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됐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참다랑어를 잡았는데 마지막에 뼈다귀만 남은 그런 모습이다. 중간에 다 뜯겨나간 데다 위성정당이 나오면서 뼈마저 없어졌다.”

중앙대 조성복 교수(독일유럽연구센터)는 선거제 개혁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가까스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누더기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전문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선거제 논의가 달라질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헌법학회장을 지낸 건국대 홍완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이번 총선에서) 위성정당 설립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는다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 건국대 홍완식 교수

고려대 장영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조인 독일과 이를 벤치마킹한 뉴질랜드 사례를 소개했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국가의 틀을 새롭게 만들었다면 뉴질랜드는 1990년대에 정치권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개혁을 이룬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국제대학원)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책임성을 강조하는 비례제가 우선하고 대응성을 강조하는 지역구가 부차적으로 결합했다.”

조 교수는 지역구 선거가 우선인 한국에서는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병립형이 역사나 민주주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했다. 대통령제에서 연동형을 택한 나라는 극소수이고 국정운영에 성공하지도 못했다.

대부분의 학자는 비례대표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국회의원 의석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현역 의원의 반대가 거세면 지역구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늘리면 된다. 예를 들어 지역구 240석에 비례대표 의석 120석 정도다.

조 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봤을 때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가장 적다. 독일은 인구 8300만 명에 국회의원이 598명이다. 장영수 교수와 장신기 연구원(김대중도서관)도 의석을 늘리는 방안에 찬성했다.

정당법이나 선거법을 개정하고 부칙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당법이 명시한 ‘자발적인 조직’이라는 정당의 정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위성정당은 불법임을 강조하자는 뜻이다.

위성정당을 불허하는 내용을 선거법에 넣거나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은 비례대표 정당명부에 후보를 자동으로 등록시키게 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전북대 박동천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한국과 달리)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는 사회적 공론을 통해 열띤 논의를 거쳤고 찬반 양측이 합의한 공정한 절차에 의해 정해졌기 때문에 위성정당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의당의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정의당의 심상정 상임선대위원장은 4월 7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그린클라우드 카페서 열린 ‘정의당 코로나19 피해대학생 간담회’에서 국민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지지와 의석 숫자의 괴리를 좁히자는 게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다. 30년 만에 이제 겨우 방향만 튼 거다. 그런데 거대 양당의 횡포로 왜곡됐다. 정의당은 원칙을 지켰다. 해결은 이제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간담회에서 정의당의 장혜영 청년선대본부장은 “탄핵정국 때처럼 국민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만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100% 연동형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관심을 가지고 계속 목소리 내주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영식 교수는 독일 법학자 루돌프 본 예링의 말(권리 위에 누워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을 인용해 권리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민 스스로가 주권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 명목상의 주권자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이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면 우리가 싫어하는 국회가 다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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