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SOS 칼럼 송상근의 말과 글
송상근의 논술강화(論述講話) (6) 동서와 고금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이화여대 특임교수 | 승인 2020.07.19 22:25

 

기사와 마찬가지로 칼럼에 인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자 지망생도 이 점을 아니까 유명인의 말을 인용하지만 문장 하나, 단락 하나에서 일회성으로 쓰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역사적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자기 글을 돋보이게 하려고 인상적인 표현과 일화를 넣는데, 서론이나 결론에만 나오니까 전체 흐름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논술의 구성요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짜임새가 탄탄해진다. 제목과 본문, 도입부와 중반부와 후반부가 서로를 보완, 보충, 보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제목은 글의 주제를 직접 드러내거나 넌지시 암시해야 한다. 본문은 뉴스의 요약이 아니라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되는, 뉴스처럼 새로운 내용을 위주로 전개해야 한다.

역사적 일화를 활용하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된다. 논제와 비슷한 사례를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사례에서 찾아 글에 넣자는 뜻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제목은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 정도전>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은 희대(稀代)의 마키아벨리스트다. 여기서 마키아벨리즘은 권모술수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 통치 철학(Statecraft)을 뜻한다.……나라를 다스리며 민생을 살리는 현실주의 정치사상이야말로 마키아벨리즘의 진면목이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N. Machiavelli·1469~1527)를 ‘악(惡)의 교사’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무지와 편견의 소산이다.>

제목과 첫 단락에서는 마키아벨리를 언급하며 정도전을 설명한다. 마키아벨리의 권위를 활용하여 정도전을 띄운다. 하지만 다음 단락에서는 정도전이 마키아벨리보다 한 수 위임을 강조한다.

<마키아벨리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지만, 이론과 실천을 결합한 경세가(經世家)로는 정도전이 단연 마키아벨리에 앞선다. 마키아벨리는 인구 7만~8만명의 도시국가 피렌체 정청(政廳)의 2인자에 불과했고, 정도전은 총인구 600만명에 가까운 조선 건국의 아버지이자 국정 책임자였다.>

처음에는 마키아벨리를 높게 평가하는 듯 하다가, 다음에는 정도전의 스케일이 더 크다고 비교한다. 세 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정도전의 위대성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정리한다. “한마디로 정도전은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이고, 마키아벨리는 실패한 정도전이다.”

중반부에서는 정도전과 마키아벨리를 구체적으로 비교한다. 중세에 태어나 근대의 새벽을 열었다는 점이 비슷하고, 정도전은 국가를 세웠지만 마키아벨리의 비전은 좌절됐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라고 했다. 칼럼의 주제는 후반부에 나온다.

<적확한 정세 파악과 국력 강화, 지도자의 강철 같은 의지와 국민 통합이 요체다. 정도전의 외교 국방 중시는 오늘의 화두인 통일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내치(內治)에서도 정도전의 통찰이 빛난다. 세습 군주의 독주(獨走)를 경계한 정도전은 군신공치(君臣共治)를 주장했다. 지금으로 치면 제왕적 대통령제 대신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주창한 것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삶의 이치는 오늘의 국정 운영에도 들어맞는 교훈이다.>

저자는 현재를 논하기 위해 과거를 이야기했다. 글의 주인공은 정도전과 마키아벨리가 아님을 마지막 두 단락이 보여준다.

<정도전의 토지개혁과 세제 개혁은 21세기 한국의 경제 민주화와 복지 강화에 비견할 만하다. ‘박정희의 딸’로서가 아니라 2012년의 시대정신을 선점(先占)함으로써 권력을 획득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원대한 비전을 차츰 잃어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권력과 비전이 균형을 이루는 지도자만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통일 한반도를 준비하는 박근혜 정치의 관건은 ‘100% 대한민국’을 먼저 실천하는 데 있다.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 정도전’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을 통렬히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가 역사를 외면하면 역사도 우리를 외면한다.>

칼럼은 조선일보 2014년 3월 21일자에 게재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1개월인 시점. 윤 교수의 분석과 예견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이후의 전개과정이 입증한다.

과거의 두 인물을 제목과 도입부와 중반부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현존하는 권력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논하는 기법이다. 수많은 일화, 비슷한 사례. 역사는 글감의 보고(寶庫)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0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