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에서 프리랜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이동석 씨(23)는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진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젊은 층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

이 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학생의 시각이 선거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정치에 더 활발히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표에 처음 참여하는 학생을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

우려되는 점은 없냐는 질문에 이 씨는 학생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만 18세 유권자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는 ‘교실의 정치화’도 걱정했다. 교사가 자신도 모르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대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씨는 선거 제도와 같은 기본적인 교육에는 찬성하나 학생의 정치적 신념에 교사가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믿는다.

선거권 하향이 성공적이려면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이 경제와 같은 여러 사회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기엔 어렵다. 보다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는 투표를 하라고 학생에게 적극 권한다. 쉽게 얻은 선거권이 아닌 만큼 책임감을 일깨워주고 싶어서다. “투표 행위를 시간 낭비로 여겨서는 안 된다. 한 표가 모여 사회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 강사와 학생이 공부방에서 수업하는 모습

서울 강서구의 영어 강사 최원빈 씨(27)도 만 18세 유권자 제도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학생을 수년간 만났는데 미성숙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최 씨는 과거에도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고 믿는다. 기회가 없어서 참여하지 못했을 뿐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안마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지를 희망한다.

그는 투표 자체의 중요성을 알려주려 한다. 또 정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마음가짐도 가르치고 싶어한다.

정치에 관심을 쏟으면 학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오히려 정치 지식을 습득함에 따라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봤다.

“(학생의) 학업성취도 저하를 우려하는 분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직장에서의 업무 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지 반문하고 싶다.”

교실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일하는 지역의 학원가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고 수업 중 국내 정치 이야기는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기 용인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박창현 씨(29)는 연령 하향에 반대한다. 그는 학생 선거권이 섣불리 도입됐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 선거 및 정치 교육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학생이 선거권을 행사한 이후에 정치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한 표가 행사될 수 있다.”

박 씨는 정치에 대한 학생의 관심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 중 일부는 참정권 확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많은 학생은 학업에 우선순위를 둔다.

서울 관악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이지윤 씨(27)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나 이념, 심지어는 당 이름조차 모르는 학생이 있다.

전남 순천에서 종합학원을 운영하는 양현정 씨(52)는 총선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우려했다. “(학생 유권자들이) 정당의 정책과 공약, 후보자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지 의문이다.”

인천 계양구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전현지 씨(28)도 첫 선거권을 얻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어떤 후보를 뽑고 싶은지, 어떤 정당이 맘에 드는지 명확하게 대답한 학생이 드물었다.

그는 “(어느 학생이) 짝수인 후보 중에 아무나 뽑고 싶다”고 대답했다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까 봐 걱정한다. 그러면서 학생이 정치적 신념을 확립한 후에 투표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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