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는 처음에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주행이 가능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5월 2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전거로 분류됐다.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전동 킥보드로 자전거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데 보도와 제대로 구분되지 않거나 통행량에 비해 좁은 곳이 많아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의 자전거도로 940.6㎞ 가운데 622㎞는 전용이 아니다. 자전거도로와 보도가 같은 비분리형 겸용도로와 표지석을 기준으로 나뉜 분리형 겸용도로를 포함한다.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약 66% 구간에서 보행자와 전동킥보드가 함께 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자전거 겸용도로

서울 은평구의 백지원 씨(28)는 길을 걷다가 전동 킥보드 때문에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 특히 뒤에서 달려와서 바로 옆을 지나쳐갈 때다. 백 씨는 “내가 잘 가다가 오른쪽으로 갑자기 몸을 틀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2018년 소비자위해감지시스템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사고현황에서 운행사고가 차지하는 비율(34.4%)이 두 번째로 높았다. 2018년 5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전동킥보드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쳐서 숨지게 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길을 건너는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자전거도로는 원래 전동 킥보드가 다닐 수 없다.

기자가 지켜봤더니 한강사업본부 단속반이 30분 동안 전동 킥보드 4건을 적발했다. 단속반 직원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완전히 멈추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점, 차체가 작고 빨라서 사람이 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 여의도 한강공원의 자전거 전용도로 옆. 전동 킥보드 주행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동수 씨(64)는 5개월 전부터 매일 한강공원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데 아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통행량이 많아서 자전거끼리도 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그는 “전동 킥보드까지 있으면 사고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자전거21의 이민혁 사업팀장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전동 킥보드가 일반 자전거보다 속도가 빠른 편이다. 자전거도로가 넓은 편이 아닌데 이용량이 많아서 위험하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의 김근섭 주무관은 사고를 이유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사고를 염려했다.

“현재도 (법을 어기고 자전거도로에서) 타고 다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고 위험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행정안전부 이민규 사무관(생활공간정책과)은 “(법 개정을 계기로) 스로틀 전동 자전거로까지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로틀 방식은 페달 없이 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정부는 차도 및 보도와 구분되는 새로운 도로를 정의하고 세부 설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3월에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간선도로과 이정기 과장은 “개인이동수단(PM) 전용도로를 따로 만들 수는 없어서 자전거도로와 같이 쓰는 형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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