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저널리즘스쿨의 1기 전형에서 논술주제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사회현실’이었다. 채점하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안타까운 이유는 청년세대의 불만과 불안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 고위층과 상류층 자녀는 자산의 대물림이나 편법을 통해 사다리를 쉽게 오르는 현실에 청년들은 분노했다.

답답한 이유는 시험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원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시험장에 앉은 이유, 시험장에서 쓰는 글의 성격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은 다수에서 소수를 고르는 과정이다. 지원자의 사상을 검증하거나 성향을 파악하는 장치가 아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 글 하나가 7월 3일 올라왔다.

항상 논술시험 전에 드는 고민이...
언론사의 방향이 제 생각과 너무 달라서
언론사에 맞춰야할지, 제 생각을 고집해야할지 고민이 되네요.
필합했던 언론사의 논제는 대게 정치나 사회문제였는데
경제분야는 조절하기가 정말 어렵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언론사의 방향과 자기 생각이 다르다? 언론사가 자사의 방향과 100% 일치하는 지원자만 뽑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성향을 드러냈다가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지원자는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입사하고 싶으면 해당 언론사에 맞추거나, 그게 싫으면 지원하지 않거나. (아, 네 번째 줄에 단어 하나가 잘못됐다. 대게? 대개?)

나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말한다. “여러분은 사상검증 대상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가 아니라 취업문을 통과하려는 지원자다.”

논술은 시험글이다. 경쟁 과정에서, 즉 다수의 지원자 중에서 소수의 합격자가 되려고 쓰는 글이다. 여기서는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을 지키되 다른 지원자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는 평가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다. 취업난이 심하고 일부 계층이 편법을 쓴다, 그래서 분노한다? 맞는 말이지만 누구나 아는 현실 아닌가.

문제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지원자 대다수가 쓴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모두가 글에 담아서 문제다. 차이가 거의 없다. 도토리 키재기가 된다. 비슷비슷한 글이 아니라 돋보이는 글이 필요하다.

취업난과 불공정한 현실에 청년세대가 분노하는지 확인하려고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사회현실’을 논제로 내지 않았다. 사회현안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얼마나 차분하게 정리하는지가 궁금했다.

지원자 대부분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평소의 불만과 불안을 옮기는 수준에 그쳤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에 어울리지, 경쟁을 통과하기 위한 논술에 적합하지 않다.

청년세대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를 보자. 법과 제도의 미비로 얼마나 많은 산업재해가 계속되는가. 무관심과 편견으로 얼마나 많은 소수가 고통받는가. 윤리와 도덕의 실종으로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가.

시야를 넓히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사회현실이 많이 보인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기자가 되겠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와 논술을 일치시키자. 언행일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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