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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그 후 (5) 더불어민주당과 영남 ⑤ 바위치기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08.03 11:53

 

시의원 후보인 차우미 민주당 역사문화특별위원장(54) 앞에 두 중년 여성이 섰다. 한 명이 삿대질을 하며 쏘아붙였다. “당신 공약이 뭐에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기간이었다.

설명을 했더니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내가 선거를 많이 해서 감이 있다. 홍준표 선거도 열심히 해봤고, 조원진 선거도 열심히 했는데 소용없더라. 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차 위원장이 대답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죠? 근데 우리 젊은 시절에는 사립학교 취직하려면 뒷돈 한보따리 싸들고 ‘결혼하면 직장 그만 둡니다’ 퇴직 각서 써야 했잖아요. 지금 결혼 퇴직 각서 쓰면 어떻게 되겠어요. 이사장까지 다 날아갈 겁니다. 세상이 안 변했습니까? 변했잖아요.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힘 모아서 치면 저는 깨진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여성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후보님. 더 이상 설명 안 하셔도 돼요. 목젖 상합니다.”

득표율 8% 포인트 차이로 낙선했지만 차 위원장은 당시 선거 운동에 자부심을 가졌다. “나는 선거하면서 내 색을 하나도 빼지 않았다.” 식당에서, 시장에서, 길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를 그는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당신 찍겠심더”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차 위원장은 30년 이상 경력의 여성 운동가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 여성의전화 대표였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갔다가 출마했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홍의락 전 의원이 “이번에 분위기 좋으니까 후보를 다 내고, 없으면 공관위원 중에서라도 내 보자”고 했다.

선거 기획사를 찾았더니 민주당 색깔을 내세워선 당선될 수 없다며 차 씨의 구호로 ‘밝고 아름다운 대구’를 권했다. 차 위원장은 민주당인지, 통합당인지 알 수 없는 전략을 택하려니 자존심 상했다.

기획사와 거래를 끊고 공보물 내용과 구호를 직접 구상했다. 명함에 ‘여성인권전문가’를 내걸었다. 대구에서 페미니즘을 언급하면 표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 차우미 위원장의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벽보

차 위원장은 정당 활동이 이전에 해왔던 시민사회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가) 내 과거 활동과의 단절이라면 쪽팔려서 못 했을 거다. 다른 장(場)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2016년 말 겨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이 한창이었다. 차 위원장도 대구의 촛불 시위에 매주 나갔다. 현장에 국민의당 현수막이 걸렸지만 민주당 이름은 없었다.

그때는 당원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달서구민’ 이름으로 현수막을 사서 걸었다. 새벽에 붙였는데 두 시간 만에 구청이 철거했다.

공무원들은 당 이름을 달면 못 뗀다고 했다. 차 위원장이 시당에 전화했다. “제발 현수막 좀 다세요. 돈 없으면 제가 후원할게요.” 그래도 민주당 이름의 현수막은 걸리지 않았다. 12월 중순에야 민주당 깃발이 촛불 시위에서 보였다.

차 위원장은 대구시당의 활동이 적어서 아쉽게 느낀다. 2018년 민주당 가입 전부터 생각했던 점이다. 당원이 되니 느끼는 점이 있다. “자리는 소수인데 사람이 많으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시당이 외연 확장과 참여 독려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2018년부터는 당원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이 늘었다. 8월 7일에 시당위원장 후보자 토론회를 열었다. 9월 15일에는 전국 최초로 실버, 여성, 청년위원장을 권리당원 현장 투표로 뽑았다. 이전까지는 상무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차 위원장도 당원 참여 조직을 돕는다. 당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대구역사탐방단의 대표를 맡았다. 2019년 1월 인민혁명당 사건 생존자인 민주당 강창덕 고문과의 토크쇼를 시작으로 2020년 1월까지 매달 행사를 했다.

탐방단은 100명 정도다. 2019년 7월에는 달서구 월배시장에서 사진전을 했다. 상인의 일상을 촬영해 시장에서 전시했다. 앞으로 차 위원장은 민주당과 시민이 접촉할 기회를 많이 만들려 한다.

서재현 지역위원장(41)은 이번 총선에서 동구 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70년대 선거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걱정하는 50대 이상 유권자가 많아서다.

“어르신, 왜 문재인 대통령을 과대평가하세요. 어떻게 5000만의 사상을 2년 만에 바꾸겠습니까.” 서 위원장이 타이르자 비꼬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능력 없는 줄은 아네.”

▲ 서재헌 동구갑 지역위원장

서 위원장은 이번이 두 번째 출마였다. 2018년에 대구 민주당 동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4% 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그 후 2년 동안 지역 행사를 다니면서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이방인 대접을 느꼈다. 행사장에 오래 남아 있으면 늦게까지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동구 토박이인데도 주민이 타향사람처럼 대했다. 마이크 잡고 인사할 기회도 잘 주지 않았다.

그는 대우증권에서 근무하다가 36살에 희망 퇴직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을 스스로 찾아가 정치를 시작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그만두고 정치를 하면서, 굳이 대구에서 불리한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서 위원장은 프로야구에 비유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팬이었다. “평균 연봉 1위인 삼성 라이온즈의 리그 1위와 평균 연봉 8위인 넥센의 리그 4위를 비교하면 넥센이 더 잘하는 것 아닌가.” 자신이 전라도에서 태어났다면 통합당을 선택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민주당의 전망에 대해 확신을 갖는다. “당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내 삶을 걱정한다. 반대로 미래통합당 청년은 당 걱정을 많이 한다. 당이 청년을 걱정해야 하는데 거꾸로 돼 있다.”

서 위원장은 성취하는 모습을 청년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는 계명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입사하고 인기 부서에서 근무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2년 전에 주변에서 ‘동구청장을 왜 너한테 주냐’고 했다. 전략적으로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전략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해 TV 광고에 많이 투자했다. 청년후보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 청년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생이 주축이 되니 적극적인 방역 봉사와 홍보가 가능했다.

▲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민주당e데이’

민주당 대구시당은 작년에 ‘민주당e데이’라는 야외 홍보행사를 중구 동성로에서 매달 열었다. 서 위원장은 시당이 이런 전략적인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목소리가 잘 안 들리면 한 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한이 있어도 시당위원장과 청년‧대학생위원장의 티타임을 만들자. ‘어르신 언론 바로 알기 TF’를 만들어서 매주 경로당에서 이야기를 듣자. ‘민주당e데이’는 쓴소리를 모아 중앙당에 전달하는 시민 참여 행사로 발전시키자.”

서 위원장은 개인적인 전략도 솔직하게 말했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해서는 안 됨을 느꼈다. 청와대에서 기여하고 싶다.” 그는 동구 주민이 보기에 안정감을 느끼도록 경력을 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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