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씨(23)는 2018년 8월 친구 소개로 KB청춘마루에서 열린 수제 맥주 시음 클래스에 참여했다. 2층의 세미나실에서 라거와 에일, IPA와 스타우트 등 맥주를 종류별로 시음했다. 만드는 과정과 기원에 대해서도 배웠다. 모르고 마시던 맥주의 종류가 아주 다양함을 알았다.

KB청춘마루는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청년공간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눈에 들어온다.

KB스타뱅킹이나 Livv 앱 회원 인증을 하면 세미나실과 루프탑 등 내부의 모든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 씨는 “문화생활 비용이 부담스러운데 이런 기회를 통해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청년 공간은 이용료의 부담을 덜고 청년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민간 청년 기업이 운영하는 ‘무중력지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청년의 활동을 지원하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장한다. 청년은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이용한다. 2015년 생긴 무중력지대 G밸리(서울 금천구)를 시작으로 2019년 10월에 개관한 영등포센터까지 서울에 8곳이 있다.

지난 4년 동안 16만 4743명이 G밸리를 방문했다. 매일 161명 정도가 찾은 셈이다. 청년은 일회적 공간 이용 또는 자체 연구와 사업을 위해 이용한다.

G밸리에서는 유튜버의 노하우와 영상 제작 기법을 알려주는 ‘나는 크리에이터다’, 청년과 시니어 리더가 교류 활동을 이어가는 ‘G-멘토’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간 이용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5점이다.

▲ 신촌 파랑고래 2층의 교류 공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신촌 파랑고래는 지역 주민과 청년의 문화생활을 위한 곳이다. 서대문구청이 2019년 5월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을 위해 만들었다.

지하 1층에는 밴드 연습실이 있다. 1층은 야외공연장이고 3층은 강연과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실이다.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한다. 담당 주무관은 “실내 연습실 예약은 거의 꽉 찼고, 지하 연습실 또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때마다 이용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진학사가 운영하는 캐치카페는 카페형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 2018년 서대문구 신촌동에 처음 열었다. 앱에 가입하면 매일 3시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페에는 도서와 신문을 비치하고 취업 설명회와 현직자의 멘토링 강의를 연다.

평소에는 스터디카페로, 채용설명회 기간에는 기업 관계자와 취업 준비생이 만나는 장소로 변한다. 학생에게는 무료 공간과 취업 정보를, 기업에는 홍보와 채용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신촌점에 이어 안암, 경희로, 한양대, 혜화에 차례로 생겼다.

▲ 캐치카페는 음료와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알바몬에 따르면 취업 준비 목적으로 스타벅스를 매일 가면 아메리카노 1잔(4100원)을 기준으로 한 달에 12만 3000원이 필요하다. 대학생 월평균 생활비가 51만 4000원이니 공간 이용에 생활비의 23%를 써야 한다.

신촌 캐치카페를 처음 찾은 서강대 김다은 씨(24)는 “일단 비용이 안 드니까 좋고, 음료가 무료여서 종종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지 씨(21)도 “학교 세미나실이 만석일 때마다 찾는다. 금전적 부담이 없어서 취업 준비도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만족도가 높으니 재방문율이 높다. 신촌 캐치카페 김동하 매니저는 “하루 평균 70명 정도가 신촌점을 찾는데,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다. 지인 추천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무중력지대 G밸리 관계자는 “많은 청년이 활동을 시작하기 전, 공간 이용료에 부담을 느낀다. 무중력지대는 청년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토대다. 단순히 무료로 이용하는 공간을 넘어 이곳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공유 공간 운영과 창업 지원을 주 사업으로 하는 일본의 ‘칸나이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는 2010년 12월 설립돼 이듬해 3월 요코하마시에 마스마스(Mass X Mass)를 개관했다. 지역 주민이 교류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마스마스에서는 입주 기업을 위한 교육사업, 크라우드 펀딩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해 도시락을 판매하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 지역의 노령 인구와 함께하는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처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동력을 마련하는 중이다.

대만 타이난의 공동 공간(Good Ideas Studio)은 개관 초기, 이용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청년이 타이베이 등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는 정보통신(IT) 계열 종사자를 멘토로 동원해 지역 청년에게 무료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받은 청년은 대도시로 나가는 대신, 스튜디오에 손님으로 입주했다. 무료교육이 입주자 유치 성공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청년 공간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스타트업 활성화의 장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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