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치수를 표준화하는 법을 제정해 달라는 내용이 2월 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의류 치수가 모호해서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리사이즈 치수가 쇼핑몰마다 제각각이라고 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프리사이즈를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보통 사람들의 평균 체형에 맞도록 만들어진 옷이나 모자 따위의 치수라고 설명한다.

참여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은 ‘옷 치수 중에서 모든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치수’로 정의한다. 뜻부터 명확하지 않으니 쇼핑몰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 같은 프리사이즈의 셔츠이지만 총길이가 다르다. (출처=에이블리)

온라인 쇼핑몰에서 프리사이즈 제품 3개를 골랐다. 누구나 입을 수 있다는 뜻이 무색하게 총길이가 모두 달랐다. 심하면 10㎝ 이상 차이가 났다. 팔길이, 어깨, 가슴둘레 역시 마찬가지다. 셔츠, 니트, 후드티 같은 옷의 종류와 관계없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다.

같은 브랜드에서 같은 사이즈로 표기된 제품도 치수 차이가 심했다. 하나의 브랜드에서 동일 카테고리 제품 3개를 무작위로 선정해 상세 치수를 비교했다. 같은 L 사이즈라도 어깨너비와 소매길이에서 7㎝나 차이 났다.

▲ 같은 브랜드 제품 3개의 사이즈(출처=무신사 홈페이지)

경기 고양시에 사는 고등학생 김재우 군(19)은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사이즈를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같은 M 사이즈라고 마음 놓고 구매할 수 없어요. 상세 치수만으로 옷이 잘 맞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요.”

국가기술표준원은 성인 남성복의 치수(표준번호 KS K 0050)와 성인 여성복의 치수(표준번호 KS K 0051)’ 기준을 통해 ‘85, 90, 95’ 또는 ‘S, M, L’로 표기 방법을 규정한다. 사이즈에 해당하는 키, 허리둘레의 상세치수가 나오지만 제안일 뿐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63)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총장, 어깨너비와 같은 상세정보를 제공하면 표기 방식이 달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즈 오차로 소비자가 겪는 불편에 대해서는 “직접 제품을 확인할 수 없는 전자상거래의 원천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의류 산업의 특성상 국가가 나서서 사이즈나 상세정보 제공 방식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신상훈 사무관은 “치수 규정을 제시하긴 하지만 의류는 창의성이 가미될 수밖에 없어 국가에서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세정보마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화여대 엄세원 씨(25)는 온라인에서 옷을 구매했지만 상세정보가 실제와 달라 입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일부 소비자는 상세 사진의 미흡으로 피해를 본다. 상세 사진은 의류의 색감, 재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의류를 입은 모델 사진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옷의 일부를 보이지 않도록 촬영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하나의 사진을 사진 속 모델이 착용한 모든 의류의 상세 사진에 공통으로 사용하고 각각의 의류에 대한 상세 사진을 제공하지 않는 식이다.

이화여대 김서연 씨(22)는 “상세 치수로는 사이즈가 맞을지 감이 오지 않아 상세 사진을 확인했는데 모든 사진에서 셔츠를 하의 안으로 넣어 입어서 길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옷을 자주 구매하는 이화여대 이예경 씨(20) 역시 “디테일을 확인하려고 사진을 확인하는데 쇼핑몰 사진인지 화보인지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사진의 숫자나 사진 속의 정보가 부족하다고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 2항은 물품 및 용역을 선택하면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규정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량은 규제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단순 변심이라도 7일 이내에 반품할 수 있는 권리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배송비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해외 직배송 의류를 구매할 때는 무료로 전달하지만 반품할 때는 옷 가격의 50% 이상을 배송비로 받는다.

일부 쇼핑몰은 소비자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신체 사이즈 추천, 구매자 후기를 통한 사이즈 추천, 다양한 신체 사이즈의 모델 사진 제공기능을 넣어 구매를 돕는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예림 씨(23)는 사이즈 추천기능과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특정 쇼핑몰에서는 마음 놓고 구매한다. “소비자가 이런 쇼핑몰을 많이 이용한다면 다른 많은 쇼핑몰 또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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