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코로나19 특집 (47) 요양원의 풍경
지윤수 기자 | 승인 2020.04.19 17:37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었다. 또 내 집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며 커튼, 가구업체가 성황이다. 인스타그램에는 집에서의 모습을 담은 ‘집콕 중’ 섹션이 생겼다. 코로나 시대의 적응법이다.

요양원처럼 고령자가 모인 곳은 어떨까. 기자가 찾아갔더니 코로나에 적응하기보다는 멈춘 느낌이었다.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눔복지재단의 우리너싱홈(전북 전주)에는 어르신 98명이 있다. 간호조무사 천현경 씨(57)는 불안을 덜어주고 격려하는 심리치료에 신경 쓰는 편이다. 건강 상태를 체크하면서 정서적 요인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제일 크다고 느꼈다.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상은 산책도 공연도 생일파티도 아니다. 자녀를 만나는 시간이다. 코로나가 이 행복을 앗았다. 요양원은 전염의 조짐이 드러나자마자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 과거에는 늦은 시간만 피하면 아무 때나 가능했다.

▲ 할머니들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천 씨는 김병숙 할머니를 통해 자녀를 못 보는 고통을 알 수 있다고 했다. 90세를 넘긴 할머니에게는 아들 하나, 딸 셋이 있다. 자녀가 매주 돌아가면서 오거나, 모시고 가서 자고 오기도 한다.

할머니는 자녀에 대한 그리움이 남달랐다. 병실의 다른 할머니에게 매일 면회 오는 자녀가 있는데,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부러움의 시선이다. 그러다가도 아들이 오면 신기하게도 얼굴이 확 핀다.
 
면회가 금지되자 할머니 기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어디가 아픈지 물으면 “그냥 기운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옆에서 지켜본 천 씨는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아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표현하지 않아도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느꼈다.
 
식사량도 줄었다. 억지로 먹는 게 보인다. 요양원은 암 환자를 위한 식욕촉진제를 챙겼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노인전문병원에 데려가 영양제를 맞혔다.

할머니는 평소 영양제 맞는 걸 좋아했다. 그날 할머니는 서러웠는지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왜 아들이 오지 않느냐며 말이다. “아들이 나 안 찾아오려고 영양제 맞추는 거지”라고 원망했다.

요양원의 걱정은 날로 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늘었다. 지병이 있고 고령인 고위험군이라 치명률이 높다.

무엇보다 자녀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다. 실제 어르신의 신경이 예민해졌다. 직원에게 투정이 잦아졌다. 어르신 사이의 다툼도 늘었다. 자녀를 못 보는 우울감이 갈등으로 표출된 셈이다.
 
요양원은 치매를 앓는 어르신에게는 코로나19를 ‘감기처럼 걸리는 병’이라고 설명한다. 들을 땐 이해하지만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상황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다. 김병숙 할머니는 “엄마와 아들인데 전염병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뉴스가 나와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이런 와중에 요양원에 작은 일이 생겼다. 어르신이 창문 밖으로 딸과 몰래 손을 잡다가 걸렸다. 직원들이 막았지만 어르신 마음을 백번 이해했다. 어느 보호자는 매일 연락해 “언제쯤 엄마를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천 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날이 좋아지면서 꽃이 피자 보호자들에게 연락했다. 어르신 모시고 나가니 멀리서라도 보라고. 멀리 떨어져서 혹은 유리창으로라도 만날 수 있게 했다.

▲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보호자와 어르신이 만났다.

자녀들은 부모가 좋아하는 반찬을 가득 싸 왔다. 손자도 따라왔다. 처음에 천 씨는 걱정했다. 막상 만나면 어르신들이 만지려고 다가설까 말이다. 기우였다. “다들 정해진 거리를 유지한 채, 그리고 유리창 사이로만 자식을 보더라. 가까이 가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는 거다.”

김병숙 할머니는 먼발치서 아들을 보면서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멀리 떨어진 채 만나기 때문에 어느 보호자는 귀가 안 좋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했다.

요양원은 외부 강사가 하던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시니어 합창단의 공연, 책 읽기, 놀이 프로그램. 대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영양사가 어설프지만 직접 한다. 우울한 어르신을 배려해 산책 시간을 늘렸다. 보호자에게 보낼 사진도 많이 찍는다.

천 씨는 자녀가 어르신을 보기보다는 어르신이 자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야 견딜 수 있지만 어르신은…. 게다가 우리 팀에는 말도 못 하고 누워만 계신 분도 있다. 자녀가 보고 싶은데 표현도 못하는 거다.”

천 씨는 카카오톡으로 영상통화를 하도록 했다. 처음 경험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처럼 좋아하고 신기해했다.
 
서울대 김기웅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지금처럼 감염 위험이 높을 때 외부인 접촉을 줄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창 너머로라도 면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양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부지침을 성실히 따른다고 했다.

천 씨는 취재팀에게 문자 한 통을 보여줬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마친 보호자가 보냈다.

‘저희 어머님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리창으로 통해서 뵙는 건 아무래도 아쉬울 것 같았는데 그렇게라도 야외활동 시간에 뵐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서 이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종료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0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