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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발세금의 비밀 ① 싼 티켓, 비싼 세금
백승연‧이신혜‧이정수 기자 | 승인 2020.06.14 17:33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편집자 주>

국민은 해외로 나가면서 세금을 낸다. 여객공항이용료나 항만시설이용료(이하 이용료), 출국납부금(이하 출국세), 국제질병퇴치기금이다. 항공권이나 승선권을 구매하며 세 가지를 요금에 포함시켜 항공사나 해운사가 정부 대신 징수한다.

행정용어로는 이용료나 부담금이다. 하지만 누구나 의무적으로 내니까 국민에게는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납부자는 2019년에 2800만 명을 넘는다. 여러 번 내는 여행객도 많다. 공평하고 합당하게 징수하고 사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교통편별 출국세

위 도표의 왼쪽은 일본 오사카행 항공권, 오른쪽은 중국 친황다오행 승선권이다. 운임은 항공권이 6000원, 승선권이 25만 원이다. 둘 다 편도.

현행법상 출국세는 요금과 관계없이 항공권에 1만 원, 승선권에 1000원을 매긴다. 항공료보다 출국세가 더 많은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저비용 항공사가 특가운임 이벤트를 하거나 비수기에 특히 그렇다.

같은 곳으로 출국하는 경우를 보자. 3월 22일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항공편은 2만 원, 선박은 16만 원이다. 출국세는 항공이 1만 원, 선박이 1000원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크루즈 상품은 210만 원으로 숙박과 휴양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출국세는 1000원이다.

“저처럼 하늘에다 돈 뿌리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 화가 나죠.” 이선경 씨(56·경기 김포시)는 출장으로 1년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비행기로 중국에 갔다. 39회 이용했으니 출국세는 39만 원이다. 선박을 이용해서 같은 출국세를 내려면 350회를 타야 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이다원 씨(25·경기 안양시) 역시 불만이 크다. “비행기로 나가나 배로 나가나 해외로 나가기는 마찬가지인데 출국세가 그렇게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최근 3년간 10개국을 방문한 박주혜 씨(23·서울 강남구)는 출국세가 있는지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늘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데 나도 잘 모르는 출국세를 배편 출국자보다 9배씩이나 더 냈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에 내국인 출국자의 97.5%가 항공편을 이용했다. 인원은 2800만 명에 이른다.

일본은 교통수단과 관계없이 출국세가 1000엔(한화 약 1만 원)이다. 일본 국세청 도쿄지부 관광정책 관계자는 3월 19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출국한다는 목적이 동일하기 때문에 비행기와 배의 출국세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무성 홈페이지는 국제관광여객세 설명 자료를 통해 이유를 밝혔다. “공평하고 원활한 징수를 위해서 세액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세율은 일률‧정액으로 하고 있다.”

호주 역시 한국의 출국세와 비슷한 승객이동요금(PMC)을 징수한다. 액수가 60호주달러(한화 약 5만 원)로 모두 같다.

▲ 일본 재무성의 국제관광여객세 설명

문제는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시행령이다. 제1조의2 제2항은 비행기로 출국하면 1만 원, 배로 출국하면 1000원의 출국세를 내도록 규정했다. 1997년 7월 1일부터 시행한 내용.

상위법인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제2조 제3항은 출국세를 1만 원의 범위 안에서 징수하도록 정했을 뿐이다. 모법(母法)에 근거가 없는데 하위법에서 세액을 차등 규정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한국행정학회 회장)는 “금액 차등은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근거와 기준을 정하고 금액과 함께 시행령 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모법에 차등 근거가 없는데 하위법에 이유 없이 금액을 차등 규정해놓은 점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취재팀이 이유를 물었더니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출국세 도입 당시, 항공권이 승선권보다 비쌌기 때문에 차등 부과가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정부 자료는 5~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차등 부과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추측해보자면 당시 비행기 티켓이 비쌌기 때문에 차등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의 변상봉 사무관 역시 취재팀에게 “왜 이렇게 차등을 뒀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다.

필리핀은 관광 진흥을 위해 출국세와 비슷한 여행세(Travel Tax)를 징수한다. 항공편과 선박 모두 좌석 등급을 기준으로 달리 매긴다. 일등석은 2700페소(한화 약 6만3000원), 비즈니스와 이코노미석은 1620페소(한화 약 3만8000원)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유럽 국가는 ‘이산화탄소(CO2) 배출 절감을 통한 환경 보전’이라는 동일 목적으로 항공편에만 출국세를 징수한다.

독일 연방재무부 관계자는 취재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거리가 멀수록, 장기간 비행할수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차등을 둔다”고 설명했다. 독일 항공세(Aviation Tax) 세율은 목적지까지의 거리(0~2500㎞, 2500~6000㎞, 6000㎞~)로 나눈다.

▲ 각국의 출국세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출국세가 도입된 당시보다 국민소득이 오르고 출국자가 많아졌다. 그때의 상황과 지금 현실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본 목적(관광진흥개발)에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이 징수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원희 교수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징수한 출국세를 시정할 시기가 왔다”며 차등 부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지금처럼 이동 수단에 따라 달리 부과하지 말고 누진세처럼 탑승권 가격에 비례해 부과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저비용항공사가 등장하는 등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행기와 배의 출국세 차등 부과를 고수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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