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편집자 주>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과도하게 쓰면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꼭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할 수 있다. 국민의 부담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요인이 된다.

나라 살림의 규모를 정하고 정부의 예산 집행을 감독하는 국회는 어떨까? 30-50 클럽 국가와 비교하기로 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7개국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1명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21억 3000만 원이다. 국회 예산 4609억 400만 원을 의원 숫자로 나눈 숫자다.

국민 1인당 평균 세금납부액은 740만 원이다. 기획재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나오는 국세 총액과 행정안전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나오는 지방세 총액을 합친 세수 총액(382조 7000억 원)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수로 나눴다.

의원 1명을 1년 동안 유지하는데 국민 280명의 세금이, 국회 전체를 유지하는 데 국민 8만 4000명의 세금이 필요한 셈이다.

30-50 클럽은 어떨까. 취재팀이 의회 예산안과 지출보고서를 확보해 산출했더니 의원 1명당 비용은 한국이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이 105억 3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18억 5000만 원으로 3위였다.

▲ 국회의원 유지비용

7개국 중에서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적다. 2019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국제통화기금(IMF)의 2019년 추정치를 기준으로 했다.

한국은 1인당 GDP가 3만 1430달러로 일본(4만 846달러)보다 9000달러(1097만 원) 적었지만 의원 1명당 예산은 일본보다 2억 8000만 원 이상 많았다. 경제수준은 낮은데 의원에게 더 많은 비용이 나간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 최보천 씨(28)는 “잘 사는 국가보다 국회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제수준에 비해 과소비”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원석 씨(58)는 “국회의원이 자기들한테 좋은 건 다 선진국 따라 하는 것 같다. 국민이 바쁘니까 신경을 못 쓰는 거지, 안다면 매우 화를 낼 것이다”라고 했다.

취재팀은 7개 국가의 의원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는지 검토했다. 의원실부터 알아봤다. 의원실이 넓을수록 유지비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회사무처가 2013년 발간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의원실은 약 45평이다. 다른 국가의 의회 홈페이지와 대사관을 통해 확인했더니 프랑스는 최대 9평, 독일은 16평, 일본은 30평이었다.

▲ 의원실 크기

영국 하원 의원실은 1.8평이다. 책상 하나가 겨우 들어간다. 그마저도 의원 3명 중 2명은 사무실이 없다. 4~5선이 돼야 보좌진과 함께 쓰는 이런 사무실이 생긴다. <영국의 재발견> 저자 권석하 씨는 “영국 하원은 없는 것도 많고 고달픈 직업에 속한다”고 말했다.

한국 의원은 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비서 4명, 인턴 2명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일본은 3명, 프랑스는 5명까지다. 독일은 보좌진 숫자를 제한하지 않지만 3명까지만 국가가 지원한다.

이상배 전 의원(15~17대)은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을 3선까지 해봤지만 사실 그만큼의 보좌진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매 국회마다 보좌진을 한 명씩 늘리더라. 국회의원만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말했다.

의원 전용 무료 사우나는 한국에만 있다. 일본 의회에는 이런 사우나가 없다. 미국과 독일 의회의 부속 건물에 설치한 사우나를 이용하려면 의원도 돈을 내야 한다. 독일은 일반인도 유료로 이용 가능하다고 독일 하원의 바르 울리케(Bahr Ulrike) 의원이 취재팀에게 알려줬다.

3월 5일 만난 당시 박인숙 의원(미래통합당)은 사우나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여성 사우나나 헬스장은 굉장히 넓은데도 평소에 텅텅 비었다. 그렇게 큰 공간을 비워두는 것도 아깝고 유지비용도 아깝다”고 했다. 취재팀이 확인한 사우나는 200평 정도였다.

▲ 의원회관의 병원(왼쪽)과 헬스장

무료 병원이 진료과목별로 있는 국가 역시 한국뿐이었다. 의원회관에는 내과 한의원 치과 임상병리실이 있고 본관에도 내과와 한의원이 있다.

직장인 김서아 씨(28)는 “작은 의무실도 아니고 치과나 한의원 같은 의료시설이 국회에 있는 건 과도하다. 그런 시설을 왜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독일의 울리케 의원은 취재팀에게 “독일은 회기 중 응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의무실 정도만 있다”면서 “정치인은 의회 업무와 관련 없는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 연봉은 약 1억 5000만 원이다. 30-50 클럽과 비교하려고 2019년 1인당 GDP 추정치를 이용했다.
 
한국 의원의 보수는 1인당 GDP의 4.1배다. 이탈리아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미국 의원의 연봉은 1인당 GDP의 2.6배였다. 절대액수는 미국이 한국보다 높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한국보다 낮다.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현지 출장비, 업무용 택시비도 모두 세금으로 지원한다. 이렇게 의원실 지원 명목으로 나가는 비용은 지난해 의원 1인당 9700만 원이 넘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