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에는 비유가 들어간다. 제목과 본문의 비유 한 줄이 글쓴이의 주장을 강화하는 장치가 된다.

논술강화(論述講話)에서 이미 분석한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칼럼(조선일보, 2014년 3월 21일자)이 대표적이다.

-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 정도전
-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은 희대(稀代)의 마키아벨리스트다.
- 한마디로 정도전은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이고, 마키아벨리는 실패한 정도전이다.

정도전을 마키아벨리에, 마키아벨리를 정도전에 비유했다. 정도전의 위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저명성을 활용했다. 이재호 전 동아일보 논설실장의 칼럼(동아일보, 2007년 4월 28일자) 역시 비슷한 기법을 썼다.

- 남북기본합의서만 해도 정말 정교한 대북정책의 복음서다. 이 안에는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모든 조치가 들어 있다.
- 4장 25조로 된 기본합의서가 잘 지어진 집이라면 김대중(DJ) 정권의 햇볕정책은 그 집에 달린 많은 창(窓)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남북기본합의서를 복음서로 표현함으로써 합의서의 비중을 강조했다. 이어서 기본합의서를 잘 지어진 집으로,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그 집에 달린 많은 창(窓)의 하나라고 표현함으로써 보수-진보정권의 대북정책을 비교했다.

미국의 저널리즘스쿨에서 나온 취재보도 교재를 보면 기사문장은 정확하고(correct) 명확하고(clear) 간결해야(concise)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유는 기사문장의 특성(3C)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이다.

사실, 비유는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인다. 인생의 허무함을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세월의 흐름을 유수(流水) 같다고, 사춘기의 특성을 질풍노도(疾風怒濤)라고 말하는 식이다.

내가 동아일보에서 오피니언면을 담당할 때, 첼리스트 장한나의 칼럼을 받았다. 그는 신문을 인류가 쓰는 일기장이라고, 또 책을 좋아하는 자신에게 신문이 오늘의 책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작가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Well)’라는 책에서 “부사(副詞)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했다. 또 화려하게 치장한 낱말은 야외복을 입은 애완동물이라고 했다.

이렇게 비유는 선명한 인상을 준다. 제목에서는 관심을 끈다. 본문의 도입부에서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반부에서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후반부에서는 여운을 남긴다. 비유 한 줄이 글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나 등대 역할을 한다.

비유를 적절하게 활용하려면 다양한 글을 소화해야 한다. 기자 지망생에게 기사 읽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시와 노래, 영화와 연극, 소설과 논픽션을 많이 접해야 표현력이 늘어난다.

자기소개서와 논술작문과 기사로 고민하면서 많은 학생이 이렇게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요? 나는 비법과 지름길이 없다며 이렇게 대답한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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