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 없는 게 1등 불만이다.” 대구 달성군 달성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제갈상민 씨(44)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대기업이 없어 대구 경제가 침체되고 청년이 대구를 떠난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구가 보수의 중심이라고 하지만 미래통합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만큼의 표값은 못 한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이 대구를 위한다면 대기업 하나 정도는 “땡겨 와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는 1970~80년대에 서울 부산과 함께 3대 도시로 꼽혔다. 섬유산업이 주축이었지만 대체업종을 찾지 못했다. 광역단체 중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최하위. 1993년 이후 27년째.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를 떠나는 청년의 77%는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간다. 대구의 상용근로자 고용률은 수도권 평균과 6개 광역시 평균을 밑돌았다. 상용근로자는 1년 이상 고용계약이 이뤄진 근로자를 뜻한다.

한국은행은 이런 현상이 섬유, 기계 산업의 쇠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계의 혁신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상용근로자 고용률 비교(출처=한국은행)

대구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역침체의 책임이 통합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의 무조건적 지지 탓에 통합당 정치인이 의정활동에 소홀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김우철 대구시당 사무처장(56)은 취재팀과 만난 자리에서 책상을 두드리며 대구 경제상황을 한탄했다. 100대 기업이 없고 경북도청과 공항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점을 아쉬워했다.

“대구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3년 집권한 문재인에 있겠는가, 47년 독점한 지방권력에 있겠는가.”

민주당 총선 출마자의 공보물에서도 이런 인식을 확인했다. 달서갑의 권택흥 후보(51)는 “똑같은 선택으로 똑같은 성서를 물려주시겠습니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달성군의 박형룡 후보(55)는 “대구 경제가 꼴찌”라는 만화를 공보물에 삽입했다.

▲ 민주당 박형룡 후보의 총선 공보물

이런 주장을 통합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구 수성구의 김종숙 의원(66)은 통합당의 독주로 대구 경제가 침체했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김부겸 전 의원이 당선되었음에도 4년 간 대구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잘하겠다 약속해서 뽑아봤더니 똑같다. 전보다 더 못하다”며 두 당 모두 지역경제를 살리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자가 민주당 주장을 전하자 통합당의 김태우 수성구의원(35)은 “(대구 민주당 당선자 배출 이후) 변한 게 있었나요?”라고 되물었다. 김부겸 전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대구 예산 증액에 기여했겠지만 주민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의 민주당 지지자인 안영옥 씨(74)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대구 국회의원 12석에서 2석을 바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홍의락 전 의원도 “GRDP가 30년 (가까이) 꼴찌인데, 4년 만에 어떻게 바꾸나”라고 통합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강민구 대구시의원(55)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구의원은 견제기관일 뿐 집행기관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민주당이) 잘못된 관행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대구시의원 30명 중 민주당 소속은 5명이다. 대구 기초의원 116명 중 민주당 소속은 46명이다. 시장이나 구청장은 없다. 강 의원은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집행하는 지자체장에 민주당 출신이 당선돼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통합당 지자체장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구 247만 명인 대구는 올해 국비 예산 3조 원을 확보했다. 반면 인구 181만 명인 전북은 국비를 3년 연속 7조 원 확보했다.

“정부는 ‘우리가 6을 주면 너희가 4를 부담하라’는 식으로 국비를 배정한다. 지자체장이 이를 조율하는 데 소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