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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거리의 청년창업 공간
강은 기자 | 승인 2020.06.28 13:58

 

시각예술단체 ‘불나방’은 서울 성북구가 주관한 청년창업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9월 성북구 삼양로에 현대미술 전시장을 냈다. 인테리어 비용과 월세를 지원받았다. 지금은 ‘불나방’을 포함해 두 곳의 청년창업 가게가 들어왔다.

‘불나방’ 대표 문규림 씨(29)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쉽다고 느낀다. 오래전부터 불법 유해업소가 몰렸던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모델을 찾아가는 중인데 거리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서 전시 홍보가 어렵다.” 그는 월세 지원 기간이 끝나면 사업을 어떻게 지속할지 걱정한다.

불법 유해업소가 몰린 구역은 애초에 상권이 활성화되기 어려운데 지자체는 청년창업 거리고 지정한다. 창업공간 몇 개를 들인다고 거리 분위기와 주민 인식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기자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에서 미아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삼양로 일대를 걸었다. 800m 정도의 거리 곳곳에 ‘불법 유해업소 퇴출’ 현수막이 걸렸다. 폐점한 업장 간판에는 단속 딱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이런 곳에 청년창업가게 팻말이 붙은 점포 3개가 보였다.

▲ 청년창업공간 ‘불나방’ 옆으로 폐업한 유해업소가 많다.

길음역 근처에서 5년 살았다는 신석현 씨(38)는 “그쪽에 맥양집(불법 유해업소)이 있는 건 알았는데 청년이 창업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불나방’과 비슷한 시기에 청년창업 가게를 연 ‘낭만덮밥’ 사장 이정흠 씨는 “초기에 지원을 받아서 가게를 열 수 있는 걸 제외하면 장사하기 어려운 위치인 건 맞다. 지금은 거의 배달로 사업을 유지한다”고 했다.

사업을 담당하는 성북문화재단의 김혜선 씨는 “유동인구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 창업팀을 선발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경로로 사업을 확장할 팀을 선발하긴 했다”며 “청년 사업자와 주민의 네트워크를 활발히 하는 방향으로 홍보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성내동에도 비슷한 취지의 청년창업 거리가 있다. 강동구청은 ‘변종카페’라 불리는 유해업소가 많은 지역에 청년창업 공간이 들어서도록 지원했다.

사업을 한 지 4년이 흘러 테디베어, 향수, 금속공예 등 여러 공방 19개가 들어섰다. 하지만 공방 거리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여전히 문을 여는 유해업소가 있어서 공방은 가끔 눈에 띄는 수준.

금속공예 공방을 운영하는 이소라 씨는 1㎞ 넘는 거리에 점포 3~4개가 있는 식이니 공방 거리라는 느낌이 나진 않는다고 했다. “사람이 몰리려면 걷기 좋은 길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는데 도보가 깨져 있고 나무가 크게 자라서 지나다니기에 불편하다.”

인천 미추홀구청도 제운사거리에서 용일사거리에 이르는 350m를 2017년에 ‘청년창업 특화 거리’로 지정했다. 기자가 제운사거리 일대를 찾아갔을 때 불법업소 4곳이 영업을 했다.

지난해 2월 제운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사진관을 낸 최열 씨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유흥업소가) 없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분들한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청년 창업가끼리 모여서 거리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진관 바로 옆에서 미술교육원을 운영하는 한은혜 씨는 “유흥업소 자체도 문제지만 주변이 워낙 낙후된 구도심이고 거주민 평균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며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고 주차시설이 열악한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청년네트워크의 임재현 대표는 “애초에 활성화될 수 없는 구역에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건 제대로 된 기회를 줬다고 보기 어렵고 성과를 내기 힘든 게 당연하다”며 “도시계획에 청년을 참여시키는 건 좋은데 청년을 형식적으로만 끼워 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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