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말한다. 지옥고(地獄+苦)라는 뜻도 갖는다. 방은 좁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 실업률이 10%에 이르는 청년 세대는 주거에서도 고통을 겪는다.

청년의 주거가 사회문제화 되자 여러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공약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의 주거 기본권 보장 정책을, 정의당은 주거 지원 수당을 제시했다.
 
청년 주거 기본권 보장 정책은 공공 기숙사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주거 지원 수당은 19세~29세 청년 중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월세 거주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이라도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모두가 주거 정책에서는 청년으로 분류된다. 정책 하나로 모든 청년을 만족시키기는 힘들다.

현행 제도에서도 수혜자가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LH 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는 청년매입 임대주택 제도의 신청 자격은 만 19세에서 39세 미만의 청년이다.

대학생은 성인이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상 일정한 소득이 없고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취를 해도 단독 세대주로 인정되지 않는다. 주거 보장 제도에서 배제되는 이유다.

이들은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서 자취비 부담을 힘들어한다. 인터넷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데이터분석센터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 시세는 보증금 1000만 원,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 기준으로 54만 원이다.

관리비를 포함하면 월 6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또 최소 500만 원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출처=다방)

대구교대 최승혜 씨(21)는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구했다. “보증금으로 목돈이 들어가다 보니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선 불가능하겠더라.” 최 씨는 지방인 대구에서 방을 구하는 일이 힘들었는데 서울이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충남대 안은솔 씨(22)는 자취를 시작한 뒤로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어서 주거 보조금 제도를 알아봤는데, 내가 단독 세대주로 인정되지 않아서 소용없었다.”

단독 세대주가 아니어서 여러 제도에서 배제되지만 대학생은 작은 혜택이라도 받기 위해 또 다른 제도를 찾는다. LH 토지주택공사와 SH 서울도시주택공사가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과 주택보조금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강대 민부경 씨(23)는 약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LH 토지주택공사의 행복주택에 지난해 3월 당첨됐다. 지원조건이 까다롭고 제출할 서류가 복잡하지만 민 씨는 당첨만으로도 만족한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에 있다. 행복주택 입주 전에 자취를 했던 민 씨는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행복주택에 입주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었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8년 발표한 행복주택 청약 경쟁률에 따르면 울산 송정지구와 김해 율하지구는 0.7대 1이지만 서울 공릉의 경우 99.4대 1이었다.

▲ 행복주택 지역별 경쟁률(출처=LH)

임대주택의 공급이 부족하면 주거 급여와 같은 주거비용 지원제도를 찾는다. 전월세비용 지원제도는 주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 주거 빈곤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지원기준을 2020년에 대폭 완화했다.

소득인정액을 중위소득 45%까지 확대했고 작년보다 임대료 14.3%, 수선비용 21%를 인상했다. 가장 큰 차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점이다. 대학생이 부모와는 별개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거복지 서비스를 소개하는 마이홈포털에 문의했더니 만 30세 이하 청년은 부모와 같은 세대로 묶이기 때문에 부모가 집을 소유한 상태면 청년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LH의 전세주택 지원금 제도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경우 9000만 원에서 최대 1억 2000만 원까지 지원하지만 매물이 별로 없다. 또 월세가 더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전세를 꺼려 이 제도는 그림의 떡이다.

LH 홍보실 이소민 대리는 공사도 이런 상황을 알고 ‘주택물색 도우미 제도’나 ‘전세임대포털’과 같은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과학대 김유진 씨(22)는 “그런 제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이용했을 텐데, LH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계명대 문현지 씨(22)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이 기본권에 대한 걱정 없이 도전하고,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국가 발전의 첫걸음이다.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이 보다 세세한 맞춤형 정책이 되도록 여러 분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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