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시험에서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를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물었다. 논술과 작문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논술을 쓰는데 있어서 합격하는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이 아직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필기 합격에 가까워지는지 교수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합격하는 글이라…. 논술강화 칼럼이 정답이나 비법이나 지름길을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두 가지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는 최종 합격자의 글이 전범(典範)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종 합격자의 논술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고 방향과 구성과 사례를 흉내 내면 곤란하다.

지원자가 1000명이고 최종 합격자가 10명이다. 최종 합격자의 논술은 상위 1%인가. 지원자가 1500명이고 최종 합격자가 2명이다. 최종 합격자의 작문이 상위 0.1%인가.

단계별로 가정하자. 지원자가 1000명, 서류심사 통과자가 700명, 필기시험 통과자가 50명, 최종 합격자가 10명. 그러면 최종 합격자의 논술은 상위 1%에 들어갈 수도, 상위 7%에 들어갈 수도 있다.

상위 1%와 상위 7%는 다른 수준이다. 최종 합격자의 글을 유일한 전범이 아니라 대안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라산 정상을 향하는 코스가 여럿이고,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교통수단이 여럿이듯.

저널리즘스쿨을 같이 다니다가, 스터디를 같이 하다가 시험 결과가 나오면 남은 학생의 상당수는 최종 합격자의 논술과 작문을 구하려고 애쓴다. 합격자의 글이니까 합격하는 글이라고 생각해서다.

분석하고 참고하는 정도는 좋은데 상위 1%로 생각하고 똑같이 따라가지 않기를 권한다. 아리수 삼다수 에비앙 풀무원샘물 퓨리스…. 에베레스트 정상의 산악인이 이 중에서 하나를 마셨으면 다른 등반객도 같은 브랜드를 마셔야 하나.

또 하나의 오해는 해법과 전망을 제시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다. 갈등하는 문제에서는 해법을, 복잡한 사안에서는 전망을 묻는 이유다.

협치를 어떻게 하고,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고, 선거법을 어떻게 고치고, 청년실업을 어떻게 해결하고…. 북핵 문제는 풀 수 있는지, 코로나19로 한국경제가 얼마나 어려워질지, 세계경제는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문제의 해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힘들고, 누구도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전망하기 힘들다. 쉽게 풀 만한 문제라면 갈등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고, 쉽게 정리할 미래라면 모두가 불안해하지 않을테니.

되묻고 싶다. 정부와 국회와 언론이 풀지 못한 문제의 해법을 수험생에게서 찾으려고 이런 논제를 낸다고 생각하는지. 석학과 싱크탱크가 자주 틀리는 미래의 전망을 수험생에게서 들으려고 이런 논제를 낸다고 생각하는지.

수험생은 논제가 무엇인지 이해했음을 글에 담으면 충분하다. 뉴스를 열심히 읽었고, 나름대로 정리했음을 보여주면 된다. 이태준 선생은 <文章講話>에서 논설문의 조건을 설명하기 전에 이렇게 말한다.

“적게 보아 한 사회, 크게 보아 한 국가, 더 나아간 전인류, 대체로는 동일한 생활과 운명에 살되, 개인개인의 감정, 의견은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일에서나 십인십색(十人十色), 아니 만인만색으로 의견과 의견의 충돌을 면치 못한다.”

십인십색, 만인만색으로 의견과 의견이 충돌한다. 해법은 국가와 사회가 제시하고, 미래는 전문가와 싱크탱크가 전망한다. 기자 지망생은 자기 색을 칠하면 된다. 어떤 색인지는 중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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