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다. 2002년 4월 4일 태어났다. 선거권을 행사할 나이가 올해부터 만 18세로 바뀌어 4·15 총선에서 투표한다.

“첫 시도는 어려우니까 당장은 걱정도 되죠. 하지만 권리를 갖게 됐으니 잘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 긍정적인 것 같아요.”

54만 8986명. 처음으로 선거권이 생긴 만 18세 유권자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투표할 수 있다. 취재팀이 만난 이들은 자신과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직접 뽑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 군은 고향인 경남 거제를 다시 활성화할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조선업 경기가 어려워 많은 근로자가 거제를 떠났다. 그는 “사람이 많아야 시장이 활성화된다. 거제에 많은 사람을 정착시킬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준 군(18)도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후보에게 투표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경기 고양시의 지하철과 3기 신도시 등 지역경제에 관심이 많다. 후보의 유세 모습을 접하고 아파트 주변의 선거 벽보를 보며 공약을 비교한다.

초등학생 때, 안 군은 전교 부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한 표 한 표의 소중함을 느꼈다. 근소한 차이여서 개표 내내 가슴 졸였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이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어느 정도 공감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에 갔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며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고 싶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부모를 따라 투표소에 갔다.

▲ 안세준 군이 참여한 촛불집회

전북 남원의 이세진 양(18)은 뉴스로만 접했던 선거가 다가오자 긴장된다. 투표는 어른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후보자를 직접 비교하고 선택하려니 책임감이 생겼다.

이 양은 선거를 통해 국민이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통령과 정치인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선거에 참여하고 싶었다.

정치뉴스를 보다가 어려운 용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안이 나오면 부모에게 질문한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냐는 질문에 공약이라고 대답했다. 후보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공약과 글을 읽는다.

이 양은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면서도 정치에 대해 더 많이 알지 못해 아쉽다. 그는 “학교에서 어렸을 때부터 정치와 관련된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체계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의 조수아 양(18)은 자신의 한 표가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부모가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TV 개표방송을 보며 직접 투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번 총선을 더욱 기다린 이유다.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집으로 배송된 선거 공약집을 바탕으로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봤다.

그는 “부모님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이는 모습을 보며 정치 성향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후보를 신중히 비교해 투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양은 만 18세의 투표에 장점이 많다고 느낀다. 더 다양한 연령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모든 청소년이 정치를 잘 알지 못하기에 학교에서 교육이 있기를 바란다.

한은상 군(18)은 전남 광주의 서구 을에서 투표한다.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어 기쁘다. 평소 선거에 참여하고 싶었는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선거야말로 정치와 민주주의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잖아요. 그래서 매우 관심이 컸고 얼른 투표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돼서다. 여러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스스로 고민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방송뉴스를 함께 보며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집으로 배송된 선거 공약집을 통해 후보를 비교했다.

한 군은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친구나 선후배와 다양한 시사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그는 “정치참여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은상 군은 사전투표 참관인으로 활동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정하 양(18)은 사전투표를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표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부담을 느꼈다. “제게 주어진 투표 자격이 곧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표인 만큼 신중하게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투표를 어른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했다. 대선과 총선이 자주 찾아오는 기회가 아닌 만큼, 이번 첫 선거가 더욱 뜻깊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정치 기사를 접한다. 특히 포털사이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메인 화면의 뉴스를 본다. 지상파 3사보다 종합편성채널이 편향된 보도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여러 매체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

▲ 김정하 군의 사전투표 인증 사진

서한울 군(18)은 4월 15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반영할 가장 좋은 방법이 선거라고 생각한다. 총선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는 일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을 뽑고 싶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법안이 발의되는데 계류된 모습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제 친구들이 기사 댓글만 보고 생각을 결정하고 투표를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선거권을 줄지 말지를 논의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유경 양(18)도 같은 의견이다. 선거권에 대한 우려는 청소년을 동료 시민으로 동등하게 인정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했다. 청소년을 어른이 보호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학생이 중간고사를 앞뒀는데 투표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요. 하지만 큰 프로젝트를 앞둔 직장인에게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지 않잖아요.”

그는 여성과 청소년의 인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 ‘위티’의 대표다. 스쿨 미투가 한창 제기됐을 때 피해 사례가 많이 알려졌지만 대책은 크게 공론화되지 못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낼 방법이 학생에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의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유시경 교사(32)는 “선거권 연령 조정으로 고등학생이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는 기회가 됐다”며 학교에서 선거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대 장은주 교수(성심교양학부)는 선거권 연령 하향을 유권자 숫자의 확대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젊고 합리적인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거대 정당의 지역주의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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