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기본소득 논란 ② 재원은 어떻게?
류현준·우태경 기자 | 승인 2020.08.03 11:37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싸고 여당과 기 싸움을 벌였으나 결국 전국민 지급안을 받아들였다.

홍 장관은 4월 16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서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은 긴급성이나 효율성, 형평성 그리고 재정 여력 등을 모두 종합 고려해 매우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4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여당의 ‘전 국민 지급안’ 요구와 관련해 “제가 지금 이 시기에 많은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돼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재정 충격 우려에도 14조 2448억 원의 현금성 복지정책을 집행했던 배경에는 자발적 기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면서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라면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누리집에 공시된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등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원금을 수령한 가구는 99.5%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6월 5일)에 따르면 기부액은 282억 원으로 예상에 훨씬 못 미쳤다.

예산정책처는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을 통해 이번 3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 대비 43.5%(840조 2000억 원)로 늘어나고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 2000억 원으로 22조 7000억 원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 추경안에 따른 국가채무 변화

정치권과 학계에서 기본소득제 논쟁이 재원수립 방안의 현실성에 집중되는 이유는 이런 현실 때문이다. 재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도입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시각이 많다.

기존 복지예산을 활용한 기본소득 지급은 불가능하다. 국민 1인당 월 30만 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180조 원이 필요하다. 올해 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180조 5000억 원을 모두 투입행 가능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1인가구 최저생계비(월 105만 원)만큼 지급하려면 630조 원이 필요하다. 올해 국가예산(512조 2504억 원)보다 많다.

확장 재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건전성 지수는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4위에서 26위로 낮아졌다.

▲ 기본소득 예상 재원

한국외대 박명호 교수(경제학과)는 취재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재정부담을 고려한다면 기본소득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전체 예산이 500조 원임을 감안하면 기본소득 논의는 그 자체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현실성을 가진 재원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나온다. 로봇세와 데이터세와 같은 새로운 세목을 만들거나 기존 복지제도를 단순화하고 비과세 감면제를 정비하는 안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을 주도했다.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 기본소득 개념을 일부 적용한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 씩을 지급했다.

이 지사는 증세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6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소득은 증세를 전제로 한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며 “전액 배분되어 90%의 국민이 납부액보다 수령액이 많은 기본소득목적세에서는 조세저항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 싱크탱크 ‘랩(LAB) 2050’은 새로운 세원이 없어도 2021년부터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 월 3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작년 10월 내놓았다.

누리집에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재원 확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안은 ‘누진 과세’다. 소득세제의 비과세 및 감면 제도 대부분을 폐지해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차이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원 부담을 줄인 ‘안심소득제’를 제안했다. 기준소득에 미달하는 가구에 부족분에 비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발표한 ‘마이너스 소득세’ 개념과 비슷하다.

새로운 세목을 도입해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9월 발표한 보고서(디지털세의 현황 및 쟁점)에서 “현실적으로 디지털세의 도입은 쉽지 않다”라면서 “과세대상의 확정이 쉽지 않고 과세기반을 정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로봇세를 도입하면 로봇과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려는 혁신 시도를 좌절시킨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방비도 변수다. 5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4조 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방비 1조 5000억 원을 삭감하고 국채를 발행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국방비는 최우선적 지출이고 국민 생존의 문제로 우선되어야 한다”고 서면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안효상 상임이사는 “포괄적인 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면서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것은 2022년 대선이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0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