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사는 백미녀 씨(45)의 자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만 18세가 되어 선거권을 갖는다.

백 씨와 그의 자녀는 선거권 하향을 크게 반겼다. 백 씨는 “소위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김미선 씨(47)에게도 고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다. 자녀는 평소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책을 스스로 찾아본다. 같은 반 학생의 카카오톡 방에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만 18세가 아니라 아이가 이번에 투표하지 못하지만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 자기 생각이 정책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서다. 김 씨도 찬성했다. 고등학교 3학년 정도면 충분히 자기 입장을 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나이라고 본다.

▲ 서울 관악구 영락고 근처의 선거 벽보

반대로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다. 서울 분당구의 윤현숙 씨(46)는 학생의 사회 경험이 적고 정치에 대한 생각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 고등학교 3학년인 자녀도 같은 의견이다. 수학 영어 문제만 풀다가 투표를 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선거를 하려면)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알아야 한다. 매시간이 중요한 시기에 정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닐까 많이들 걱정한다. 주변에 찬성하는 분은 거의 못 봤다.”

학부모 단체의 의견도 다양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나명주 회장은 선거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판단력이 충분하니 연령을 만 16세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회장은 청소년과 토론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학칙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소년이 다른 국가의 학칙을 조사하고 비교 분석했다며 기성세대보다 훨씬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의 박소영 대표는 선거권 연령 하향이 졸속으로 도입됐다고 평가했다. 통과된 지 4개월 만에 선거를 치르니 학생을 위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원래대로 개학해도 한 달 반 후에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 선거교육의 내용이 얼마나 잘 전달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온라인으로 교육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내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부모 윤현숙 씨는 교사의 정치성향이 학생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걱정했다. “아무래도 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 수 있지 않겠냐”며 선거교육에서 정치적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대표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교육을 교사가 필수로 이수하고 편향적인 발언은 신고하는 통로를 두자는 뜻이다.

학부모 백미녀 씨는 학교 자치가 가장 좋은 선거교육이라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서 제외된 학생에게도 발언권과 의결권을 주자고 제안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조이희 사무처장은 학교 내 정치화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라면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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