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대학생이다. 대학생이 톱3(Top3)에 올랐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서 이찬원이 3위를 차지하자 진행자인 김성주가 말했다.

미스터트롯 진선미 중 아마추어는 이찬원뿐이다. 진에 오른 임영웅은 5년 차 가수, 선에 오른 영탁은 15년 차 가수다. 미스터트롯이 완전한 신인보다는 ‘중고신인’ 중심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선은 10개 조로 나뉘었다. 아이돌부, 대학부, 직장부 A·B, 타 장르부, 유소년부, 현역부 A·B, 대디부, 신동부.

현역부는 능숙했다. 다른 부에 참가한 현역 가수도 마찬가지였다. 신동부 김경민은 “(현역부는) 누가 봐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성주는 우승자가 나올 유력 부서라고 말했다. 예선 무대에 임영웅이 나오자 다들 집중했다. 임영웅은 가장 많은 사람이 라이벌로 지목했다.

기존 팬이 있는 참가자는 우위를 점했다. 1화 방송 후 1주일도 안 돼 임영웅의 무대는 조회수 200만을 넘었다. 영탁의 예선 영상에는 “역시 현역은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는 댓글이 추천 수 상위에 올랐다. 장민호는 ‘트로트계의 BTS’라고 자기소개를 하며 “가장 바쁘고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임영웅(위)과 장민호의 공연장면(출처=TV조선)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의 노래를 경연곡으로 택하기도 했다. 대학부 옥진욱은 대디부 노지훈의 노래 ‘손가락 하트’를, 현역부 이찬성은 같은 부 영탁의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불렀다. 원곡 가수가 경쟁자로서 무대를 지켜봤다.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있었다고 볼 수 있을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끈 엠넷 슈퍼스타K는 2009년 시작했다. 시즌 1 우승자는 23살 가수지망생 서인국이었다. 여러 기획사에서 퇴짜를 맞았던 그는 이제 가수와 배우를 넘나드는 연예인이 됐다.

시즌 2에서는 허각이 우승을 차지했다. 환풍기 수리공 출신 26살 청년이었다. 슈퍼스타K 시즌 3이 낳은 스타 장범준 역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슈퍼스타K 이후 거액의 상금과 앨범 발매를 내건 오디션이 대거 등장했다. 슈퍼스타K 상금은 시즌 1에서 1억 원으로 시작해 시즌 7에 5억 원까지 올랐다.

MBC 위대한탄생 시즌 1은 우승상금 1억 원과 음반제작지원금 2억 원을 약속했다. SBS K팝스타 시즌 3 우승자는 상금 3억 원과 함께 JYP엔터테인먼트로 직행했다. 성공적인 데뷔를 지원하겠다는 보증수표였다.

방송국은 전국 오디션을 치르며 곳곳의 인재를 찾았다. 개천에서 스타가 나왔다. 연예 기획사가 외면한 재야의 고수가 인정받았다. 신선한 실력자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MBC 프로그램 이름처럼 ‘위대한 탄생’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승의 기회와 더불어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목소리 하나 믿고 나온 참가자가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전문가의 교육을 받았다.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실력을 다듬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이 발전하는 참가자가 높은 순위에 올랐다. 가진 것보다 가질 수 있는 것에 주목했다. 시청자는 응원했다. 연예기획사는 탈락한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했다.

슈퍼스타K2의 허각은 대국민 선정곡 경연에서 ‘하늘을 달리다’로 단숨에 판세를 뒤집었다. 많은 시청자가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강승윤은 ‘본능적으로’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원곡자 윤종신이 노래를 골랐고 가르쳤다. 이후 대형 소속사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다. 슈퍼스타K6에서 중도 탈락한 볼빨간사춘기는 기획사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1년 반 연습생 기간을 거쳐 지금은 음원 1위 보증수표가 됐다.

미스터트롯은 발굴보다 재조명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전문 훈련을 받은 현역 가수가 돋보였다. 전국노래자랑에 문을 두드리던 아마추어와 가수로서 초대받는 프로는 달랐다. 예선, 본선 1~3차전 경연마다 진을 선발했다. 본선 1, 2, 3차전의 진 모두가 현역 트로트 가수였다.

예선에서 진에 오른 김호중은 성악가 출신이다. 현역부A조 11명 중 3명이 결승전에 올라갔고 1명은 준결승전에서 탈락했다. 우승 특전인 상금 1억 원과 조영수 작곡가의 곡 선물은 임영웅에게 돌아갔다. 그는 미스터트롯 출연 전까지 앨범 4개를 냈다.

서혜진 TV조선 예능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오디션은 포맷보다 매력 있는 실력자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송가인과 홍자가 이끌었던 미스트롯과 달리 미스터트롯은 여럿이 끌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실력자 다수가 곧 경력자였음을 시청자가 눈치채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방송에서 보여준 그들의 경력은 일부에 불과했다.

임영웅은 작년 서울과 부산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인기 가수에 비하면 작은 규모였지만 현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이찬원은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 미스터트롯 출연 전부터 임영웅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팬이었음을 밝혔다.

트로트 문외한인 시청자는 정보가 부족한 채로 문자 투표에 참여했다. 이진경 씨(28)는 “가수라고 해도 방송에서는 무명의 서러움을 주로 이야기하다 보니 트로트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인지는 알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미스터트롯은 자타공인 국민 프로그램이었다.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와 결승전 문자 투표 773만1781건을 기록했다. 출연자는 매주 목요일 밤 국민에게 희망의 노래를 선사했다. 독설이나 악마의 편집 없이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경력을 가진 참가자 위주로 흘러간 점은 아쉽다. 미스터트롯 지원자가 약 1만 5000명이었다고 한다. 인재는 충분하다. 발견은 미스터트롯과 시청자의 몫이다. 다음 시즌에서는 진짜 신인에게서 트롯의 맛을 발견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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