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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2020 (14) 시민단체의 우려 (상)
백설화 기자 | 승인 2020.04.12 16:16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기능이 있다. 일종의 모아보기다. 단어 앞에 기호 ‘#’를 붙여 게시글을 올리면 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한 글이 나온다. ‘#고3’을 입력하고 19살 청소년의 글을 읽었다.

경기 수원에 사는 하예성 군(18)은 팔로워가 1900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으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걸 즐긴다. 프로필에 생년월일을 적어둔 이유는 SNS 방문자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그의 프로필에는 #수원, #고3, #02, #19, 네 개의 해시태그가 나온다.

하 군는 2002년 3월 15일생으로 만 18세다. 선거법 개정으로 총선에서 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자신이 유권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저도 올해는 투표할 수 있다고 부모가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하예성 군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선거권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는 준비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 유권자가 참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건 굉장히 큰 잘못이다.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심리적인 준비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은 선거권을 행사할 마음의 준비가 됐는데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동등한 주체로 바라보는 데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한주희 씨(47)는 17년 차 영어학원 강사다. 그는 선거법이 바뀌기 전부터 학생에게 선거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 물어보곤 했다.

대다수가 상관없다, 관심 없다, 엄마 아빠를 따라서 찍겠다, 무슨 꼼수가 있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생각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한 씨는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진지한 의견교환이나 학습이 부족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노태훈 사무처장은 “교육학에서 말하는 교육은 인성교육과 인지교육을 포괄하지만 한국에서는 인지교육만 한다”고 말했다. 입시에 필요한 교육만 강조되는 사이에 선거·정치·성평등·인권과 같은 인성교육은 소외된다는 말이다.

배경내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종용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대화나 토론을 환영하는 과정을 통해서 시민의식이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투표절차를 알려주고 투표장에 가라는 게 선거권이 아니다.”

전경원 소장은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줄 때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습권과 정상적인 학사운영의 보장. 이를 전제로 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교육청의 자침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의 정치 활동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연소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탄생했다. 핀란드 사회민주당의 산나 마린은 취임 당시 34세. 그는 2006년부터 사민당 청년단 활동을 시작했다.

노태훈 사무처장은 산나 마린의 총리 취임이 핀란드 정치 문화에서 자연스러운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핀란드에서는 만 15세부터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이 가능하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부터 준다.

김다윤 씨(22·서울 구로구)에게 정치는 어려운 분야다. 고등학생 때는 정치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정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누군가가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연령 하향을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전경원 소장은 기대했다. ‘(앞으로) 학교는 삶과 정치를 연계시켜 가르쳐야 한다. 이를 통해 정치를 투명하게 만드는 존재가 청소년이며 정치 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선관위가 1월 발표한 ‘학교 내 모의선거 관련 안내문’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교사는 18세 학생을 대상으로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도 조사를 할 수 없다.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를 근거로 들었다.

선관위 발표로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은 무산됐다. 교육청은 징검다리교육공동체와 함께 초중고 40곳에서 정당 지지를 묻는 투표를 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의 교육을 하려고 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3월 5~15일에 시민 243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총선 공약을 조사했다. 학생 인권 분야에서는 ‘학교 운영 및 교육제도에 학생 의견 반영’, 청소년참정권에서는 ‘나이 제한 철폐’, 청소년 인권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인권법 제정’이 1위에 올랐다.

노태훈 사무처장은 청소년을 기성세대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청소년은 이해의 대상이지, 동의의 대상이 아니다. “‘애들이 뭘 알아’는 핵심이 아니다. 청소년이 뭘 알든 그 세대가 우리를 이끌어갈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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