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토론과 면접을 준비하면서 기자 지망생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자주 묻는다. 대북 정책, 여당과 야당의 갈등,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하게 여긴다.

여기서 ‘어떻게’는 구체적인 결론을 의미한다. 정부의 대북 정책을 찬성해야 하는지, 여야에서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 부동산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다. 자기 생각이 언론사 성향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한다.

현안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방법(과정)이 아니라 분석하고 정리한 내용(결론)을 알고 싶어 하는데, 나는 결론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론을 내리는데 필요한 사례, 그리고 이러한 사례의 논리적 연결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자기 생각과 언론사 성향을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이익이 예상되면 비슷하게 맞추라고 조언한다.

하나의 사안에서 결론은 크게 세 가지다. 찬성과 반대, 그리고 중간. 기자 지망생은 셋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언론사 성향을 고려하면 찬성과 중간, 반대와 중간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의 폭이 좁으니 결론으로 다른 지망생과 차별화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라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시험에서는 비판하는 내용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시험에서는 지지하는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예상한다.

내용이 비슷비슷하면 심사위원이 애를 먹는다. 점수대가 다양해야 합격과 탈락을 나누기 쉬운데 대부분의 글이 같은 결론을 내리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망생은 결론보다 과정의 차별화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어떤 사례를 활용하고, 여러 사례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결하는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한일 갈등을 보자. 독도, 위안부, 경제보복을 다루는 논술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일본 정부를 지지하는 지망생은 거의 없다고 본다. 결론으로 돋보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결론이 같아도 과정이 다르면 평가결과가 달라진다. 다른 지망생보다 사례가 다양하고 심층적이고 참신하면 상대평가에서 유리하다.

폭넓은 경험이 다양하고 심층적이고 참신한 사례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은 직접경험이므로 시험에 활용하기 좋다. 직접경험의 한계는 간접경험으로 보충해야 한다. 책과 다큐멘터리, 문학작품과 영화가 대표적이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권을 2013~2014년 출간했다. 정치 경제 외교가 아니라 문화를 다루지만 한일 관계와 국민 정서로 인해 “국내편 때와는 달리 걱정과 두려움이 다가온다”고 했다.

1권에는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면서>라는 글이, 4권에는 <일본 답사기를 마치며>라는 글이 실렸다. 꼼꼼하게 읽으면 한일 문제를 다루는 논술이나 토론에서 유용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과제로 냈다. 결론이 아니라 과정을 중심으로 내 생각과 학생들의 생각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다음 칼럼에서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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