칭을 사용하는지 여부는 평가 사안이 아닐 뿐더러 관심 사안도 아니고, 논리적 사고와 전개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취지였습니다.>

논술강화 칼럼에서 계속 강조한 점과 같다. 언론사가 논제를 내면서 지원자의 사상을 검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불이익을 우려해 언론사 성향과 맞춰서 글을 쓴다, 따라서 결론보다는 과정의 차별화가 핵심이다.

과정의 차별화는 사례의 차별성을 말한다. 보도를 요약정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 동서고금, 다른 분야에서 비교할만한 내용을 논제와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언론사는 기자 지원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무슨 생각이란 생각의 방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안을 얼마나 아는지, 현안을 어떻게 정리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논술시험을 치르게 한다.

지원자의 사상을 검증하려고 논제를 낸다? 동아일보에서 인력개발팀장으로 일하며 채용과정을 담당했던 경험에서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언론사의 임원이나 간부가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시험장에서 느꼈을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논제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적하며 공론을 만드는 과정은 계속 격려하고 싶다.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이렇게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출제 취지를 밝힌 부분은 꼼꼼하게 읽으면 좋겠다. 언론사가 논술과 작문에서 무엇을 보는지, 지원자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정확하게 표현했다. 사과문에서도 수용할 점은 수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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