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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경쟁력 ② 꼴찌 효율성
김효숙·이승연·이윤하 기자 | 승인 2020.06.14 17:36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편집자 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제정보통신보고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입법기구 효율성’ 지수에서 139개 국가 가운데 99위였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30-50 클럽에서 꼴찌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나아졌을까. 취재팀이 전·현직 국회의원, 정치학과 교수, 정치평론가 등 12명에게 물었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생산성 0점, 역대 최악의 국회. 20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박인숙(미래통합당)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표현이다.

표 전 의원은 3월 5일 취재팀과 만나 “최악이라고 했던 19대에 비해서도 20대가 법안처리율이 훨씬 떨어진다. 국회의 본 역할은 법을 만드는 건데 본회의, 법안심사소위 회의 자체가 잘 안 열렸다”고 말했다.

경희대 백승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합격점 미달이라고 평가했다. “외형적으로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더 나아졌다고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공천권을 가진 당내 실세 권력자나 지지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의원이 자율적으로 의정에 임할 수 없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국회의 문제 해결 능력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규제 개혁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법안이 굉장히 많다. 타이밍을 놓치면 ‘녹은 아이스크림’과 같다. 그러나 금융 분야를 제외하곤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장 역시 20대 국회가 19대보다 못하다고 평가했다. “정치를 소위 ‘가성비’라는 경제적 기준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의 기준으로 봐도 (국회는) 나빠졌다.”

사회 갈등의 통합, 비선출직인 행정부 견제, 필요한 입법을 위한 정당 간 협력이 정치의 기능이지만 20대 국회는 싸움을 위한 싸움만 많았지, 정작 협의를 통해 만들어야 하는 공적인 가치가 적었다고 했다.

▲ 전문가들의 국회 평가

의원이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일을 하느라 본업인 입법을 소홀히 한다고 의원과 전문가들은 아쉬워했다. 지역구의 작은 행사까지 챙겨야 하니 법안의 연구·검토·심사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인숙 전 의원은 “입법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의원이지만 문제는 무식하다는 거다.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다. 공부를 해야지 법안을 만들 수 있는데 벚꽃놀이, 단풍놀이, 반상회까지 쫓아다니느라 주말에도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 박인숙 의원(오른쪽)이 취재팀과 인터뷰하는 모습

이런 지역구 활동을 표창원 전 의원은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회사 업무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업무를 하면서 바쁘다고 자랑할 수 없다. 부녀회·야유회 인사드리는 건 과연 지역구 업무냐.”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의원이 의정활동보다는 정치활동에 골몰한다고 지적했다. “상임위 회의에서도 집중해서 참여하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딴짓하거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한 발언만 한다. 재선에 유리한 활동만 한다는 게 문제다.”

취재팀이 21대 총선 전에 만난 후보들은 하나 같이 고비용 저효율 국회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원 1명당 예산은 많으면서도 생산성은 낮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후보들은 국회 불신을 현장에서 느낀다고 했다.

“초선 후보인 내게 욕설까지 할 정도로 국회의원 혐오가 심하다. 만나는 시민마다 국회의원의 보수, 특혜에 분노한다.” (이경자 정의당 후보)

“국회의원은 일을 안 하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간다. 정치 혐오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 이유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의원의 월급을 반납 또는 삭감하자는 청원이 3월 12일 올라왔다. 5일 만에 20만 명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국민은 이번 코로나 일로 정신적으로도 특히 경제적으로도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국회의원들도 역지사지로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의원은 이렇게 많은 혜택을 어떻게 누리게 됐을까. 연봉·보좌관 숫자·국회 예산을 의원 스스로 정할 수 있어서다.

혜택이나 의정지원비와 관련된 사안은 대부분 국회 운영위원회가 결정한다. 이상배 전 의원에 따르면 국회의원 전용 무료 사우나 설치도 이 위원회가 결정됐다고 한다.

의원 보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한다. 자세히 보면 구체적 내용을 법률보다 하위 법인 ‘규칙’에 따라 국회의장이 정하도록 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3월 25일 인터뷰에서 규칙은 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언론과 시민의 감시가 심해 (보수가)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여론의 압박이 없을 때 조금씩 계속 올려왔기 때문에 이렇게 커졌다.”
특권 의식도 과도한 혜택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의원이라면 이 정도 혜택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얘기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은 3월 1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좀 유명하다 싶으면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의원이 한낱 출세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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