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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주거기준의 허실
권희은 기자 | 승인 2020.05.03 22:19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2006년 16.6%에서 2018년 5.7%로 줄었다. 주거의 질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허수가 존재한다. 기준이 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현수 씨(27)가 지내는 고시원은 2평 정도다. 성인 2명이 서자 발 디딜 곳이 없다. 책상에는 물건이 가득하다. 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이 침대 위에도 보인다.

주택법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최저주거기준으로 명시했다. 1인 가구 기준으로 면적은 14㎡(약 4평) 이상이어야 하고 입식 부엌과 상수도, 화장실, 목욕 시설을 갖춰야 한다.

김 씨가 지내는 방은 최저주거기준을 채운 가구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시원은 주택이 아닌 비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비주택이란 사람이 살지만 일반적인 주택으로 볼 수 없는 곳이다. 고시원, 쪽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이다.

▲ 김현수 씨가 지내는 고시원

고시원에서 1년 넘게 생활한 황재윤 씨(24)는 고시원에 살다가 후천적 천식이 생겼다. 의사는 생활하는 곳의 환경을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너무 건조하거나 집 먼지 알레르기가 심한 곳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황 씨가 살던 고시원에는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있는 방은 43만 원, 창문이 없는 방은 38만 원이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질병까지 얻었지만 김 씨와 마찬가지로 최저주거기준 대상이 아니다.

청년의 열악한 주거실태를 고시원이 보여준다면 노인의 열악한 주거실태는 쪽방촌이 보여준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화장실이라는 표시가 붙은 철문이 곳곳에 보인다.

쪽방 역시 2평 정도인데 주민이 화장실을 함께 쓴다. 제대로 된 우편함이 없어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낸 우편물이 전봇대 여기저기에 끼워져 있다. 최저주거기준이 명시한 입식 부엌과 상수도, 개별 화장실, 목욕 시설은 언감생심이다.

▲ 동자동 쪽방촌의 공용 화장실

비주택이 아닌 주택은 어떨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기준이 두루뭉술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방음, 환기, 채광, 난방설비를 갖춰야 하고 소음, 진동, 악취, 대기오염 등의 환경요소가 법정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내용.

이 모 씨(28)가 사는 10평 남짓한 반지하 방은 오후 1시에도 해를 등진 듯 어두웠다. 방바닥을 밟자 습기로 축축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름에는 집 안에서 빨래 너는 건 포기하고 살았어요.” 벽면에 곰팡이가 보였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이 씨의 집은 살만한 곳이다.

정부는 1962년 건축법을 제정하면서 지하층을 거주 용도로 금지했다. 보일러실이나 전쟁에 대비한 방공호로만 허용했다. 주택난이 심해지자 1984년 건축법을 개정하며 이런 공간도 합법적으로 변했다. 현재의 최저주거기준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학가 원룸은 방음에 취약한 곳이 많았다. 최가현 씨(24)는 집 안에서도 이어 플러그를 꼽고 지낸다. 윗집 소리가 천장을 타고 그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올라가 보고 나서야 윗집이 옥상의 공간을 이용한 컨테이너식 주거 공간임을 알게 됐다.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공급되는 주택이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하고, 여기에 미달하는 가구가 많은 지역에는 우선적으로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한다. 결국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 혜택을 받을 사람이 받지 못할 수 있다.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과는 최저주거기준의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묻자 “내부 조율 중에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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