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기를 마드리드와 세고비아 그리고 바르셀로나로 나누어 5회에 연재한다. 우선 남유럽 여행에서 소매치기 위험과 그 대비책을 알아본다. 이어 마드리드 여행기에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스페인 여행을 비교한다. 세고비아 여행기에선 로마의 상수도관 유적을 찾아 나선다. 지중해안의 자유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나 홀로 1박 2일의 여행기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 선인장 조각품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지가 이번 달로 정확히 1년이 됐다. 지난해 7월 6일 오후 1시경에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 도착했다. 콤플루텐세 디 마드리드대에서 열리는 국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회(IAMCR)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낯익은 동료 학자들이 비행기 안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 한 교수와 대학원생과는 숙소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그 교수는 공항에서 나와 인터넷 전공자답게 스마트폰으로 우버 연결을 시도했다.

그때 택시 정차 난간에 기댄 짐꾼 옷차림의 서너 명이 동전 세 개가 일자로 놓인 땅바닥을 가리켰다. 우리에게 “흘린 것 아니냐”는 눈짓을 보냈다. 일행 중 한 명이 동전을 집어서 대학원생에게 주는 사이에 동료 교수가 “내 백” 하면서 소리를 쳤다. 큰 짐 가방 위에 놓였던 작은 컴퓨터 가방이 없어졌다.

동료 교수는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소용이 없었다. 나머지 가방마저 없어질까 경계하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가방 안에는 여권과 카드 그리고 여행경비까지 들어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서자마자 ‘눈뜨고 코를 베인’ 황망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교수는 풀썩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만 조심했더라도 도난을 피할 수 있었다. 마드리드 도착 열흘 전쯤 정부자문위원회 민간 부위원장인 여성이 바르셀로나 공무 출장 중에 “오토바이 날치기를 피하려다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목숨을 잃었다. 입국 수속을 할 때 이 뉴스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조심하자고 했다.

동전을 길바닥에 던져 놓고 눈길을 돌리는 소매치기 방식은 20년도 더 된 고전적 수법이란다. 함께 있었던 대학원생은 그들이 동전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 모습까지 봤다고 한다. 그런데도 싱겁게 당했다. 마치 1960년대 무작정 상경한 시골 청년이 서울역 광장에서 보따리를 낚여 채인 격이다.

스페인 여름 관광 재개

이런 일이 지난해 여름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생했다. 스페인의 코로나 확진자는 올해 7월 15일 현재 25만 명을 넘어섰다. 치사율은 10% 정도다. 다른 나라의 치사율 평균보다 높다. 관광 사업은 스페인 전체 국민총생산(GNP)의 13%에 달한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확진자 수가 정체되자 지난 7월 1일부터 다시 관광객을 받았다. 관광업 종사자가 많은데 언제까지 문을 꽉 닫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점 휴업상태였던 스페인의 소매치기도 지금부터 다시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기법을 구사할 것이다. 이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대비가 최선이다.

단체로 여행하거나 지인이 옆에 있어도 조심하자. 청년 두세 명이 접근하면 경계하라. 중요한 물건은 나누어 보관하자. 귀중품은 옷 안 전대에 넣어 둘러메라. 여권 복사본을 만들라. 신용카드와 휴대폰의 IMEI 번호를 적어놓자.

외출할 때는 안전금고를 이용하라. 그날 필요한 경비만 갖고 나가자. 가방은 앞으로 메라. 모든 지퍼에는 옷핀을 꼽아두어라. 손에 익은 물건은 잠시도 옆자리에 놓지 말자. 걸어갈 때는 차도에서 떨어지자. 무심코 지갑을 열지 말자.

친구가 피렌체를 부인과 함께 여행했다.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그때 건장한 남녀커플이 다가와서 상냥하게 볼펜 좀 빌려달라고 했다. 부인이 지갑을 열려는 순간 친구가 “열지 마라”고 소리를 쳤다.

기차가 도착할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벤치에 앉아서 통화한 뒤 옆자리에 휴대폰을 놓았다. 곧바로 없어졌다. 로마로 신혼여행 갔다가 몸에 지닌 예물을 몽땅 털린 사례도 있다. 아테네 지하철에선 여행 전문가 마저 현금을 털렸다.

소매치기 비법

바르셀로나 해변을 걷다 보면 지중해에 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옷을 벗고 무작정 물속으로 들어간다면 모래 위에 남겨둔 옷과 귀중품은 열에 아홉은 곧바로 없어진다. 어둠이 깔린 바르셀로네타 비치에서 소매치기가 파충류처럼 선팅 의자 아래로 기어간다. 그렇게 접근해 앉아있는 여행객의 여행객의 지갑과 귀중품을 훔쳐가곤 한다.

▲ 바르셀로네타 비치의 밤 풍경

스페인에는 동유럽 난민과 북아프리카 출신의 소매치기가 수없이 들어온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길목에 스페인이 놓여 있다. 이들 아프리카 난민은 그 유명한 바르셀로나 비치 도로에 유명 브랜드를 깔아놓고 판다. 여기서도 물건을 사기 위해 지갑을 꺼냈다면 세 번 중 한 번꼴로 당한다고 한다.

이들 소매치기는 비공식 집계로 연간 2만에서 6만유로까지 번다. 스페인 법에 따라 400유로 이하의 소매치기는 잡혀도 그 자리에서 방면된다. 남유럽의 여러 도시에 소매치기가 넘쳐나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스페인을 찾는 여행객은 연간 1000만 명을 넘었다. 이 중에서 특별히 영국인 여행객이 많다. 처음에는 어리벙벙한 동양인만이 당하는 줄 알았다. 서유럽인이나 미국인도 종종 당한다.

구글에 들어가면 다양한 소매치기 수법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유튜브가 여러 언어로 생성돼 있다. 네이버나 구글에 ‘스페인의 소매치기들(Pickpockets in Spain)’을 쳐보라.

스페인을 여행한다면 다음 영상을 보라(The Secrets of the Pickpockets, https://www.youtube.com/watch?v=vDXdJG3ZYhw). 지구촌 시대에 이러한 소매치기 기법은 다른 대륙은 물론 국내 관광지에서도 사용되곤 한다. 

동료가 컴퓨터 가방을 들치기 당한 현장을 목격하고는 관광이고 뭐고 호텔 밖을 나가기가 싫었다. 이틀 동안은 학회가 열리는 대학에만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갔다 했다. 시간이 약인가, 들치기의 악몽도 서서히 사라졌다.

이들 소매치기가 강도로 변하거나 의도적으로 상해를 가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사흘째부터 여행 본능이 살아났다. 숙소 호텔에서 조금씩 활동반경을 넓혔다. 그때부터 마드리드의 관광명소와 유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편에서 마드리드의 명소 중에서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하나는 마드리드의 중심지인 솔 광장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 3대 박물관에 속하는 프라도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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