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와 언론이 풀지 못한 문제의 해법을 수험생에게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석학과 싱크탱크가 자주 틀리는 미래의 전망을 수험생에게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수험생은 논제를 이해했고 뉴스를 열심히 읽었고 나름대로 정리했음을 보여주면 된다고 지난 칼럼에서 말했다. 이어서 기자 지망생은 자기 색을 칠하면 된다, 어떤 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기 색을 어떻게 칠하느냐다. 자기 생각을 글에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하다. 기본을 지키되, 글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다른 수험생과 차별화된 지점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주제는 기본이다. 내용과 문장의 정확성을 말한다. 논술은 사회현안이나 국제정세를 다루므로 뉴스를 언급하며 풀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잘못 정리하거나 맞춤법과 표기법이 틀리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사례 1>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다. 2017년 장거리 핵 미사일 발사 뒤 미국과 대화의 판이 열렸다. 한국을 도발하면 미국도 응답한다.

북한이 2017년 발사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지만 핵탄두를 탑재하지는 않았다. 1차 미북정상회담(2018년 6월)은 북한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관과 남북정상회담 같은 화해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한국을 도발하면? 북한이 도발하면?

학생의 글은 세 문장이다. 공백을 포함하면 72자. 이렇게 짧은 단락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 대부분이다.

<사례 2>
실리가 곧 외교 철학이다. 정권의 색에 따라 바뀌는 강경 또는 온건 기조만이 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실리에 따라 외교를 맺고 끊는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 직후에도 서로의 이익에 부합했기에 맺은 것이 7·4 공동성명이었다.

실리에 따라 외교를 맺고 끊는다며 북한과 7·4공동성명을 사례로 들었다. 실리와 철학을 떠나 남북이 외교를 맺고 끊은 적이 있었는가. 7·4공동성명은 남북이 맺은 외교가 아니라 극비회담 뒤에 발표한 내용이다.

<사례 3>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신흥국의 등장은 기존 강대국의 긴장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투기디데스 함정이다.……미중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과 한국의 외교정책을 다뤘다.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를 제시하며 글을 풀어간 점은 좋다.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저자(Tuchididdes)는 투기디데스인가 투키디데스인가.

언론의 소중함과 기자의 가치는 뉴스의 정확성에서 나온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진실에 대한 의무(Journalism’s first obligation is to the truth)를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맨 앞에 놓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험생은 언론에 들어가 기자가 되어 뉴스를 쓰려고 한다. 일상에서부터, 특히 시험준비 단계에서부터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습관을 갖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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