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대표를 4월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유세 현장에서 만났다. 오전 11시 동묘앞역 10번 출구 앞.

장소는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공지됐다. 지지자들은 황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름 석 자를 외쳤다. 그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이 길을 텄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경제·고용·안보 정책이 실패했다며 ‘폭망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폭정을 막을 방법은 힘을 모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하는 동안 취재팀은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질문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캠프 관계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우리 청년 여러분, 이리 가까이 오세요.”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치고 유세 차량에서 내려온 뒤에 취재팀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연령 하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대표는 “젊은이들이 빨리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만 18세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는 “만 18세 이하 젊은이들이 빨리 정치에 참여해서 사회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8세 이하 표현에 캠프 관계자는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유세 현장

서울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과 걸어서 5분 거리인 카페에서 황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그는 상인, 손님, 행인과 인사를 나눴다. 취재팀을 다시 만나자 주먹 쥔 손을 맞대는 ‘코로나식 인사’를 요청했다.

연령 하향에 대해 우려하는 점은 없냐고 묻자 “18세 전부가 (해당)되는 게 아니다. 괜히 헛걸음하지 않게 그 부분을 미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출생일에 따라 투표 가능 여부가 나뉘는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통합당의 청소년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황 대표는 “일반적으로 공약은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청(소)년 공약은 따로 준비하고 있다”며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는 거다. 늦게 시작한 만큼 제대로 준비를 해서 내려고 한다”고 했다.

통합당은 학제 개편과 선거권 연령 하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새누리당 시절에는 반대했다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2017년 2월부터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학제 개편은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수업연한을 조정해 만 18세 이전에 고교과정을 마치고 투표하도록 만들자는 내용이다.

취재팀은 장능인 통합당 상근부대변인을 만났다. 그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으로 18세 선거권 당론을 만들었다. 취재팀이 연령 하향에 관심을 보이자 그가 명함을 건넸다. 인터뷰는 오후 7시쯤 했다.

장 부대변인은 2017년 2월 미래학회 월례 세미나에서 “치열한 현행 중등교육과정과 입시제도 하에서는 만 18세로 선거권이 하향돼도 수험생들은 입시 부담 때문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반쪽짜리 선거권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넘어가는 국면이었다. (18세 선거권 당론을 만든 게) 그 상황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했다. 보수정당으로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라이벌 정당보다 앞장 섰다는 의미다.

연령 하향은 2019년 12월 27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장 부대변인은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못했는데 선거권이 출생일에 따라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학교에 가면 고민이 된다고요. 연설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공부하는 학생들이 60% 이상일 거고, (유권자는) 5%도 안 되겠죠? 그 5%를 위해서 시끄럽게 떠드는 게 맞는가. 생일을 따져가면서 명함을 나눠줘야 하나….”

▲ 미래통합당의 교육·청년 공약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월 28일 배포한 자료(18세 선거권 부여에 따른 정치관계법 운용기준)에 따르면 학내 선거운동은 허용된다. 다만 학교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 선거운동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선거운동 가능 여부가 학교 관리자의 의사에 따라 나뉘는 셈이다.

통합당은 이른바 ‘교실의 정치화’를 막으려 한다. 학제 개편을 비롯해 ▲학내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교원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편향된 교육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약도 만들었다.

신보라 통합당 의원(청년최고위원)은 학생이 편향적인 시각을 가질 것을 우려했다. 신 의원은 올해 나이 37세로 20대 국회의 ‘젊은 피’다. 그는 “만 18세 유권자 대부분이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며 “한국 교실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정당교육과 청소년위원회 설립‧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세대가 교실의 정치화에 휩쓸리지 않고 정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정당교육은 청소년이 입법 과정과 정치철학을 배울 통합당의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신 의원이 학장으로서 3개 기수의 수료생을 배출한 ‘청년정치아카데미Q’의 청소년 버전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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