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저는 안 걸릴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5월 16일 낮 12시 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에서 만난 김다빈 씨(22)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9번 출구에서 700m 거리의 주점을 다녀간 지 9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주말을 맞아 친한 동생과 놀러 나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정부 지침은 좋지만 지키고 안 지키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5월 24일 오후 2시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 권오은 씨(24)는 20대 감염률이 높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접촉하는 사람은 정해졌으니 괜찮다는 얘기다.

강남역 일대의 주점과 노래방을 이용한 사람들이 5월 9~1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권 씨는 “강남역에 왔다고 해서 다 걸리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확진자 중에서 20대는 3384명(7월 3일 0시 기준)으로 전체의 26%에 이른다. 연령대별로는 가장 높다. 서울지역 20~30대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느냐 마느냐를 ‘운’이라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과 서울연구원이 서울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실시한 인식조사에서 ‘내가 감염되는가 마는가는 어느 정도 운’라고 답한 이가 20대는 53.9%, 30대는 62.4%였다. 40대는 42.8%, 50대는 43.8%, 60대는 38.3%.

이 같은 운명론적 사고는 건강 상태를 얼마나 자신하느냐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20대 응답자의 69.7%가 ‘내 건강 상태가 좋다’고 대답했다.

주점,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연령층 역시 20~30대였다. 이용을 항상 자제한다는 대답은 20대가 24.3%, 30대가 35.6%였다. 40대 45.4%, 50대 47.9%, 60대 54.7%로 차이가 컸다.

홍대 번화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만난 최모 씨(25)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할 만큼 불안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강남역 안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김채연 씨(20)는 “클럽이나 술집은 안 가도 카페는 간다”며 “확진자 동선만 피해 다니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

▲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의 지하철역 일대도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화상강의 수강, 과제, 회의를 위해 카페를 찾은 학생이 많았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젊은이는 코로나19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돌아다니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받고 놀러 다니는 친구도 있다.” (대학생 유모 씨·25·지하철 2호선 사당역 7번 출구의 카페에서)

“최근에는 확진자가 하루에 약 30명씩 생기고 있다. 전 국민 5000만 명 중에 30명만 걸리는 거니까 별로 신경 안 쓴다.” (대학원생 이선기 씨·24·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의 카페에서)

“20~30대 무증상 확진자가 많은 걸 보면 젊은 사람에게는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 걸려도 사망할 확률은 낮아서 걱정 없다.” (직장인 권모 씨·31)

“주변 친구들을 보면 조금씩 다시 약속을 잡는 것 같다. 특히 지방 친구들은 조금 더 편하게 약속을 잡는다.” (직장인 박호성 씨·30)

▲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의 카페

문제는 20~30대가 ‘조용한 전파자(무증상 확진자)’로서 고령층의 가족이나 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관련 20대 확진자의 50대 어머니, 30대 확진자의 80대 외할머니와 60대 아버지가 감염됐다. 70대는 9%, 80대 이상은 25%가 목숨을 잃었다.

20대 대학생 자녀를 둔 송정미 씨(63)는 “딸이 매일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지, 뭐 하는지, 조심은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걱정된다”며 “나는 나이도 있고 특이  체질이라 약을 함부로 못 먹는다. 감염되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30대 자녀를 둔 김정남 씨(64)는 “어느 한 세대만 노력한다고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를 못하는 등 어려운 상황인데 젊은이도 자제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명순 교수는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을 더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젊은층에서 2차 대유행의 불씨가 살아날 조짐이 이태원 클럽 사태로 확인된 셈”이라며 “이들 연령층에 차별화된 위험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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