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관계자를 인터뷰하면 호남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대구의 통합당 지지율을 언급하면 호남의 민주당 지지보다는 덜 일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광주의 미래한국당 3%, 대구의 더불어시민당이 16%.
 
통합당의 최진태 수성구의원(60)은 호남이 안 바뀌는데 대구가 왜 변하느냐는 인식이 대구에 있다고 했다. “호남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은 건 통합당의 잘못이지만, 가봤자 어차피 안 될 것을 아니 아예 엄두도 내지 않는다.”

대구시민 안영옥 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번에 호남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호남의 일방적 민주당 지지를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이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민구 대구시의원은 2016년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했지만 민주당은 3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점을 들어 호남 유권자의 전략 투표 성향을 강조했다.
 
통합당의 천하람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조직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국민의당이 “호남 입맛에 딱 맞는 대안”이었다고 말했다. 대안이 생기면 대구시민의 선호가 바뀌리라 예상했다.
 
대구 민주당 원로인 진호만 중‧남구 부위원장(67)은 광주를 ‘죽임을 당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사람을 죽이고 만들어진 당인데, 어떻게 표를 주겠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수많은 시민이 죽었고 유가족이 아직 광주에 많아서 통합당 계열의 정당에 대한 원망과 원한이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진 부위원장은 5‧18 같은 경험이 없는 대구를 광주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갑의 서재헌 민주당 지역위원장(41)은 통합당 의원들의 5‧18 막말을 지적했다. “만약 민주당에서 ‘대구 봉쇄’, ‘대구스럽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선거운동을 하면 (대구에서) 누가 표를 주겠는가.”

많은 민주당 대구시당원이 통합당을 기득권세력으로 규정했다. 홍의락 전 의원은 통합당을 ‘대구의 주류, 기득권 세력’으로 표현했다.

김우철 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통합당을 보구 수구세력이라고 불렀다. 통합당이 47년간 대구 지방권력을 독점했고, 이들의 기득권 때문에 정치 환경이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성토했다.
 
다만 통합당을 적폐로 낙인찍으면 안 된다는 주장도 많았다 김 사무처장은 전국적 경쟁력은 민주당이 앞서지만 대구에서는 통합당 조직력이 앞선다고 했다. 통장이나 반장처럼 주민의 일상을 다루는 사람은 통합당 당원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재헌 동구갑 지역위원장은 통합당을 적폐라고 하면 내 가족이 적폐가 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극단적인 편가르기는 결국 우리(민주당)에게 실이 된다.”

▲ 주호영 의원의 총선 공보물

민주당 정연우 대구 남구의원은 통합당을 적폐, 없애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지 말자고 했다. 대신 그들의 지지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미래통합당은 적폐세력이지만 대구에서는 그렇지 않다.”

통합당은 선거철마다 스스로를 ‘보수의 중심’으로 정의한다. 통합당이 생각하는 21대 총선 승리비결에서도 이런 인식을 확인했다. 보수의 중심인 대구 통합당을 지키기 위해 유권자가 결집했다는 논리다.

통합당 김종숙 수성구의원은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와 위기감이 (대구 시민의) 응집력을 극대화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기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최진태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하면 불안한 이유로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만에 하나 적화통일이 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든다.” 그는 총선 결과를 ‘정치적 독립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부의 흠을 대구가 홀로 견제한다는 뜻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21대 총선 공보물은 ‘대구가 대한민국을 지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대구가 문재인 정권을 견제해 나라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막는다는 의미.
  
대구 민주당 이재용 중‧남구 지역위원장은 통합당이 불러일으키는 위기감이 이상하고 근거 없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에서) 대한민국이 완전히 사회주의화 된다는 악선전을 했다.”

이재용 선거캠프의 팽용일 선거상황실장은 “대구는 외로운 섬이다. 나가면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고, (민주당) 중앙당과도 연계가 안 된다. 우리(민주당 대구시당) 스스로 독립군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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