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가 너무 똑같아서 한 사람이 쓴 기사인 줄 알았어요”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가리고 두 기사를 보여주자 독자 홍지현 씨(24)가 보인 반응이다. 그는 두 개가 사실상 같은 기사임을 알고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표절한 것 같다”고 했다.

문제의 기사는 경향신문 2월 18일 자(북한 보건성 관계자 “코로나19 감염자 없다”)였다. 다섯 문단 중 네 문단이 연합뉴스와 동일했다.

기사 끝에는 기자가 아니라 디지털 뉴스팀이라고 나온다. 같은 팀의 다른 기사를 확인하자 비슷한 사례가 더 나왔다. 하루에 하나 이상의 기사를 올렸는데 대부분 연합뉴스 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겼다.

▲ 경향신문(왼쪽)과 연합뉴스 비교

국내 언론에서는 통신사 등 다른 매체의 내용을 약간 바꿔 자사 기사로 만드는 관행, 일명 ‘우라까이’가 흔하다. 사실상 표절인데 인터넷 뉴스가 크게 늘면서 사례가 늘고 방식이 달라졌다.

취재팀은 ‘디지털 뉴스팀’이라는 바이라인에 집중했다. 기자가 아니라 팀 이름으로 나가면 문제가 생겨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교묘한 표절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에도 경향신문의 디지털 뉴스팀 같은 부서가 있다. 이런 팀이 작성한 기사(2월 17일~ 23일)를 조사했더니 표절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경향신문 디지털 뉴스팀이 작성한 기사는 24개였다. 이 중 22개가 표절이었다. ‘군, 4번째 확진자 발생…오늘부터 전 장병 휴가’(2월 22일자)는 연합뉴스 제목과 똑같았다. 내용 역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16줄이 연합뉴스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순서만 조금 바꿨다.

▲ 매일경제(왼쪽)와 연합뉴스 비교

경제지도 비슷했다. 매일경제 디지털 뉴스국의 기사에는 연합뉴스 보도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경우가 많다. 단어나 순서를 바꾸지 않고 100% 같은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동구에도 해외여행력 없는 코로나19 확진환자(종합)>는 2월 19일자로 매일경제 디지털 뉴스국 이름으로 게재됐다. 원본 앞의 ‘(서울=연합뉴스)임화섭 기자’라는 바이라인이 매일경제 기사에서는 사라졌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디지털 뉴스팀은 “통신사와 전재 계약을 맺고 있어 공식 발표나 발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단어를 약간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특유의 문체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합뉴스 정보사업부는 “원칙적으로 연합뉴스 기사 전재 시 연합뉴스 바이라인을 명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기자 이름을 바꾸는 행위는 통신사 기사를 전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8조는 표절 금지를 명시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은 ‘통신 기사를 자사 기사와 구별하여 출처를 밝혀 사용하여야 하며 사소한 내용을 변경하여 자사 기사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윤리강령은 법적 효력과 관계없이 언론사가 스스로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는 오래된 관행이라는 이유로 디지털·온라인 뉴스팀이라는 이름으로 표절 기사를 계속 만든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