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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81> 차별금지법 토론회
백승연 기자 | 승인 2020.07.26 17:49

 

주최=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
주제=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일시=2020년 7월 20일(월) 오전 9시 30분~12시
장소=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환영사=장혜영 정의당 의원
인사말=심상정 정의당 대표
축사=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조연설=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발제=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토론=유승익(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신아(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진희(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서수정(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장)

차별금지법안이 6월 29일 다시 발의됐다. 2013년 2월 이후 7년 만이다. 10명이 필요한 발의자 명단에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다.

법안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차별금지법안’은 성별‧장애‧나이‧출신지역·성적지향 등 23개 항목을 차별금지유형으로 규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고려해 ‘병력 또는 건강상태’를 추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음날인 6월 30일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내고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13년간 7차례 무산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2013년 2월까지 6차례 더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나 법안 자진철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차별금지유형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포함돼 일부 기독교계에서 강하게 반발한 탓이 컸다.

정의당의 목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제정추진운동본부는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하려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7월 20일 개최했다.

▲ 차별금지법 토론회

대표 발의자인 장혜영 의원은 환영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제 더이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미룰 수 없는 의제”라며 “국회가 외면했던 공고한 역사의 벽을 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주의의 인권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법이라고 했다. 어떤 법보다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는 생각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진지하게 토론하도록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다고 했다.

공동 발의자인 권인숙 의원은 축사를 하며 울먹였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는가 확인하는 과정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하는 게 결국 아동학대까지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전화에 보좌진이 격렬하게 반응했던 적도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처벌특별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를 앞뒀을 때도 사회적 저항과 공격이 있었다. 경험적으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이룬다.”

차별을 금지하는 법은 여럿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비정규직차별금지법이다. 논의 중인 법안에는 정보소외계층차별금지법, 성차별·성희롱금지법, 학력차별금지법이 있다.

발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에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말했다. 예를 들어 연령차별금지법은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데, 차별은 교육이나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아무리 자세하게 만들어도 현대사회에서 표출되는 여러 가지 차별 사유와 영역들을 포괄할 수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빈틈없이 규제하되, 세부적 규제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헌법의 중요 이념을 구체화하고, 여러 법률을 포괄하는 우산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홍 교수는 이름을 ‘평등기본법’이나 ‘평등과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쟁점은 차별금지 사유다. 헌법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 3가지,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별‧종교‧장애‧나이‧출신 지역‧성적 지향 등 19가지를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한다.

홍 교수는 “헌법인데도 10가지 이상 나열한 국가도 있을 만큼 차별금지 사유를 자세하게 규정하는 추세”라며 “출신학교, 경제적 상황, 사회적 지위, 직업, 노조활동, 문화, 유전정보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차별 구제를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시정명령제도 도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시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모든 것이 법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법원에서 지더라도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밝혀줘야 한다.”

▲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참가자가 발언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지지 슬로건을 들었다.

토론자인 유승익 신경대 교수(경찰행정학과) 역시 시정명령제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인권위의 권고를 소송 절차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비사법적 구제의 신속성 등 인권위가 가지는 위상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이해하고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을 인식하는 역량을 기르고,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조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나의 위치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사회적 사인”이라며 “무엇이 차별인지 인식해야 차별하는 사람도 평등을 향해 도전하고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토론 후의 질의응답에서 어느 참가자는 “학교에서 성적을 가지고 아이를 차별하는 선생님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홍성수 교수는 “학교 성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이 일반적으로 규율하는 유형과는 조금 다르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은 타고났거나, 쉽게 벗어날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이 벗어나라고 강요할 수 없는 정체성으로 차별받았을 때 보호하는 법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참가자는 “‘동성애는 나쁜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도 고려 대상이냐”고 물었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법은) 말 한마디 했다고 잡아가는 법이 아니다. 그런 말이 모이고 모여서 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받거나 괴롭힘의 대상이 됐을 때 보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응답을 마치자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가 “반대 의견은 듣지 않는데 어떻게 토론회라고 할 수 있느냐”며 반발하면서다. 이들은 동성애로 인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차별금지법에 성적지향이 포함됐음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이진희 위원장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반대할 때 범죄와 연관시켜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이나 혐오를 강화하고 있다”며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점은 오늘 토론에서 충분히 밝혔으니 같이 학습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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